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릉원 석굴암 불국사
두바이에서 온 손자들에게 경주를 보여 주고 싶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경주를 간 것은 중학교 수학여행 때이니, 아주 오래되었다.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고, 혼자 세 아이를 데리고 가는 부담이 있어서 사전 답사를 하고 일정을 만들었다. 첫날은 아침 일찍 도착해 국립 경주 박물관과 개인적으로 보여 주고 싶은 오아르 미술관을 가고, 그다음 날은 경주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결정했다.
6월 말 많이 덥지는 않았지만, 도착한 날 오후부터 비가 와서 차가 없는 우리는 빗속을 많이 걸어 다녀야 했다. 결국은 다*소에서 비옷을 하나씩 사서 입고 돌아다녔다. 유명하다는 황남빵을 먹고 황리단길을 걸으며 두리번거리고,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걸어 다녔다. 숙소까지 가는 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더 가요?”를 열 번쯤 물어본 후에, 우리는 마당이 넓고 예쁜 한옥 숙소에 도착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 아이들과 함께 그곳에서 찍은 사진으로 PPT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고, 재미 삼아 등수까지 매겨 용돈을 주기로 하였다. 채점 결과에 불만이 생긴 둘째는 다음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둘째가 문제 삼은 것은 형이 PPT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할머니와 자신의 사진으로 장난쳤다는 것이었다. 추억을 기록하는 데만 집중하면 좋았을 텐데, 경쟁을 붙여 세 아이를 줄 세운 셈이었다. 생각 없이 하는 할머니의 행동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여름에 만들었던 PPT를 다시 보며 아이들과 경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경주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첫째는 “석굴암, 스님 상이 멋있고 신기했어요.”
둘째는 “무덤, 무덤이 너무 많았어요.”
셋째는 “큰 무덤이 많았고 그 안에서 나온 신기한 보물들, 금으로 만든 왕관이 멋있어요.”
“경주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첫째, ” 비가 와서 발이 다 젖었는데, 축축한데 계속 걸어서 힘들었어요.”.
둘째, ” 아침에 일어나기가 귀찮았어요.".
셋째, “숙소를 찾아갈 때 많이 걸어서 힘들었어요, 비도 오고."
첫째는 하나를 더 이야기한다. 숙소는 편하고, 옛날 느낌이 있어서 좋았는데 “와이파이가… 잘 안 됐어요.”
“경주를 보고 나서 아쉬웠던 것은?”
첫째, “선덕여왕이 만든 절이 나중에 불타서 작아진 것이 아쉬워요.”
둘째, “석굴암 가까이 가지 못해서 실망했고 유리 벽이 있어서 뒷모습을 볼 수 없었어요.”
셋째, “숙소 방이 너무 작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닭강정, 비 오는 날 먹은 컵라면, 일본식 스테이크가 맛있었다고 한다. 투어 중에 방문했던 특이한 식당 주인의 이야기를 두 아이가 PPT에 써 놓았다.
“내년에 캐나다 사촌이 한국에 오면 경주에 가려고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말을 한다면?”
첫째, “많이 걷지 않게 해 주세요.”
둘째, “투어버스는 좋았고, 여름에 더우면 손선풍기를 준비하도록 얘기해 주세요”
셋째, “편의점에 맛있는 거 많다고 얘기할래요,”
가족 카톡방에 남긴 나의 총평
경주 여행을 동행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남깁니다.
비가 오는 날, 옷이 다 젖고 힘들었는데도 2.8km를 걸어 숙소로 갔습니다. 그다음 날은 지루할 수도 있는 역사 이야기를 집중해서 잘 들었고, ppt를 제안했을 때도 열심히, 완성도가 높게 만들어서 할머니가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또한 둘째는 할머니가 출근하면서 부탁했던 책 읽기와 ppt 만들기를 미루지 않고, 먼저 하는 좋은 습관을 지니고 있어서 놀랐어요.
모두 수고하셨어요.
첫째 ppt : 내용이나 현장에서 들은 내용, 자기 생각을 잘 표현했어요. 내 사진과 동생 사진을 이상하게 편집해서 올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내용만 생각했습니다.
둘째 ppt: chat GPT 사용을 허락했었고, 찾은 내용은 좋았지만, 자신이 느낀 점을 간단히 써서 아쉬워요. 다음에는 자기 생각을 더 표현해 주세요.
셋째 ppt: 디자인이나 생각이 오빠들과 달라서 특이하고 인상에 남는 ppt였어요. 나중에는 좀 더 깊이 있고 재미있는 ppt를 기대할게요.
첫째의 PPT
둘째의 PPT
셋째의 PPT
오늘의 정리
*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우리는 여름 날씨보다 더 덥고 뜨거운 추억을 만들며 지낸다.
* 한국 사회에 만연한 줄 세우기를 하지 않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야겠다.
* 다음 주는 동화책을 읽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