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철학
아이들과 줌 수업을 하는 날이다. 할아버지가 택한 이야기는 소크라테스에 관한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소크라테스를 어떻게 이야기하려는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어른과 소크라테스를 이야기한다면 나훈아 씨의 ‘테스형’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시작할 텐데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소크라테스가 누구니?”
“철학자요.”
“철학자가 뭐 하는 사람이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요.”
“응…. 공부하는 사람이요.”
“소크라테스를 어떻게 알았어?”
“와이(WHY) 책에서 봤어요.”
할아버지는 찾아놓은 소크라테스에 관한 동화를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그 내용은 소크라테스는 어린 시절부터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였다. 그는 배고픈 거지, 무거운 짐을 나르는 노예, 부유한 주인, 아름다운 아가씨 등 각자의 조건에서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은 외부가 아닌 '우리 안에' 있음을 알게 되고, 이후 평생을 철학자로 살며, 이 깨달음을 전했다는 이야기였다.
동화를 본 뒤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는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
“잘 먹고, 젊고, 돈 있고, 남자고, 하루 종일 놀고먹는 거요.”라며 웃는다. 아이들 생각에도 자기들 말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듯하다. ‘젊고…’라는 말을 할 때는 할아버지를 의식해서인지 말꼬리를 흐린다.
"너희는 행복해?"
"아니요, 전 배가 고파서 아무 생각이 안 나요. 행복하지 않아요!"
“지금 행복해요, 왜냐하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놀 수 있으니까요”
“아이돌과 같이 살면 행복하게 살 것 같아요.”
“아이돌이 누구야?”
“아이돌이요? 케이팝이요.”
“그럼, 너희 집이 케이팝 집이 되겠네.”
"히히"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대화이다.
다시 아이들에게 물었다.
“소크라테스는 행복했을까?”
“행복이 뭔지 아니까 행복했을 것 같아요.”
“아무 죄도 없이 죽어서 불행했을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진짜 모르겠다. 그게 철학이다. “
할아버지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해 주고, 그 말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라는 고백이자, 계속 묻고 배우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이야기해 주며 마무리를 하였다.
�오늘의 정리
아이들은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배고프다며, 먹을 것이 필요해서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철학을 이야기하기 전 간식을 먹고 시작했야 했다.
손자들이 배고플 때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어서, 할아버지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아프지 않아서, 친구와 축구할 수 있어서 오늘, 지금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할아버지의 엉뚱한 대답을 듣고 어이없는 웃음을 웃을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다음 주는 단어 10개로 문장 만들기를 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