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특집 1) 로타백신 선택 가이드
아이를 막 낳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무렵, 뉴스를 통해 흉흉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산후조리원에 로타바이러스가 돌고 있다’
이틀만 지나면 산후조리원에 입소해야 하는 초보 엄마인 저에게 ‘로타’는 몹시 낯선 단어였고, ‘바이러스’는 어색하고 두려운 용어였습니다. 서둘러 검색을 해 본 결과, 로타바이러스는 ‘치료법이 없지만 백신이 있는’ 일종의 장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산후조리원은 통상 출산 3~7일 후에 입소하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그렇다면 산후조리원에 들어가기 전 이 병원에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산후조리원에서 유행한다고 하니 백신을 미리 맞아야 한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로타 바이러스 백신은 6주 뒤부터 접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산후조리원이 위생에 잘 신경 써준 결과 조리 기간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지만 당시 옆 동네, 앞 동네 조리원에서 로타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례가 나왔는데도 이를 숨겼다는 소식이 접하면서 ‘혹시’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낯설지만 로타 바이러스는 전 세계 아이들의 95%가 만 5세 이전에 최소 한 번 이상 감염되는 아주 흔한 질병입니다. 한 번 감염되면 구토, 고열, 설사, 복통 등 장염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이런 증상이 사실 영유아에게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백신은 국가에서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며 비용을 지원해주는데, 로타바이러스는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되지 않으니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경각심을 갖지 않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매 해 전 세계 5세 미만 영유아 중 45만3,000명이 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다고 해요. 전염성이 강해 집단 감염의 위험이 높고 주로 손이나 입을 통해 전파되지만 공기 중 전파 사례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바이러스인 셈입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9년부터 전 세계 국가에 로타바이러스 백신 의무화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결심하고 병원에 가면 부모들은 또 다시 고민에 직면합니다. 의사선생님이 “로타텍과 로타릭스 중 어떤 걸로 접종하시겠어요?”라고 묻거든요. 로타바이러스를 알게 된 지도 얼마 안됐는데, 약국에 팔지도 않는 전문의약품 이름까지 알아야 한다니... 여러분, 육아는 이렇게나 머리 아프고 고단한 일입니다.
로타텍과 로타릭스는 모두 로타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이지만 투여 기간도, 횟수도, 비용도 다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알아서 잘 설명을 해 주시겠지만 병원에 따라 둘 중 하나의 백신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보호자 역시 각 백신의 특징을 잘 알고 접종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우선 두 백신 모두 ‘주사’가 아닙니다. 로타 백신은 맞지 않고 마십니다.
근데 우리 신생아들…맛이 없으면 뱉거나 토하잖아요. 기껏 돈 주고 예방접종을 했는데 뱉어버린다니, 다시 접종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하지만 각 백신은 구토를 고려한 용량으로 제조돼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다 토하더라도 재접종하지 않습니다. 다만 접종 일정은 지켜야 합니다.
두 백신은 모두 생후 6주 이후부터 투여할 수 있고 다음 접종때까지 4주 이상 간격을 둬야 합니다. 하지만 접종횟수, 용량, 일정 등에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로타릭스는 1가 사람균주 백신입니다.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 영유아에게서 균주를 분리해 백신을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로타릭스는 아이가 6개월이 되기 전(최대 24주)까지 2회 접종 하면 예방이 가능합니다. 로타릭스 제조사인 GSK에 따르면 100% 사람 균주만 사용해 장에서 복제가 잘 되기 때문에 2회 접종만으로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1회 접종 용량은 1.5㎖ 입니다.
반면 로타텍은 사람에게서 분리한 로타바이러스 RNA 조각 1개와 소에서 분리한 조각 10개를 재배열해 만든 백신입니다. 로타텍은 총 3회 접종해야 하며 1회 접종 용량도 2㎖로 로타릭스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로타텍은 5가 백신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 세계 로타바이러스 유발 원인 중 95%를 차지하는 5가지 혈청형을 모두 포함한 유일한 5가 백신으로 예방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대 접종 기간은 32주입니다.
사실 이러쿵 저러쿵 말해도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너무 비쌉니다. 1회 10만~13만원의 비용이 드는 데다 한 번도 아니고 2~3회 접종을 해야 합니다. 아이가 둘이면 50만 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 해야 하는 셈이죠. 아이가 셋이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군요. 그래서 부모님들은 ‘고작 설사 따위를 막기 위해 이럴 일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접종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1세 미만에 어린이집에 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하루라도 빨리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합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지자체별로 로타바이러스 백신 비용을 지원해주는 추세입니다. 보건당국님, 이 기사를 읽고 서둘러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필수화’를 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