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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 May 21. 2020

[해외 병원 실습 이야기] 1. 준비하기

Turning Wounds into Wisdom

     본과 3학년과 4학년 사이 겨울 방학은 꽤 오래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이다.

익숙한 우리 학교 가운이 아닌, 낯선 가운을 입고 해외 병원을 흠뻑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선배들이 미국, 러시아, 스페인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며 필자 또한 어딘가로 떠나는 상상을 뉴욕에서 실현해보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지금까지의 여정을 여기 남기겠다. 

 

                                < 선택 실습의 종류 >


1. 해외 임상 실습  

      영어권 지역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홍콩) 

뉴욕행 비행기에서, 2019

             영어로 회진을 돌거나 수술을 참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일 선호되는 방법이다. 겨울에 호주, 뉴질랜드로 간다면 따뜻한 남반구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낼 수 있다. 홍콩은 고려할 당시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곳인데 영국과 비슷한 health system이 존재하고, 당시 홍콩의 Queens Mary Hospital에서 실습을 도전했던 한 학생의 기사를 읽으며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해외 선택 실습을 다녀온 선배들을 찾아 물어보길 바란다. 이 점이 제일 빠르고, 세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후 본인의 잣대로 장단점을 따지며 좁히길 바란다. 필자는 각 나라와 도시, 병원에 대한 검색을 한참 하다 미국 병원 시스템이 궁금했고, 실습 관련한 정보도 제일 많았기에 미국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후 미국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방안도 고려 중이었기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호주 멜버른을 가지 않았을까 싶다. 병원 실습 만족도도 높고 그 외 생활 및 비용적인 측면 또한 매력적이었기 때문)    

동부 : Harvard, Yale, Columbia, NYU, School of Medicine, Cleveland Clinic, CHOP(Children Hospital of Philadelphia), Mount Sinai Hospital을을 포함하여 정말 많다.
서부 : UCLA, Stanford School of Medicine, UCSF,
이외에 Mayo Clinic, MD Anderson Cancer center 도 알아볼 수 있겠다.
Clerkship vs Observership 목적에 따라 지원 가능한 병원이 다르다. 이에 관련해서 정리해준 글이 많으니 찾아보길 바란다.


               이와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것이 무슨 과를 지원할까? 이다.


     당신이 외과의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정신과 의사를 하기 위해 의대/의전원에 입학했는가? 축하드린다. 그 과에 맞춰서 병원을 고르면 된다. 그리고 주의할 점은 한국과 다르게 꼭 유명한 혹은 높은 순위에 있는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전통 있고 학구적인 병원에 가서 경험하는 생각은 정말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1년이 아닌 1달 동안 간다면, 병원, 도시, 언어를 익히는 데에도 정말 빠듯한 짧은 시간이다. 

(당신이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해당 국가 체류 경험이 1년 미만이라면 말이다.)

더불어 큰 도시에 있는 병원들은 대부분 상향 평준화되어 있는 편이고, 놀랍게도(!) 한국인은 잘 모르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정말 유명한 병원들이 많다. 이건 찾다 보면 알게 되니 조급하게 생각하진 말아 주길 바란다.


   반면, 각자의 꿈을 좆아 의학의 길에 서 있지만, 실습을 시작해도 심지어 실습이 다 끝나도 무슨 과를 할지 모르겠다면 반갑다.

나와 같은 부류다.

일단 무슨 과를 하고 싶은지 / 반대로 무슨 과를 절대 안 할 거라서 선택 실습을 마지막으로 다신 안 볼지


→  정말 모르겠다면 여기서부터 생각해보자.

크게 내과 / 외과의 특성을 안다면 다음 문단으로 건너뛰길 바란다.



내과와 같이 환자를 많이 보고 교류하고 싶은가?


      Clinic 외래에서 교수님과 함께 / 혹은 직접 환자 초진을 해보고 싶다. (혹은 궁금하다.)

각 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일반적으로 이 과에는 어떤 나이/성별/보호자 동반 여부 조건의 환자가 많이 찾아오는지 알아보고 싶다.

입원 병동에서 Rounding 회진을 돌아보고 싶다.

미국은 환자를 꼼꼼히 본다는데 어떨지 면밀히 관찰하고 싶다.

그 외에 환자-의사 관계 및 다양한 상황(응급, 윤리적 문제, 보호자와의 관계)을 겪어보고 싶다.

또 수술은 별로지만 Procedure (초음파, 기관지 내시경, 보톡스 등)은 재밌다.

            


외과와 같이 Aseptic을 지키며 수술방에서 스크럽 복을 입고 눈앞에서 직접 수술하는 걸 보고 싶은가?


수술 시간이 길거나 짧을 수 있다. (ex. 이식 외과 vs 안과, 대부분은 짧진 않아서 수술 중에는 계속 서있다.)

수술 준비 과정(소독, 마취)이 반복될 수 있다.

그사이 앉아서 쉬기도 한다.

소아외과, 소장이식 등 본교에서 하지 않는 수술을 볼 수 있다. 혹은 관심 있는 수술을 다른 방식으로 보고 싶다.

수술복 입은 내 모습이 좋다.



      사실, 실습해본 의학도들은 알다시피 각 과의 실습 시간이 생각보다 짧다.

