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권의 책과 유시민 작가의 생각을 살짝 훔쳐 보았다.
지금 출판계에서, 그리고 서점에서 불티나게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팔리고 있는 책,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특별증보판)을 얼마전에 다 읽고,
이에 관한 서평을 쓴다.
유시민 작가가 지금까지 쓴 책 가운데서 가장 애정하는 책이라 밝히기도 했고,
2009년 초판에 이어 얼마전 새롭게 고급 양장 제본의 특별 증보판으로 출간이 되었는데,
지금 서점가, 출판계에서 최상위로 주목받고 많은 독자들이 읽고있는 책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사유를 하게 되는데,
그것이 구체적인 형태로 나오는 것이 "질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게 되는 질문들,
“사람들은 왜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 할까?”,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존재일까?”,
“내 머리로 생각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은 어떻게 왜곡되는가?”
그리고 본질적인 질문이기도 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등,
책에서 유시민 작가가 소개하고 개인의 사유까지 담은 고전은 총 15권의 책이다.
원래 2009년 초판에는 14권이 수록되었는데, 이번에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더해서
15권의 고전을 소개하며 그것에 대한 탄탄한 사유와 책과 작가에 관한 스토리가 맛깔나게 표현되어 있다.
특별히 "목차"를 소개한다.
목차의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이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다.
특별증보판 서문. 책을 읽는 일에 관한 이야기
초판 서문. 오래된 지도를 다시 보다
0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가난은 누구의 책임인가
-날카로운 첫 키스와 같은 책
-평범한 다수가 스스로를 구한다
02.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지하대학과 사상의 은사
-벌거벗은 임금님을 발견하다
-지식은 맑은 영혼과 더불어야 한다
03. 청춘을 뒤흔든 혁명의 매력 :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영혼을 울린 정치 선언문
-박제된 혁명 교과서의 비애
-역사에는 종말이 없다
04.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냉혹하고 기괴한 천재, 맬서스
-자선은 사회악이다
-재산권과 생존권
-편견은 천재의 눈도 가린다
0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로맨스를 빙자한 정치소설
-유쾌한 반란의 소묘
-얼어붙은 땅에서 꽃이 피다
-위대한 시인의 허무한 죽음
06.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 맹자, 『맹자』
-역성혁명론을 만나다
-백성이 가장 귀하다
-아름다운 보수주의자, 맹자의 재발견
-대장부는 의를 위하여 생을 버린다
07.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 최인훈, 『광장』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
-소문뿐인 혁명
-주사파, 1980년대의 이명준
-열정 없는 삶을 거부하다
08.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 『사기』
-『사기』의 주인공, 한고조 유방
-지식인 사마천의 울분
-새 시대는 새로운 사람을 부른다
-권력의 광휘, 인간의 비극
-정치의 위대함을 생각한다
09. 슬픔도 힘이 될까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존엄을 빼앗긴 사람의 지극히 평범한 하루
-슬픔과 노여움의 미학
-이반 데니소비치 탄생의 비밀
-노동하는 인간은 아름답다
10.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 찰스 다윈, 『종의 기원』
-해설을 먼저 읽어야 할 고전
-다윈과 월리스, 진화론의 동시 발견
-다윈주의는 진보의 적인가
-이타적 인간의 가능성
11.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부(富)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사적 소유라는 야만적 문화
-일부러 낭비하는 사람들
-지구상에서 가장 고독했던 경제학자
-인간은 누구나 보수적이다
12.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뉴욕에 재림한 리카도
-꿈을 일깨우는 성자(聖者)의 책
-타인을 일깨우는 영혼의 외침
13.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보이는 것과 진실의 거리
-명예 살인
-68혁명과 극우 언론
-언론의 자유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14. 역사의 진보를 믿어도 될까 :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랑케를 떠나 카에게로
-회의의 미로에 빠지다
-식자우환(識字憂患)
-진보주의자를 위한 격려와 위로
15. 21세기 문명의 예언서: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개인 독립 선언
-세계 최강국의 최고 지식인
-밀이 『자유론』에서 펼친 이야기
-『자유론』의 공동저자, 해리엇 테일러 밀
-시대를 넘지 못한, 그러나 좋은 사람
-대한국민에게 보내는 격려
후기. 위대한 유산에 대한 감사
참고문헌.
