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핀란드를 좋아하는 장류진 작가님이 너무 반가웠다.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장류진/밀리의 서재)은 소설가 장류진의 첫 에세이로
그녀가 2008년 처음 핀란드로 교환학생으로 접했던 핀란드,
그곳에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친구 "예진"과 15년만에 다시 여행을 함께한 반짝이는 날의 기록이고
내면적 성찰을 담은 그녀의 고백적인 기록이다.
(2023년, 그때 나도 계절은 다르지만 가을에 핀란드와 노르웨이 로포텐, 에스토니아에 다녀왔다)
책을 읽으면서,
나처럼 핀란드를 좋아하는 장류진 작가님이 너무 반가웠다.
그래서일까, 읽으면서 이미 두번을 다녀온 핀란드이지만,
여전히 그리운 그곳에 대하여 상상하고 꿈꾸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이 책을 다 읽었다.
초판, 하얀 눈과 함께 서려있는 핀란드 지도가 보여지는 겉표지, 그리고 이 책을 쓰면서 담은
독자들에게 향하는 고백이 담긴 친필로 쓰고 담은 사진엽서까지,
정성스러운 그녀의 꼼꼼한 배려와 따뜻함이 담긴 책이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기록한다.
무언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리고 그 때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그 때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기억된다는 것이고,
인생에 있어 쉽게 경험하지 못할 "행복"의 기억일 것이다.
불행을 이토록 기억하며 그리워할 이유가 없으며,
사람은 누구에게나 시간이 지나면 그 좋은 추억과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기에,
누구나 그것을 잃지않기 위해 기억하고, 이야기하며, 때로 그곳을 "기록"을 하며 내면에 담아두려 한다.
인간의 철학적 본능이자, 일상적인 애씀의 표현적 가치이다.
“우리가 오래도록 그리워했던 것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까?”
나도 2017년 처음 핀란드여행때, 헬싱키의 광경을 보고,
그 첫여행을 추억을 끝까지 기억하기 위해 여행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억하려 했으며,
다시 6년만에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했을 때, 그 기억을 되찾으려 이리저리 걸으면서 뒤돌아 보았다.
"겨울이 지나 눈이 녹은 사이 피어난 질문의 끝에서
나는 나를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15년 전에도, 지금도 나를 품어준 핀란드의
가장 차가운 눈 속에서 여전히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본문 중
장류진 작가의 그리움과 설레임의 감성이
이 책을 읽고있는 내 자신에게도 왜 이리 같은 감정이입이 되었을까,
딱 열흘이라고 하는 2023년의 기억을 찾는 시간(본인도 2023년 다시 핀란드에 왔을 때, 비슷한 시간)
그 짧은(그렇다 짧은시간이다. 기억을 더듬고 찾기에는....) 시간, 친구 예진과 함께
그 기억을 회상하며 써내려간 찬란한 기록에 나는 온전히 몰입하며 그 기억을 같이 읽을 수밖에 없었다.
오랜 친구는 마치 기억의 외장하드 같다.
분명 내게 일어났던 일이지만 자주 꺼내지 않아 그곳에 있었는지도 잊은 일들을 친구의 입에서 들을 때,
왜인지 부끄러우면서도 든든하다. 내가 잊어도 예진이가 알고 있겠구나.
나의 일부분을 이 친구가 지켜주고 있겠구나. (p.144~145)
어느 겨울날, 이 호수를 걸어서 횡단한 적도 있었다. 예진이와 서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딘가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걸어서 호수를 건너는 것이 목적이었다.
누가 먼저 그러자고 했는지 대체 왜 그러기로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마음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 (중략)
다시 뭍으로, 학생회관 앞 잔디밭으로 도착했을 때,
우리는 뒤돌아 우리가 걸어온 눈밭 위 발자국들을 바라보았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았고, 아마도 그래서 호수를 건너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이 아니면 바로 여기 이곳에,
이 드넓은 지구 위에서도 바로 이 특정한 위치에 존재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저곳은 녹아버리고 말 거라는 사실을.
그래서 지금만이 이곳에 이렇게 발을 디디고 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사실을.
(p.158~160)
그 기억의 찬란한 예찬의 표현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나는 혼자서 그 추억을 담고 기억을 글로 기록하고 사진으로 담았다.
처음 2017년 핀란드를 여행했을 때, 다음에 또 여기에 올 때는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같은 설레임과 희망을 가지고 오고 싶었다.
그렇지만 6년전과 마찬가지로 혼자 다시 핀란드-북유럽에 오게 되었다.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이라기 보다는, "스스로가 반짝이는 시간"이었다.
(계절이라는 조금 더 긴 시간적 여정보다, 시간이라는 짧은 순간의 여정이 내게 주어진 환경이었다)
그때 그 돗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 그 시절의 나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가장 빛나고 좋은 시절, 내 인생의 황금기가 끝나가고 있다고.
앞으로는, 이토록 소소하지만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기대할 수는 없을 거라고.
나는 그때의 내게 말하고 싶어졌다.
네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 아니야. 훨씬 더 좋은 날이 많이 펼쳐질 거야.
15년 뒤에는 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장면들을 품은 어른이 되어 있을 거야. (p.168~169)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 동일한 다짐을 한다.
훨씬 더 좋은 날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그리고, 더욱 내면에 아름다움을 많이 간직한 어른이 될 것이라고~
아름다운 에세이였다.
그리고 다시 핀란드가 눈물나게 그리워지는 지난 독서의 시간이었고, 서평을 쓰는 시간이다.
#우리가반짝이는계절_서평
#장류진에세이
#우리가오래도록그리워했던것들은_여전히그자리에그대로있을까
#스스로가반짝이는시간
#아름다운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