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 붓 도색의 매력
건프라를 취미로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도색이다.
왜냐하면 도색을 통해 부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으로는 한계가 있는 디테일을 추가하거나 완성된 건프라의 색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던가 또는 더 리얼한 건프라를 완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건프라를 더 멋지게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색에 대한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도색을 하기 위해서는 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색을 하기 위한 방법들 중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에어브러시를 사용하는 것은 공간도 필요하며 돈도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예민한 사람들은 건강상의 문제도 도색의 장애물이 된다.
에어브러시를 사용한 도색의 꿈이 좌절된 사람들이 대안으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크릴과 붓을 사용한 도색이다. 아크릴 붓 도색은 건강상의 문제, 공간의 제약, 악취문제 등의 에어브러시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가 없으며 가격도 비교적 상당히 저렴하다. 이렇게 에어브러시의 많은 문제점을 해소해 주지만 건프라를 하는 사람의 기준에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깔끔한 도색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건프라의 경우 깔끔하게 도색하는 것이 잘 만들었다의 기준이 된다. 대부분의 멋지다고 평가되는 작품들은 아주 깔끔하게 도색된 작품들인데, 그런 작품을 꿈꾸며 아크릴 붓 도색을 시작한 사람들은 또다시 큰 좌절을 맛보게 된다. 도색방법이 에어브러시와 같이 미세한 입자를 뿌리는 것이 아닌 붓을 이용한 칠을 하기 때문에 붓 자국이 남게 되어 깔끔한 도색을 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크릴 붓 도색을 에어브러시 대신 시작한 사람들도 이런 이유로 많이들 그만 두기도 한다.
나 역시 인터넷에서 보던 깔끔하게 도색된 작품들이 멋진 작품의 기준으로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아크릴 붓 도색을 하며 깔끔하게 도색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남들과 똑같이 좌절을 맛보았다. 어떤 방법을 해도 완벽하게 깔끔히 도색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에어브러시는 쓸 수 없고, 아크릴 붓 도색 밖엔 도색을 할 방법이 없다면 깔끔한 도색은 포기하자. 그렇다면 아크릴 붓으로는 어떤 어떤 도색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매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얻은 답은 다음과 같았다.
"아크릴 붓으로 도색한 건프라는 현실에 있을 법한 느낌을 준다. 붓 자국이나 간간히 생기는 매끄럽지 않은 표면이 오히려 건프라가 실제 전장에 있을 것 같은 로봇이라는 느낌이 들게 해준다." 이렇게 새롭게 발견한 아크릴 붓 도색의 매력은, 에어브러시를 통한 깔끔한 도색 못지않게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아크릴 붓 도색이 가지고 있지 않은 매력을 찾다 보니 실망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크릴 붓 도색은 내가 원하던 매력이 아닌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던 도색 방법이었다. 그 매력을 발견하기 전 까진 내게 실망스러운 것이었지만, 스스로 그 매력을 발견하게 된 순간 그것은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이 되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자신의 매력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매력을 몰라주는 사람에게는 실망으로 다가갈 것이고,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며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자신의 매력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만 매력을 어필하는 깍쟁이 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