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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작가 Sep 30. 2020

#01. 비교의식을 가질 필요없는 이유

젊음은 우매해도 미래가 밝으나, 늙음은 현명해도 미래가 어둡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여행할 때였다. 우연히 길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한 가족을 만났다. 그들은 사진을 찍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매콩강 건너로 넘어갔다. 당시 매콩강에 놓여진 나무다리를 건너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예뻤고, 급하게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았다.


  위 사진은 원본사진을 잘라서 재구성한 사진이다. 앞서가는 분은 아이의 할아버지였고, 아이 뒤로는 엄마와 아빠가 따라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이 사진을 바라보니, 재밌는 현상이 눈에 보였다. 할아버지는 큰 나무로 인해 생긴 그림자 위를 걷고 있었고, 아이는 반대로 그림자가 없이 비춰진 밝은 곳을 걷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앞서 가는 할아버지는 상대적으로 밝은 옷을 입고 있었고, 뒤따라오는 아이는 상대적으로 어두운 옷을 입고 있다. 이 장면을 곰곰히 바라보며,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나이를 먹으면 아는 것이 많아지고 경험도 많아서 현명할 수 있지만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너무 많지만) 반면에 살아갈 날이 많지 않아, 앞으로 걸어갈 미래가 밝지 않다. 반면에, 어릴 때는 아는 것도 없고 경험도 부족해서 어두워보일 수 있지만 (물론 안그런 아이들도 많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기에 어른들보다 상대적으로 미래가 밝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아이의 시선에 보았을 때, 어른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가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젊고 어린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자유라는 이면에는 크나큰 사회적 책임감이 무겁게 어깨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아무런 부담없이, 뭘해도 가능성이 풍부한 젊은이들이 부러울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늘 하는 이야기, '공부가 제일 쉬워' 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이 아닐까. 실제로도 공부가 제일 쉬운 것 같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공부가 살면서 마주한 가장 어려운 것이겠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가 서 있는 곳에서, 나와 다른 곳에 위치한 누군가를 바라볼 때,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끼거나 부러움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사실 우리가 알지 못한 이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편견으로 인해 생기는 착각에 불과하다.


  당시 나는 다른 여행자들보다 절대적으로 훨씬 적은 돈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숙식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던 나는, 액티비티도 즐기고 먹고 싶은 것도 다 먹는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불평하고 원망했고, 회의감에 사로잡혀 여행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풍요롭게 여행을 하는 경험보다, 가난하게 여행을 하는 경험이 사실 더 경험하기 어렵다. 돈이 많아도, 가난한 척 아끼며 여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생존에 대한 절박함과 돈에 대한 가치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는 것까지는 쉽지 않다. 돈이 없는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그 순간들 덕분에, 나는 오히려 배운 것들이 더 많았다. 그러한 배움은 돈이 많았으면 절대로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이었다.


  그래서 비교하는 마음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남들과 비교하며 분노할 시간에,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훨씬 낫다. 내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어차피 아무리 많은 것들을 갖고 있어도,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며 상대적인 박탈감 가운데서 살아가게 됐다.


  만일 누가 나에게 스스로 서 있는 곳에 대한 이해도 깊고, 내가 서있지 않은 곳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면, 너는 앞으로 어디를 좋아하고 선택할래?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한다.


  지금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게요. 어딘가에 서있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지금 왜 이곳에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사진 / 글 이정현


#철학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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