메이저 과목인 내과라 해도 순환기 /호흡기 /소화기 /신장 /혈액 /종양 /내분비 /알레르기 /류마티스 / 등으로 나뉘기에 2주 이상 경험하기 힘들고,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신과 등이 4주간의 실습을 하나 이 또한 무언가를 배우기에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한편, KMLE 문제집은 순환기만 보아도 몇 백 페이지가 넘는 상황에서 실습 기간 동안 해당과 문제집 풀며 공부하는 분들 정말 존경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본과 4학년 서브 인턴 기간에 한 과를 정해서 1달 혹은 2달 동안 그 과에서 직접 환자를 전담해서 면담 회진 기본적인 오더를 내리며 (교수님의 백업 하에) 실질적으로 과를 경험해보는 기간이 있다.

이와 비교해서 혹자는, 한국은 졸업하고 병원 인턴을 해야만 어떤 과가 나에게 맞는지 알게 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1 달마다 바뀌는 과를 돌아가며 일하는 동안 해당과의 분위기를 포함해 전반적인 상황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이 본과 3학년을 지내며 병원에서 실습해도 항상 제대로 배운 것 같지가 않고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선택 실습과 관련한 과를 고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UCLA 의학도서관에서, 2014

일단 종이에 모든 과를 다 써보자.

그리고 정말 관심이 없던 것, 하기 싫은 과부터 지우거나 (Rule out)

혹은

관심 있는 과를 동그라미 쳐서 예선에 합격한 과끼리 새 종이에 다시 한번 적어 (본선) 거기서 더 골라보는 것이다.


  어느 순간, 피상적으로만 인식하고 있었기에 턱 막힐 수 있다. 그럴 때는


Usmlekorea.com 사이트에서 선택 실습을 다녀온 후기를 읽으며 각 과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알아보고, 제일 궁금하거나 재밌을 과를 고르길 바란다.



  혹은 의학도서관에 가 염두에 두고 있는 몇 가지 과의 대표적인 원서 교과서를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해보지 못했지만 어차피 선택 실습을 가면 목차에 있는 질환을 보기 마련이다. 쓱 펼쳐봤는데 머리가 어지럽거나 딴생각이 든다면 흥미가 덜한 과목일지도 모른다.


(물론 제대로 배우지 않고 급하게 넘어가서 어려웠을 수 있다. 이런 부족한 점을 메꾸고 싶은 점 또한 좋은 잣대가 될 것이다.)



     이미 원하는 과가 있었음에도, 임상 실습 후에 생각과 달라 실망했는가? 
  그렇다면 외국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 아래 그 과를 실습해보는 것은 어떤가?


선택이라는 것이 항상 논리적이기보단 때론 감정, 분위기 혹은 다른 가치에 좌우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딱 맞는 결정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 다행히 해외 실습은 길어야 1 달이고, 해당 과보다 영어, 병원 자체, 해당 도시에 더 많이 좌우된다. 더불어, clerkship 으로 지원한다면 한 병원에 2개 이상의 과를 지원할 수 있다.


언제 이 과정들을 시작하는 게 좋은가 묻는다면, 빠를수록 좋다.

3학년 실습이 마냥 쉽고 여유로울 것 같으면서도, 자잘하게 바빠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3학년 8월에 메일을 보내고 신청해도 늦지 않기에 실질적인 준비는 여름 방학에 집중해서 시작해도 좋다. 어차피 결과 또한, 꽤 기다려야 하기에 시기에 대해선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2. 의대협 (SCOPE, SCORE) 교환 프로그램

-KMSA 국제국 https://xn--vk1bu99adxk.com/52 에서 참고

 

     SCOPE(Standing Committee on Professional Exchange)는 IFMSA가 주최하고 의대협이 주관하는 4주 과정의 임상실습 교환 프로그램이다. 외국의 다양한 병원/교육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학생의 지식 및 역량에 따라 매일 이루어지는 의료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SCORE(Standing Committee on Research Exchange)는 4주 과정의 의학연구 교환 프로그램이다. 해외 연구실 교수님의 지도 아래 특정 주제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기초 과학 혹은 임상 프로젝트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3. WHO, UN 국제기구 

     즐겨 보던 영국 약대생 유투버(Wanderjess)가 방학 동안 국제기구에서 인턴십은 한다고 하여 궁금했다.

Cornell University와 같은 학교들은 따로 선택 실습에 안내가 되어있다.

https://international.weill.cornell.edu/weill-cornell-students/global-health-curriculum

아프리카, 파푸아 뉴기니 등의 국가에서 실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Headquarter (Washington, New York)에서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Prevention Medicine, Epidemiology Analysis를 생각해봤지만, Visitor(외부인)에게 주어지는 데이터는 shallow 한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하여 단념하였다.

의학통계 및 역학을 배우기에는 본교가 훨씬 다양하고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4. 연구, 법의학 등 특정 주제

    이 부분에 관해서는 처음에는 고려해보지 못했지만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도 기회가 많다. 국립 과학 수사연구소에서 법의학 선택 실습을 진행하거나, 로펌에서 선택실습을 진행하는 동기들을 여럿 보았다. 교과과정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과목들을 선택 실습 동안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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