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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un 25. 2017

'외우내환' <무한도전>이 맞은 또 한 번의 기회

이효리는 요가 선생으로 나섰다. 그리고 기어코 밀가루를 얼굴에 뒤집어썼다. 김수현은 볼링을 쳤다. 몰래카메라를 곁들였다. 망가지기보단 천진했다. 김수현의 신작 <리얼>은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효리 역시 7월 초 새 정규앨범 출시와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이 방송될 예정이다. 배정남을 비롯해 다수의 게스트가 등장한 '미래예능연구소'도, 서현진이 함께한 '어느 멋진 날' 특집도 게스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특집이었다.

게스트에 찍히는 방점
  

ⓒ MBC


기실 MBC <무한도전>에 홍보를 목적으로 한 게스트가 출연한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갈수록 방점이 '게스트'에 찍힌다는 점에 있다. 그 틈을 타 심지어 박명수의 아내까지 깜짝 게스트로 출연했다. 불과 3주 전 '무한뉴스' 특집을 통해서다. 일각에서는 뷰티사업을 벌이고 있는 박명수의 아내가 방송을 사업 홍보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 '무한뉴스'편에서는 박명수가 롯데타워의 외벽을 청소하는 내용이 방송됐다. 63빌딩을 닦았던 '극한알바'의 연장선상에 있는 아이템일 수 있지만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롯데타워는 MBC가 지난 5월 조기대선 개표방송 당시 거대한 건물 외벽을 이용해 출구조사를 실시간으로 공동 방송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과연 우연의 일치라고 봐도 무방할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심지어 배정남에 대한 갑론을박까지 일어났다. '미래예능연구소'에 이어 '이효리'편과 '김수현'편에 그가 연거푸 출연하면서 고정 멤버로 발탁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았고, 이에 대해 김태호 PD가 해명에 나서야 했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정비례하는 관심이라 볼 수도 있다. '<무한도전> 위기설' 역시 해 마다, 철마다 반복돼 왔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확 다르다. 급기야 종영설까지 제기됐다. 지난 1분기 7주간 휴식 끝에 돌아온 <무한도전>. 이번엔 진짜 '위기'를 맞은 듯 보인다. 지난 22일 한 매체는 <무한도전>이 1시즌을 종영하고 새로운 멤버로 시즌2를 논의 중이라 보도했다. MBC 측은 이에 대해 즉각 '사실무근'이라 못박았다. 그럼에도 파장은 컸다. 과거 종종 제기돼 왔던 위기설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기설도 아닌 종영설까지 불거진 <무한도전> 
  

<무한도전>에 출연해 멤버들에게 요가 시범을 보이고 있는 이효리. ⓒ MBC


잊을만하면 제기되는 위기설부터 MBC라는 방송사를 향한 거부감을 제기하는 시각까지 최근 <무한도전>이 겪은 풍파는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와중에 제작진이 선택한 것이 바로 7주간의 휴지기였고, 이를 발판삼아 꾸준히 제기됐던 시즌제에 대한 의견들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그 사이,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와 하하라는 고정 멤버 외에 어느새 양세형이 고정 멤버 자리를 꿰찼다. 최근 김태호 PD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포털 소개란에 양세형의 이름을 넣어 달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 고정 멤버에 대한 갑론을박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광희의 군복무까지 겹치면서, 5명의 멤버가 이끌어가는 <무한도전>은 확연히 활력을 잃어갔다. 게스트 문제도 연장선상이다. 게스트의 출연이 특집이나 개별 아이템에도 전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인하긴 힘들 것 같다. <무한도전>이야말로 10년 넘도록 캐릭터 쇼와 멤버들의 리얼한 반응과 애드립이 고스란히 전달하는 리얼리티 쇼의 대명사로 방송사의 한 획을 그은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그러나 주축 멤버가 중년을 맞고, 대다수가 가장이 됐으며, 멤버들 모두 더 이상 '대한민국 평균 이하'가 아닌 업계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권력'을 지니게 됐다. 더욱이 최근 들어 '아재예능'이 전 방송사에 창궐하면서 몇몇 특집들은 여타 '아재예능'과 변별력을 잊은 듯도 보였다.

