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의 우리도 그랬을까?
음마, 나 커서 하고 싶은 거 있어.
- 응? 어떤 거?
약사 하면서 축구선수할 거야! 멋찌지?
- 와 멋진 꿈이다. 왜 약사랑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약사가 되면 음마 아프지 않게 약도 만들어주고 음마 오래 살게 해 줄 수 있쟈나
축구선수가 되면 발로 뻥 공을 잘 차서 골인하면 음마가 티비로 봐아 나 멋찔거야
다섯 살은 한계가 없다.
한계를 모르고 그저 모두 된다고 말한다.
우주로 가고 싶어 했다가,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 했다가,
도시마다 집을 지어 놀러 다니고 싶다고 했다가,
갑자기 현실로 돌아와
"사실 가장 원하는 건 막대사탕이야."
하며 엄마의 손을 편의점으로 잡아 이끈다.
나도 아이처럼 다섯 살이었다.
다섯 살의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던가?
마흔은 고작 서른다섯 해 차이인데, 나는 벌써 신중해졌다.
하고 싶은 걸 현실에 맞춰 낮춰도
또 하고 싶은 것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아이는 상상으로 미래를 넓히고,
나는 한계로 오늘을 줄인다.
그러지 않으려 애쓰며 다시 잃어버린 나를 찾아간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에게 묻는다.
우린 무엇이 되고 싶은가?
우린 꿈이 있는가?
우린,
오늘을 그저 살아내고 있는 것일까?
이대로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