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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의 미학

걷기를 통한 사유


같은 시간대의 같은 길을 걸어도 매일 다른 풍경을 접한다.

사실, 매일이라는 것도 긴 시간이다.

1초를 수십, 수백 번 쪼갠 시간 동안에도 환경은 변한다.

환경이 변하지만, 나는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미묘한 변화에 염증을 느껴 행동에 변화를 준다.

다른 속도와 다른 걸음걸이, 다른 위치로 길을 걸어본다.

그렇게 걷는 행위에 빠져들다보면, 같은 길이라도 낯설게 느껴지고, 따라서 '아차!'하는 순간과 마주한다.

조금 더 걸어야 할 상황이 발생하고, 때로는 험한 길로 빠져들고 만다.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는 셈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다. 맞다.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인식과 행동을 반복하며,

결과를 부정적인 쪽으로 내모는 것은 확실히 어리석은 게 맞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동일한 환경일 때는 거의 없다.

아주 미묘하게라도 환경은 변하고, 사람 또한 변한다. 그래서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환경과 사람이 가변적이기 때문에 삶의 형태도 제각각인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모두가 동일한 환경 속에서 동일한 류(인간)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면, 인생이란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나의 물질에 불과할 것이다.

물질 또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인간은 동물이기에 가변의 폭이 크다.

매일 같은 시간대의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목적지에 이르는 시간이 다르고, 심신의 감흥이 다른 이유는 '변화'때문이다.


시행착오 또한 변화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치명적인 고통이나 끔찍한 사고로 이어져 '시행' 자체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착오' 역시 '반겨야 할'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 2016.0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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