더욱 큰 문제는 과거 <무한도전>이 흔들렸을 때와 다른 일부 반응들이다. 굳건했던 마니아층은 논외로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시청 층이 엷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충성도 높은 시청 층이 과거만 못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종영설은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종영설이 불거진 24일 방송은 지난주 보다 2.4% 하락한 10.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동시간대에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 2부(10.5%)에 따라 잡힌 수치다. <무한도전>은 이 같은 위기를 과거 사례들과 같이 분위기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워 보이진 않는다.

외우내환, 그리고 또 다른 기회  
  

<무한도전> 국민내각 편의 한 장면. ⓒ MBC


종영설이 불거진 지난 22일, 김태호 PD를 포함한 MBC 소속 예능PD 47명은 성명을 내고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예능 PD들은 김장겸 사장을 겨냥해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면서 "웃기기 힘들다.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며 독하게 비판을 가했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김장겸 사장 이하 MBC 사측을 향한 MBC 구성원들의 사퇴 요구와 개혁 목소리는 새 정부 들어 점차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어찌 보면, 박명수의 어록처럼 "늦었다고 생각 했을 때가 가장 늦었다"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미 MBC를 등진 스타 PD, 아나운서, 기자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MBC와 KBS, 두 공영방송의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약속한 사안이다. 공영방송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주장들도 여전하다. 하지만 탄핵정국과 조기대선을 거치면서 MBC를 향한 극도의 불신과 피로감을 호소했던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이라 다행이다"만큼이나 "MBC라서 <무한도전> 버립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10년을 넘게 함께하며 프로그램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 시청자들 중에서도 '이탈'을 감행한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벌써 5년이 흘렀다. 과거 2012년 MBC 노조의 대규모 파업에 동참했던 <무한도전>과 김태호 PD와 제작진, 멤버들에게 쏟아졌던 찬사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여전히 '국민내각'과 같은 반짝반짝한 아이템으로 '국민예능'이란 찬사를 받는 <무한도전>이지만, MBC의 추락과 <무한도전>과의 관계는 채널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사건'이라 할 만하다.

더불어 불안정한 멤버 구성과 함께 몇몇 내적 요인도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중이다. <무한도전>의 역사가 10년이 훌쩍 넘은 만큼, 이제는 새로운 감수성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 예능으로서의 인기와 자부심을 누리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남성 예능', '아재 예능'의 감수성을 지적하는 시선들도 적지 않다.

나이는 둘째치더라도, 활력을 잃은 듯 한 일부 멤버들의 과거와 다른 자세라든지, 반복되는 게스트 출연 특집의 안일함, 중복되는 아이템에 대한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평균 이하 남성'들의 무한도전이란 콘셉트도 사라진지 오래다. <무한도전>이 처한 작금의 상황은 자의든 타의든 '외우내환'일 수밖에 없는 듯 보인다.

결국, 종영설은 사실무근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무한도전>의 향후 향배를 엿볼 수 있는 힌트가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닐지. 이미 <삼시세끼>를 비롯해 나영석 PD가 tvN에서 안착시킨 시즌제 예능의 가능성 말이다. 사실 <무한도전>이야말로 장기 아이템을 비롯해 몇몇 비슷한 아이템을 묶어 시즌제로 활용하기에 가장 용이한 콘셉트 아니겠는가.

예능의 지형이 바꾸고 있다. 시사교양은 물론 예능에서도 지상파는 개혁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더욱이 MBC 역시 안팎에서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반면 광고 완판에서부터 채널 이미지까지 <무한도전>이야말로 MBC 사측이 가장 놓고 싶지 않은 카드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불거진 종영설은 또 한 번의 기회일 수 있다. 7주간의 휴식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성원하는 시청자들을 지키는 동시에 프로그램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무한도전>은 이미 대한민국 예능의 역사를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김태호 PD 이하 제작진과 출연진이 어떤 선택을 하든 박수를 쳐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시청자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무한도전>은 이렇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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