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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May 26. 2017

"아랫집도 뛰라고 하면 되잖아, 응?"

김규정이 쓰고 그림 <뛰지마>

"윗집 이 시간에 공사하나. 일 끝나 이제 누웠는데 뭐가 막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리네. 아 이 시간에 세탁기 돌리는 구나. 답 없는 집안일세." - 후배의 sns 글


내가 후배 윗집에 사는 것도 아닌데, 찔린다. 엄청 찔린다. 대체 어느 정도기에 저런가 싶으면서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조심해야겠다 생각한다. 사실 아직까지 한번도 이웃에게 층간소음으로 인한 항의는 받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도 하는 세상이 아닌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은 어떻게든 터지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다. 그걸 듣기 좋은 말로 '이웃간의 배려'라 한다.


층간소음을 막기 위한 엄마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발 뒷꿈치 들고 다녀라", "수면양말을 신고 다녀라", "뭘 하든 소음방지매트 위에서 해라", "우리집은 삼중매트", "밤에 피아노 치면 안 된다" 등등. 어느 집은 이웃의 성화에 못 이겨 이사를 가거나 그런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 아예 1층 집을 구하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은 엄마의 이런 애타는 마음을 알 리 없다.


한창 에너지가 차고 넘칠 때인데 발 발꿈치 들고 노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다. 특히 영하의 기온으로 뚝 떨어지는 한겨울이나 봄철 황사에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엔 엄마도 아이들도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다. 애들은 몸이 근질근질하지, 엄마 눈치는 보이지. 동네마다 주말이면 방방이며 실내 놀이터가 아이들로 꽉꽉 차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윤아, 뛰지 마…꼭 그렇게 쿵쿵 소리를 내고 다녀야 해? 침대에서 뛰지 말고. 소파에서 뛰지 말고."
"왜? 이렇게 신나는데? 뛰는 거 아냐. <아이엠스타>에 나오는 춤 따라 추는 거지. 뛰는 거 아냐. 발레하는 거 보면 몰라?"
"뛰는 것처럼 보이거든? 니가 자꾸 그러면 아랫집 사람들이 시끄러울 수 있잖아."
"그럼 아랫집 사람들도 뛰라고 하면 되잖아. 응?"


이건 뭐 대화가 좀 되는 줄 알았더니 어디서 이런 말장난을. 근데 뭐야? 여기 우리 윤이 같은 친구가 또 한 명 있네?


나는 뛰는 게 좋아. 왜냐고? 심심함을 날려 주니까. 그런데 뛰기만 하면 엄마가 이렇게 소리쳐. "솔아 집에서는 뛰지 마" 내가 뛰는 건 그냥 뛰는 게 아닌데… 내가 뛰는 건 잠자는 공룡을 깨우는 거고 악어랑 놀아주는 거라고. 또 우아한 발레를 하거나, 용이랑 구름 속 비를 털어 내는 거라고. "솔아 비 그쳤다. 나가자"  물론 밖에 나가서 뛰는 건 더 재밌지. 개구리야, 너도 나랑 같이 뛸래?


그림책 <뛰지마> 속 이야기다. 물웅덩이 속에서 맘껏 뛰는 솔이의 모습을 보니 절로 흥이 난다. 집에서는 "뛰지 말라"고 소리치던 엄마도 물웅덩이 속에서는 아이처럼 즐겁다. 솔이와 엄마가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 얼마나 속시원하고 흥겨운지. 당장 비가 왔으면, 그래서 나도 애들이랑 뛰어 나가 놀고 싶을 정도다. 뛸 수 있을 때 충분히 뛰게 해주자. 집에 돌아왔을 때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이웃과 인사하기, 참 어렵지만]


'엘리베이터는 이웃과 인사하기 좋은 공간입니다.'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글귀다. 얼마나 이웃간에 인사를 하지 않으면 저런 문구를 붙였을까, 싶다가도 나부터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자연히 아이들도 이웃에게 인사 하기를 주저한다. 층간소음 이야기 하다 갑자기 웬 이웃간에 인사냐고? 이웃간의 관계가 우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우선 누군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육아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부모가 먼저 인사하면 아이들도 달라진다"는 조언을 따라해봤다. 한동안 얼마나 열심히 인사를 했던지. 큰아이는 마음과 표현이 엇박자를 타는 아이인지라 별로 효과는 못 봤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알겠지.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사는 것보다 이웃이 있어 좋은 일이 더 많다는 걸. 나도 그랬으니까.


- 이 글은 베이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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