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hthalmology Observership
(2020년도에 작성한 후기입니다)
콜롬비아 대학병원 안과 실습은 처음으로 Observership 요청을 받아주어 미국행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준 곳이자 흥미롭게 생각했던 Cornea분과라 기대가 많이 되었다. 안과는 정교한 수술이 이뤄지고, 독보적인 분야로서 아직도 많은 unknown area가 있기에 쉽게 기술로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돌았던 스케줄은 위와 같았다. (표는 가독성을 위해 새로 만들었다)
이번 선택 실습은 따로 process fee를 지불했는데 그 때문인지 가운도 받고, 교수님 비서를 통해 스케줄을 전달받는 등 준비 과정부터 실습 내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또 여기 안과는 main 병원에서 아예 한 건물로 분리되어 1층은 외래, 2층은 사무실, 5층은 연구실, 7층은 수술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실습도 첫날 일과를 기술한 다음에 인상깊은 활동을 적어보겠다.
첫날 오전은 사무실에서 스케줄을 받고, 레지던트 클리닉에서 시간을 보냈다. (참고로 레지던트 클리닉은 전공의가 환자를 보고 잠깐 밖으로 나와 교수에게 간단한 환자 프레젠테이션과 치료 방향을 상의한 후 다시 환자에게 돌아가 설명하는 식이다. 때론 교수가 전공의와 함께 환자를 보며 치료 방향을 설명한다. )
아직도 쭈뼛쭈뼛한 태도는 남아있지만 그래도 나를 소개하고 공손하게 진료를 참관해도 되겠냐는 말은 많이 익숙해졌다. 운이 좋게도, 내가 만난 전공의는 쾌활하게 혹시 중간에 궁금한 건 무엇이든 질문하라고 했다. 환자가 비는 틈에 기초적인 질문을 많이 했는데 전공의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어 알찬 시간을 보냈다. 사실 그날 EMR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바뀌어 혼란스런 와중에도 학생인 나에게 신경을 써준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감사했다. EMR 기술팀이 와서 시간이 빌 때는 밖에서 핸드폰 검색을 하면서 모르는 부분을 찾아보았다.
인상 깊었던 점은 통역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Spanish를 유창하게 구사하던 모습이다. 전공의가 히스패닉이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일상적인 대화뿐만 아니라 의학 용어로 질문하거나 치료 방향을 설명할 때도 능숙하게 말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여긴 히스패닉 인구가 많다 보니 의사로서 스페인어를 잘하는 것이 큰 장점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은 병원 밖에 치킨버거, 샐러드 등을 파는 가게에서 혼밥을 하다 도미니크 공화국에서 온 의대생을 만났다. 처음으로 실습하는 해외 의대생을 만났기에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Oncology 실습 중인데 오늘 외래에 갔더니 거기도 새로 바뀐 EMR로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분의 학교는 이 대학병원과 교류가 맺어져 있어 EMR access가 되는 등 clerkship 수준으로 실습을 하는 듯 보였다. 서로 소소한 얘기를 나누고, 같은 병원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대생을 만나 왠지 모르게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오후에는 수술방으로 가 자판기를 통해 수술복을 받고 학생 인증을 한 후에 교수님을 만났다. 안과 수술은 시작하면 수술 부위를 조명으로 비추고 나머지 불은 꺼 주변을 어둡게 한다. 집도의는 현미경을 통해 환자 눈을 수술하고, 다른 사람들은 큰 티비를 통해 수술 장면을 볼 수 있다. 처음에 TV 화면에 눈이 꽉 찬 수술 장면은 흠칫 했지만 금방 적응되었고, suture 실이 실제로 보니 정말 가늘어서 놀라웠다. 수술장에선 백내장 수술부터 각막 이식(DSAEK)까지 다양한 케이스를 봤다. 한 간호사는 나에게 contaminate되지 않게 가까이 와보라고 하며 백내장 수술에 관련된 수술 기구들을 반복해서 설명해주었다. (심지어 한번은 수술 중간에 학생 들으라는 듯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크게 말해주었다.) 평소에도 이렇다기보다는 당시 수술장 상황과 함께 간호사가 Korean American이었던 점, 그리고 흥미로워하며 수술 장면을 적극적으로 보았던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긴 행운으로 보인다. 첫날이라 백내장 수술을 반복해서 보아도 혼란스러웠는데 덕분에 훨씬 알차게 수술 장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교수님께서도 Laser assisted cataract surgery 때 레이저 조작하는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고, 수술 중에는 앉아 있도록 신경써주셨다.