특히 이 책에 대한 작가의 목적을 "서문"에 잘 정리해 두었는데,
이 책을 읽을 예비독자들은 그것을 잘 기억한다면 좋겠다.
"청춘의 독서"는 ‘살짝’ 예외다. 널리 알려진 고전을 다루었지만 책 정보를 전달하려고 쓰지는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얻은, 삶과 인간과 세상과 역사에 대한, 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하려고 썼다.
책 자체가 아니라 책을 읽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는’ 목적보다는 ‘나를 표현하려는’ 욕망에 끌려 썼다.
어디 나만 그렇겠는가. 누구든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 글에 애착을 느낄 것이다.
_「특별증보판 서문」
어떤 "서평"을 쓴다는 이상으로 "청춘의 독서" 이 책에는
단순히 책에 대한 소개와 이론적-감성적 느낌을 담은 글이라는 것 이상으로
이 책을 소개하는 유시민 작가의 삶의 부분까지 담은 작가의 철학적 담론을 살짝 찾아서 읽을 수 있다.
정치권을 떠나서 처음으로 쓴 책인 "어떻게 살 것인가"(2013년 3월/생각의길)에서보다
더욱 풍성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고,
요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이미 유시민 작가의 인터뷰와 말을 접할 수 있지만, 그것을
책이라는 도구와 결합한 형태의 작가의 깊은 메시징(messaging)을 느낄 수 있다.
*메시징(messaging) : 보통 익숙한 표현의 메시지라는 말보다 더욱 입체적이고
현재진행형, 운동형의 언어 커뮤니케이션의 느낌을 말한다.
“아무리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악한 수단을 사용한 데 따르는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죄를 지으면 벌을 면하지 못하는 게 삶의 이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다른 맥락에서 볼 수도 있다.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따지는 것은,
악한 수단으로 선한 목적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악한 수단으로는 선한 목적을 절대 이루지 못한다고 믿는다.
_「1장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중,
그런데 왜 우리는 이 시를 그렇게 좋아할까?
나도 이것을 읽으면 가슴 밑바닥에서 잔잔한 파도가 밀려드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일제강점기 때 누군가 일본어로 번역한 것이,
사는 게 노엽고 슬펐던 조선 민중의 마음을 울렸는지도 모른다. 푸시킨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썼든,
누군가의 시가 다른 시대 다른 민족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차르의 학정과 일제의 압제는 똑같이 ‘힘든 날’이며 ‘슬픈 현재’였다.
우리의 선조들은 푸시킨의 시에서 큰 위안과 격려를 받았던 듯하다.
_「5장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중,
밀은 1859년 그 옛날에 쓴 책에서 그런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어리석은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후 화나고 아프고 어이없는 일들을 견디고 이겨낸 이들에게,
계엄의 밤 국회에서 계엄군을 막아섰던 시민들에게,
남태령의 기적을 만든 젊은이들에게,
눈보라를 맞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남녀노소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얹어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오늘 우리를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대들은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_「15장 21세기 문명의 예언서」
*특히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15장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글에서
최근의 반헌법적인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가운데 심히 몸과 마음이 피곤한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더한다.
나도 이 부분을 읽고 큰 위로를 받았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더 자유롭게 품을 수 있었다.
그렇다. 여기 15장의 내용까지 다 읽고나니,
이 책의 진면목을 제대로 만끽했다는 완독후의 성취감이 더욱 가득한 독서의 시간이었다.
혹 이 책을 아직 읽지못한 예비 독자들에게 더욱 힘주어서 강조하고 표현할
내 서평의 중심에 담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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