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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아미미술관'

내겐 너무도 좋았던 공간


2016년 8월 3일 수요일.

한여름의 뙤약볕과 말 못하게 푹푹 찌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날의 오후.

나는 당진 아미미술관으로 향했다. 친하지만, 오랜만에 재회한 동생과 함께….

오랜만임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간단히 안부를 물은 후 어제 만난 친구 마냥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 우리들.



당진터미널에서 버스를 탔고, 아미미술관 정류장에서 내렸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휴가철인데다 학생들의 방학 기간인지라 방문객들이 많았다.

아미미술관의 입장료는 성인 1인 당 5,000원.




아미미술관은 폐교(유동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작은 미술관이다.

당진시 순성에 위치해 있고, 당진 여행객들이라면 꼭 들르는 필수 명소이다.

사실, 당진에는 아직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아미미술관은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중요한 장소이다.

2010년, 아미미술관으로 등록됐고 지금까지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입장료에 대해 관장님의 말씀을 빌어오자면, 초기엔 무료, 이어서 2,000원, 지금은 5,000원이 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설관이기 때문에 운영비가 있어야 함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현대미술경향읽기'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전시이며, 오는 10월 20일까지 이어진다.

19인의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 가히 인상적이었다.

주제와 걸맞게, 모더니즘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 관내를 채우고 있었다.

느낌 뿐만 아니라, 작품에 활용된 소재들 또한 현대성이 두드러졌다.

사진으로 아버지의 일기장을 담은 작품, 모아온 영수증을 이어모아 실뭉치 형태가 된 작품, 전단지를 활용해 회화처럼 보여지는 꽃을 만들어낸 작품 등 현대적인 소재들의 활용이 인상적인 작품들이 있었다.



한편,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작가 개인의 이야기와 세계관들이 두드러지는 작품들도 많았다.

작가들은 개인의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기록해냈다. 이를 두고 우리는 '예술혼'이라 부른다.



아미미술관에서 감상한 작품들은, 자연이 선사하는 밝고 영롱한 빛에 의해 그 아름다움을 한층 두드러진다.

빛에 의해 더욱 화사한 작품들이 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연을 사랑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발할 때. 그들이 느낄 기쁨을 잠시간 상상해본다.




작품들을 훑어본 후,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때, 복도에서 박기호 관장님과 마주쳤다.


관장님께서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게 "사진 많이 찍었어?"라며 친근(혹은, 무례)하게 접근하셨다.

이어, "어디 봐봐~ 사진 좀 보자. 여기로 와 봐. 내가 사진 몇 장 찍어줄게."라며 우리들을 작업실로 데려가셨다.

작업실이라는 곳은, '관계자외출입금지'라 써붙여진 관내 공간이다.



나는 동생에게 "와~! 우리가 이런 특별함을 경험하게 될 줄이야!"라며 기뻐했다.

빈티지, 아늑함, 그야말로 '예술적'인 공간이었다. 안에는 고양이들이 평온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아! 아미미술관에는 고양이들이 많다.

자유로운 영혼들처럼, 길 한가운데를 어슬렁거리고 있는 고양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관장님께서는 약속하셨던 것처럼, 사진을 찍어주셨다.

"여기에 서 봐. 저거 들어봐. 고개 쪼금 내려봐. 아~ 쪼금만~!" 이라고 연출하시며 사진을 찍어주셨다.



사진촬영을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몇 차례 이어졌다.

고양이들과 함께 찍어주시는가 하면, 미술에 젬병인 내게 물감과 석고상이 있는 공간에 서게 하시더니,

예술가(연출이지만)로 만들어주셨다.




사진촬영을 마친 후에는, 동행하시며 작품들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다.

이어, 여행기도 해주셨고 내가 특히 사랑하는! 열광하는! 영화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 값진 만남! 그리고 함께한 경험! 어찌 잊겠는가!

관장님의 친밀한 접근 '덕분에' 아미미술관의 매력도는 한층 상승했다.



관장님께서는 이어, 매표소 안으로 초대하시더니 담소를 이어나갔다.

옥수수도 주시고, 매표소 내의 고양이들과 직원들도 소개해주셨다. 재미있는 시간들, 기록하는 지금도 그때의 장면들이 생생히 각인돼 있다. 역시나 강렬한 추억이었다는 증거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미술관을 더 돌았다.

사실, 버스를 타려 했으나 한 차례 놓친 덕에 몇 십분 간의 여유시간이 생긴 것이다.

관 외의 부대시설로는 카페와 레지던시가 있다. 이 레지던시는 작가들이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카페


레지던시(거주작가기숙소)



한옥이 주는 평온함과 안락함.

자연에 둘러싸인 공간이라,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하다고 느꼈다.


과거 운동장으로 쓰인 듯한 공간은 현재 잔디밭이 조성돼 있어 가벼운 산책을 하기에 좋다.




이렇게 '알차게' 탐방한 곳, 아미미술관.

무서운 날씨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랬기 때문에 자연광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미술관의 정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왠지, 거칠지 않은 비. 미술관 주변을 살짝 적셔줄 정도의 잔비가 내릴 때 오면

이날과는 또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좋다! 비 내릴 때 한 번 더 와봐야지. 가을께가 좋겠다!'를 다짐하며, 미술관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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