이날 처음으로 각막 이식을 보았다. 교수님께서 DSAEK(Descemet Stripping Automated Endothelial Keratoplasty)에 대해 알아보라고 하셔서 검색하다 한 논문을 찾았는데 저자 중 한 명이 교수님이었다. 각막 이식의 선두를 달리는 분의 수술을 직접 보게 된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수술이 끝난 후에는 막바지에 나를 불러 현미경을 통해 graft를 잠깐 볼 수 있게 되었다. (수술 현미경이 2쌍인데 대개 하나는 교수님, 하나는 펠로우가 쓰는 것 같다. 당시엔 펠로우가 휴가를 가서 없었다.)
생각과 달리 안과 외래에서 내과 질환의 환자를 많이 볼 수 있었다. Hyperthyroidism, Rheumatic Arthritis, Crohn disease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두루 보았다. 또, facial nerve palsy 환자를 만났는데 당시에 EOM을 보며 얼핏 몇 번 뇌신경이 마비일지 유추해보았다. 안과에 점점 더 흥미를 보이자 교수님이 책 몇 권을 빌려주셨는데 2주 동안 외래에서 그 책에 있는 대부분의 질환군을 볼 수 있었다. Slit Lamp Exam(SLE)은 옆에 함께 쳐다볼 수 있는 기기일 때는 한쪽 눈으로 같이 보고, 그렇지 않을 때는 교수님이 잠깐 얼굴을 떼고 나도 볼 수 있게 해주셨다. 사실 그렇게 보면 초점이 달라 뿌옇게 보였고 lock을 어떻게 푸는지 몰라서 다른 쪽 눈을 보려고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다른 각막 교수님의 외래에 있다가 아예 나보고 SLE를 보라고 내주었는데 그때 사실 어떻게 보는지 모른다고 하며 좋은 기회를 놓친 이후에는 인터넷으로 SLE 보는 법을 공부하고 외래에서 유심히 관찰했다. 이후에 조금씩 SLE를 알게 되자 교수님이 자기 눈을 한번 보라고 하여 교수님 눈으로도 한 번 연습해 보며 초점 맞추는 법을 배웠다.
이번 외래에서도 교수님이 환자를 볼 때마다 매번 한국에서 온 의대생이라며 나를 소개해주신 덕에 나도 자연스럽게 환자와 인사할 수 있었다. 교수님이 잠깐 밖에 나갔을 때는 환자와 Small talk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2주 차에 망막이 궁금하던 와중, 수술장에서 예전에 인사했던 망막 전공 펠로우를 만나 혹시 망막 수술이 있다면 참관해도 되냐고 물어보았는데 흔쾌히 허락해줘 Vitrectomy 를 보게 되었다. 그 교수님 밑에는 두 명의 Observer가 있었다. 한 명은 이집트에서 온 본과 4학년이었고, 한 명은 인도에서 안과 수련을 마친 전문의였다. 둘다 1달 동안 해당 교수님 밑에서 배운다고 하는데 외래가 재미없다고 하여 의문이 들었다. 외래에서 교수님 따라 SLE를 보거나 환자 개개인의 질병이 다 다르기에 진료를 참관하면 배울 게 많을 텐데 싶었기 때문이다.
망막 수술은 똑같이 현미경을 통해 보면서 수술하지만, 차이점은 눈 뒤쪽에 있는 망막을 비추기 위해 장치가 추가된다는 점이다. 처음 보는 망막 수술이기도 했고 다음 날 환자 Follow up을 함께 보고 싶어서 교수님께 부탁하여 외래를 같이 참관할 수 있었다. 물론 각막 전문의인 교수님도 외래에서 도상 검안경을 수시로 쓰며 AMD, DR 환자를 볼 수 있었지만, 망막 외래 중간에 환자 눈에 직접 주사를 하는 시술은 신기했다. 여기서도 SLE는 보지만, 이곳 외래는 옆에 함께 볼 수 있는 기기가 없어 멀뚱히 교수님의 진료를 지켜보았다. 학생이 3명이나 되기에 부담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교수님이 재치있게 한국, 인도, 이집트에서 학생들이 환자 당신을 보러 왔다며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이끌었다. 이번 달에 EMR 시스템이 종이에 작성하던 것에서 컴퓨터에 작성하는 방식으로 바뀐 덕에 모든 외래가 조금씩 적응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여기 교수님은 독수리 타자법으로 적응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환자를 면담한 후 여러 가지를 클릭하고 적는 과정에서 시간이 꽤 걸렸다. 교수님이 진료를 마치고 EMR에 기록을 작성하던 침묵의 시간 중간에 공손하게 환자에게 혹시 SLE를 봐도 될지 허락받고 교수님께 SLE를 봐도 될지 다시 여쭤보았는데 “No”라고 바로 대답하여 분위기가 싸해졌다. 결국 의무 기록을 다 작성한 이후에 교수님이 직접 SLE를 조작한 상태에서 얼굴을 갖다 대 볼 수 있게 해주었지만, 그때 말고는 계속 외래에 가만히 서 있으니 무언가 답답했다. 질문하기 어려운 분이기도 했고, 난센스 퀴즈에 대답해야 하는 등의 상황은 이전 외래와 사뭇 달랐다.
