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네가 낯설게 느껴졌다. 만나기만 한다면 마치 4년 전에 멈춘 영상이 다시 재생되듯 자연스러울 줄 알았단 말인가.
네가 그간 보내야 했을 고됨과 즐거움, 너만의 시간들이 얼굴에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차마 얼굴을 마주 볼 수 없었다. 그 사이의 간극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래 너의 말처럼 내가 이제 와서 얼굴을 다시 비친 것은 죽을병에 걸려서이거나 또 한 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간 서로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 아마 영원히 각자의 길을 걷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런 우리가 어떻게 다시 여기 이 자리에 마주 보고 있게 되었던 것일까.
그래 맞다. 다 내 책임이다. 내 망할 놈의 욕구들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다. 새로움에 대한 욕구, 너를 떠나 내 인생에 무언가 더 다채로운 것을 채울 수 있을 거라는 망상들.
하지만 내 삶을 언제까지고 그런 설렘과 새로움만으로 채울 수 없다는 것과 내가 바라는 삶의 모형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곳에 네가 있었다.
나는 어쩌면 삶에서 원하는 것을 조금 더 뚜렷이 보게 되었거나, 다음의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네가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내가 이 자리로 되돌아옴을 회귀라 부르는 대신 진행이라 불러도 될까.
내가 걸어야 할 길을 걸어야 했을 뿐이라고, 조금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길을 걷고 나서야 너를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고.
어쨌거나 나에게는 너 이상의 시간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