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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쇼츠와 함께한 40분

특별한 과외 선생님

by 영동 나나

� 여름 방학 후 첫 만남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머물다 두바이로 돌아간 손주들과 첫 줌 만남이었다. 두 달간 있으면서
전시회, 박물관, 영화를 보고, 고수동굴, 경주와 전주를 여행하며 한국의 매력을 실컷 맛보고 갔다. 또한 저녁 산책길에 빠질 수 없는 장소가 다*소와 동네 문구점이다. 아이들은 변화가 별로 없는 두바이 생활에 비해 모든 것이 쉽게 구해지고 다양한 놀이와 물건이 있는 한국을 좋아했다. 한편으로는 학년이 올라가고, 다시 규칙적인 학교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새 학년 이야기를 듣고 싶어, 줌 링크를 보냈다. 세 아이가 제각각 접속하느라 시간이 걸렸고, 막내는 한참 딴짓을 했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잠시 틈을 타서 쇼츠를 보고 있을 것이다. 아이패드가 손에 쥐어지고 인터넷이 가능한 곳에 가면 호시탐탐 다른 세상과 연결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이번 만남의 주제는 “재미있는 쇼츠 소개하기”였다.

첫째가 고른 영상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왜 이걸 골랐어?”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이에요.”
“무슨 뜻이야? 왜 유행이야?”
“몰라요.”

몇 번을 아이들과 같이 보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왜 유행하는지 알아봐 줄래?” 하고 부탁했다. 손주는 지금 세상을 보여주는데, 나는 옛날이야기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https://youtube.com/shorts/tIaqSDkbMZw?si=5txc5sHLEiXE2DFa



둘째의 영상은 아프리카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미래의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장면이었다. “엔지니어요!” 하는 소리에 이어, 한 학생이 “테러리스트!”라고 답했다. 우리는 모두 깔깔대며 웃었다. 둘째는 우리의 웃음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저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장난으로 “손흥민처럼 되면 할아버지 용돈 좀 드려.”라고 했고, 아이는 웃으며 “네!”라고 답했다.


https://youtu.be/XTO2 ZQG12 ME? si=TUo5 cVgUblzOFdzo




셋째가 가져온 영상은 틱톡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여학생이 남자 얼굴 사진을 자기 얼굴 위에 놓고 춤을 추는 영상이었다.
“왜 그 영상을 골랐니?”
“춤추는 걸 좋아해서요.”
“너도 춤 잘 추잖아, 네가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 것 같아?”
“힣!”

짧은 영상 하나로 온 가족이 빵 터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영상 공유를 하다가 소리가 나오지 않자, 둘째가 말했다.
“할머니, 화면 공유할 때 왼쪽 아래 ‘소리’를 클릭하세요.”라며 의젓하게 가르쳐 주었고, 또 이번에는 연재를 위한 자료 준비가 필요해서, 녹음 기능과 스크린숏 찍는 법까지 손자들에게 배웠다. 손주가 선생님이 되고, 나는 아이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었다. 아뿔싸, 스크린숏을 찍기는 했는데 어디에 저장되는지 찾지를 못하자, 둘째는 카톡으로 자기가 찍은 사진을 보내준다.


세 아이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설명했고, 집중하지 않는 아이를 위해 부연 설명도 한다. 첫째는 증조할머니 소식을 꼭 묻고, 또 다른 아이는 동생을 채근해 참여를 유도했다.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제일 난감한 답이 ‘몰라요.’이다. 오늘도 여러 번 “몰라요.”라는 답을 하였고, 나는 아이 안에 숨어있는 말, 마음을 꺼낼 질문을 만들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몰라요.” 대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겠다.




� 오늘의 정리


오랜만이라 집중이 쉽지 않았지만 둘째가 가져온 쇼츠로 큰 웃음을 얻었다.

줌 사용법 몇 가지를 새로 배웠다.
농구하다 뼈가 부러진 친구 이야기, 수업 첫날 쫓겨난 아이 이야기 등 학교와 친구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 주는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소크라테스는 행복했을까?”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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