한번은 걱정이 많은 환자가 왔는데 슬쩍 보니 상담 내용을 핸드폰으로 녹음하고 있었다. 의심과 불안이 많다고 느끼긴 했지만 여기서도 대하기 어려운 환자가 있구나 싶어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모두가 나처럼 SLE를 많이 보거나 다양한 환자군을 경험하며 실습하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에 나는 다른 일정이 있어 나왔지만, 나중에 만나고 보니 실습생 두 명은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쭉 외래에 서 있다 이후 밥을 먹었다고 한다. EMR 변화로 진료가 길어진 이후에 점심이 늦어지는 건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성적 혹은 추천서에 대한 갈망을 버리고 많이 보고 배우자는 마음으로 실습을 했지만, 다른 실습생들은 미국에서 안과를 전공하기 위해 옵저버십으로 와서 담당 교수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추천서를 받고자 했기에 실습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를 것이다.
담당 교수님이 다른 교수님을 소개해주셔서 그 교수님의 각막 수술을 보고 다음 날 부탁해서 외래를 참관하던 와중 의대 학생을 만났다. 현재 연구년으로 3학년을 마치고 gap year를 가지고 있는 학생으로 교수님 밑에서 PVD 관련하여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교수님 외래에서 연구 기준에 맞는 환자가 있다면 동의서를 받고 OCT를 찍으며 자료를 모은다고 한다. 실제로 표본을 물어보니 조건에 맞는 환자가 많이 없어 1년 안으로 페이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하는데 진행하는 연구가 여러 개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연구하는 의대생을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흔쾌히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해줬다. 이 과정은 해당 의대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의대를 희망하는 학사 학위 학생이 교수님과 만든 프로젝트라고 한다.
본인 이후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집트에서 안과 전공의를 마친 분이 연구하러 오기로 되어 있고, 그다음 해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며 관심 있으면 연락해보라며 연구 담당 교수의 이메일을 알려주었다. 또, 연구 주제를 막상 학생이 세우기 힘든 건 사실이나 어떤 교수님은 이미 써야 할 논문거리 혹은 주제가 있어 누군가 옆에서 같이 써줄 사람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해줬다. 요즘은 연구하는 학생도 임금을 받아야 하기에 들어가기도 어렵고, 또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이 친구한테 응원을 많이 받아서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여담으로 다른 동기들은 연구 경력 없이도 안과 전공의 지원하는 경우도 많고, 본인은 사실 병리학에 더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안과 교수, 전공의, 펠로우가 한자리에 모여 매주 Grand Round를 진행한다. 어림잡아 총 30명은 넘어 보였고, 내가 있을 당시 연자들은 이 병원 faculty가 수련받을 당시 스승이었던 분들이어서 시작 전에 교수들이 직접 소개했다. 첫 주에는 University of Chicago 안과의 Chair가, 둘째 주에는 Bascom Palmar Eye Institute에서 소아 망막 Director가 연자로 왔다. 첫 주에는 각막질환의 수술 역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배울 수 있었는데 영어 강의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각막 이식 수술법 PK, DMEK, DSAEK 부터 인공 각막 Kpro(Boston Keratoprosthesis) 까지 이어지는 내용이 쉽지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교수님의 발표가 (청중과의 소통, 발화 속도, 발음, 등) 모든 면에서 완벽했기에 감명 깊게 들을 수 있었다. 몇 안 되는 안과 분야의 여성 Chair라고 한다. 우연히 오후 외래에서 다른 교수님, 의대생과 함께 있었는데 뭔가 더 기회를 찾아볼 걸 싶은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인상 깊은 분이었다.
두 번째 주에는 ROP (Retinopathy of prematurity)를 Gene therapy로 치료하는 내용이었다. 학교를 갈 때 엄마 손을 잡고 교실에 앉아야만 했던 학생이 유전자 치료 이후 교문에서 스스로 걸어가 앉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미국 내 1위 안과 병원이라는 Bascom Palmar Eye Institute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는 혁신을 보자 가슴이 뛰었다. 나를 담당해준 교수님과 안면이 있는 분이라 끝나고 교수님이 나를 소개해주어 간단한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원래는 미국에 사는 10인의 인터뷰에 추가하려고 교수님을 인터뷰했지만, 미국인으로서 쭉 커리어를 쌓아왔기에 여기에 따로 배치해보았다. (질문과 대답은 재구성했기에 서투른 점이 보인다면 양해바랍니다)
When we face a really difficult challenge, someone can give up.
