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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공평

공정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by 영동 나나


‘공정’이란 단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을 해도 억울하다고 느끼는 둘째 손자 때문이었다. 첫째는 나이가 많으니, 능력이 더 있는 것 같고, 셋째 여동생은 막내라고, 여자아이라고 봐주는 주변의 분위기가 있다. 그 사이에 낀 둘째는 불만이 많다. 자상하고 세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더 예민한 것 같기도 하다.

지난여름 경주에 다녀온 후 아이들이 PPT를 만들고,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가 1, 2, 3등을 정하고 상금을 준 적이 있었다. 둘째는 그 등수 매김이 ‘공정하지 않다.’라며, 그 후 박물관을 다녀와서 만드는 PPT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이 ‘심사 위원’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심사를 맡길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진행 과정을 도와 달라고 하였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공정과 공평에 대한 정의와 손자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처음 이야기는 케이크였다.

“같은 크기의 케이크를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에게 하나씩 나눠주는 건 공평한 거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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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야, 너희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할아버지는 당뇨가 있어서 한 조각을 다 못 드시고,

엄마는 다이어트 중이라 참고 싶을 때가 많고,

할머니는 크림을 좋아해서 두 조각도 먹을 수 있어.

그럼, 이 케이크 나눔은 공정한 걸까?”


공정 (2).png

“이렇게 크기가 다양한 케이크가 있어서, 각자에게 맞게 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면 공정하지 않을까? “

우리 집에서 케이크를 먹을 때 할아버지는 맛만 보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실감이 났을 것이다. 둘째는 이 이야기 끝에도 한마디 했다. “ 할아버지는 당뇨 때문에 맨 날 맛없는 것만 먹어요.”



두 번째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실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이야기해 보았다.

“만약 친구가 다리를 다쳐서 빨리 못 걷는데,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강당에 도착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공정할까?”

첫째는 “다른 애들도 다리를 다치게 하면 되죠!”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장난스럽게 한다.
둘째는 “그 친구를 5초 먼저 출발시키면 돼요.”

셋째는 “가방을 들어줘요.”라고 말했다.


그다음은 8개의 과자를 5명에게 나누는 문제였다.

첫째는 가루를 내서 5명에게 같은 무게로 나누어 준다고 하고,

둘째는 한 개씩 주고, 세 개를 6조각 내서 다시 한 조각 주고 작은 한 조각을 또 나누고, 또 나누고 종이를 꺼내 계산하고 있다. 지난여름 방학 때 산수 문제집 두 권을 풀게 한 내가 잘못한 거다. 이 아이는 응용문제로 접근을 했다.

셋째는 한 개씩 주고, 세 사람을 더 불러서 한 개씩 주면 된다고 했다.

누가 더 공평한 것이고 공정한 것일까? 나도 여기선 헷갈린다.



아이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 주었다. “아! 이거 봤어요, 알아요.” 한다. 아이들은 이미 이 사진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


공정 (3).png

나는 이 사진을 그들의 인터넷 사용과 비교해서 이야기했다. 인터넷 허용 시간을 2시간으로 허용하면, 누군가 숙제가 많은 사람은 억울할 것이고, 학년별로 프로젝트에 따라 차등해서 인터넷을 허용하면 어떨지를 이야기했다. 마지막 그림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터넷 사용 시간의 제한을 없애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말이 되는지 모르지만, 아이들 스스로 인터넷 사용 시간을 조절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주변의 공정과 공평에 대해 본 것을 이야기해 보았다. 지하철의 좌석 구분을 이야기하고, 시력이 안 좋은 학생은 앞에 앉도록 하는 것, 장애인 전용 주차장, 전시관에 점자로 쓰인 설명문이나 모형을 말하였다.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할머니, 게임에서 얻은 굿즈를 친구에게 팔았어요.” 생각보다 큰돈을 받았다고 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것을 모으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게임에 대해 모르는 나는 “그 거래가 공정한 거니?”라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정리

1. 수술 8일 후 할아버지는 퇴원했다. 빨리 수술받고 잘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병원 예약과에서 공정한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예약을 만들어 준 그분을 찾아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순간 눈물이 났다. 공정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2. 아이들에게 ‘공정한 거래’라는 것을 다시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3. 오늘도 둘째는 형이 약속을 안 지키고, 차의 앞자리에 앉는다며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다음 주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 소개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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