Don’t give up. If you quit, what do you think it left? Regret. Imagine how bad it will be.
Don’t give up. Keep going.
Time management is the toughest thing.
I don’t want my child to say I wish I could spare more time with you. That’s the last thing I’d like to hear when she grow up. I think that is our father generation’s common regret.
I still have something to do in my house. But I have a nanny and supportive spouse who have regular work time and usually come earlier than me.
My grandfather had a great impact on me. He was a general surgeon and I began to dream of surgeon. Ophthalmology is meticulous and delicate (? Or needs high attention) but cornea surgery is very rewarding. I love to see the rapid improvement. For the surgery, just focus on the area. Don’t care who the patients are.
For good educational opportunities, I was lucky and met good mentors.
Right now, I like teaching and want to keep my holidays, not concerned about money.
Spend more time with patients and let them see your colleague. Other doctors.
Second opinion. The reason why they sue is the doctors don’t spend enough time with them.
Find the good mentor at your school and look for chances in the States.
Do USMLE as much as you can.
Go research where they are productive and should be good at writing on research.
안과의 기초를 배우기 정말 좋은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아마존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안과 의사인 저자(Tim Root)가 원본을 홈페이지에 공유해줘 마음껏 읽을 수 있다.
“ Tim Root’s quest to make ophthalmology not suck so bad. “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위와 같은 챕터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주제들에 대해 강의가 있는데 하나같이 정말 재밌다.
A5 사이즈로 가벼워 휴대하면서 찾아보기에 유용하다. 교수님이 전공의 시절 썼던 책이라고 하며 빌려주셨는데 유용하게 써서 한국에서도 도서관에서 빌려 안과 실습을 진행했다.
실습 첫날 수술로 바쁜 와중에 교수님과 아래와 같은 대화를 했었다.
“Do you have a book? (Yes) Read it all, okay? “
… “Sounds good~!”
나중에는 연구실로 데려가 본인 책을 빌려주시며 안과의 세계에 한 층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당시 연구실 벽면에 MIT, NYU, John Hopkins, Bascom Palmar 졸업장이 걸려 있어 교수님과 안드로메다 정도의 거리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이 교수님 밑에서 많이 배워가야겠다는 의욕으로 2주를 불태웠다.
첫 번째 실습 때 와본 병원이어서 병원 환경이 익숙했고, 조금 더 자신 있고 적극적인 태도로 외래 혹은 수술 참관의 기회를 찾아갔다. 수술 할 때는 집중해야 해서 전공의들도 잘 못 본다고 얼핏 들었는데 내가 수술 장면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점은 정말 감사하다.
여기선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환자를 20명 남짓 본다고 해서 진료가 여유로울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따라다녀 보니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이번 외래는 small talk도 많지 않았는데 교수님을 따라 바삐 양방을 움직이며 참관했다. 새로 바뀐 Epic EMR 적응기였던 탓도 있을 것이다. (2년 전 우리 대학 병원도 EMR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면서 그때 진료 지연이 심했다고 한다.)
또, 첫날 만난 전공의는 원래 점심을 잘 거른다고 말해서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외과 수술이 길어지면 자동 금식이지만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다른 과는 빵이라도 욱여넣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 (개인적으론 점심은 항상 잘 챙겨 먹어서 식사를 거른 적은 없다.)
또 교수님이 외래나 수술 등 다음 날 일정에 대해서 “ 8시 or 8시 반에 시작하는데 너 오고 싶을 때 오면 돼” 라고 해주셔서 올빼미 체질인 나로선 아침 부담이 적어서 좋았다.
짧은 2주여서 아쉬웠고, 이번 실습도 순수한 호기심에 이끌려 공부한다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지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혹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궁금한 주제를 유영하듯이 탐구했는데 살면서 이렇게 자유롭게 공부해본 적이 또 있나 싶다. 돌아온 지금은 마이너 과목 실습 중인데 한정된 시간 안에서 모든 걸 다 알지 못하더라도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 두 가지라도 확실히 알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해가고 있다. 또, 쉽진 않겠지만 졸업 후 미국에 진출하는 길을 꿈꿀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
막상 당시에는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되돌아보면, 잘 몰라도 눈과 귀로 많이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나중에 좋은 자산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