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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은 어때요?

조용필과 케데헌

by 영동 나나

차 안에서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 보면 세 남매는 늘 다툰다.
할머니는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들어보고 이야기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늘 공평하지 않다고 느낀다.

“형은 맨날 자기 노래만 들어요!”
“지난번엔 쟤가 좋아하는 것만 틀었잖아요!”

결국 싸움으로 이어지고, 각자 이어폰을 꽂은 채 자기만의 세상으로 가 버린다.



나는 두바이에서 25년을 살아 한국 문화와의 단절을 느낄 때가 많다.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기에 한국에서 유명했던 책이나 음악, 영화 중 모르는 것이 많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취향이 고정되어 있다. 가끔 손자가 “할머니. 이 음악 좋지요?”하면 솔직히 감흥이 없다. 열심히 듣고 같은 감정을 느껴 보려고 하지만 어렵다.



이번 주에는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미리 보내달라고 했다.

첫째는

Metro Boomin, Future, Chris Brown - Superhero (Heroes & Villains) (Visualizer)

둘째는

Yung Kai - Blue

https://www.youtube.com/watch?v=IpFX2vq8HKw&list=RDIpFX2vq8HKw&start_radio=1

셋째는

ALLDAY PROJECT (올데이 프로젝트) - FAMOUS | Show! MusicCore | MBC250712방송

을 보내왔다.

나는 조용필 씨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골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CHxHw5_1jGA&list=RDCHxHw5_1jGA&start_radio=1

줌을 시작하며 차례로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소개해 보았다.


첫째는 자신은 랩을 좋아하며, 이 곡에 나오는 래퍼의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내가 마지막 부분이 좋다고 하니까 Chris Brown인데 아주 유명하다고 한다. 줌이 끝나고 그에 대해 찾아보았지만 내가 아는 노래는 없었다. 그의 생활을 보면 음악적 재능은 뛰어나지만, 친구로 사귀겠다고 소개한다면 말리고 싶은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둘째는 이 곡이 “그냥 좋아요.”라며 대답을 짧게 한다. 이럴 땐 반대로 물어야 한다. 다른 곡은 왜 좋아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K- pop은 춤을 많이 춰서 싫고, 랩은 빨라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형이 고른 랩 음악을 들으며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탄다.


셋째는 새로운 혼성 그룹이며, 타잔이란 멤버는 발레를 전공한 사람이고, 우찬은 ‘show me the money’에 출연했으며, 누구는 롯데 광고에 나왔고, 애니라는 여성 멤버는 신세계의 손녀라고 했다. 역시 쇼츠를 많이 보는 아이답게 정보를 꿰뚫고 있다. 좋아하는 이유는 데뷔전에 다양한 준비를 한 사람이라서 좋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조용필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이 노래 어때?” 물었더니 첫째가 대답했다.

“중2병 걸린 사람 같아요.”
“그게 무슨 뜻이야?”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느낌이에요.”

둘째는 “내레이션이 많아서 별로예요.
멜로디는 좋은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셋째는 “이 노래 알아요! 엄마 차에서 들었어요. 나는 좋아요.”

세 아이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우리가 다 같이 좋아할 만한 곡을 추천해 달라고 하였더니,

‘Here with Me’ d4vd - Here With Me [Official Music Video], 애국가, 케데헌의 ‘골든’을 소개한다. 애국가는 억지 추천이고, 다른 곡들은 몇 번을 들으면 흥얼거릴 수 있는 익숙한 멜로디였다.

일 년 반 정도차이가 나는 아이들이지만 자신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가 달랐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랩 가사의 불만과 풍자, 어두운 이야기, 팝 음악의 부드러움과 사랑, 이별을 들으며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돌과 함께 살면 행복할 것 같다는 막내는 유명한 아이돌의 앨범과 사진, 응원 봉을 가지고 있고, 방 벽은 여자 아이돌 사진으로 가득하다. 줌을 하는 동안에도 K-pop 댄서들처럼 손가락 움직임이 현란하다. 내년 여름 한국에 오면 SM 사에 꼭 가보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가지고 있다. 친구를 통해, 몇 번 들었던 음악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주 듣게 되고, 쇼츠를 통해 정보를 얻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음악을 접하고 있었다.


자신의 취향대로 다른 길을 가는 아이들을 보는 것 같다. 다른 길을 가며 힘들지만 가치가 있는 길이 되기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 일지, 어떤 모험을 만나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기대가 된다. 그들이 살게 되는 세상은 음악과 영화, 공간과 현실이 혼재하는 몇 개의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세상을 사는 것인지, 세상이 나에게 들어와 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미래가 우리 아이들 앞에 있다.




오늘의 정리

1 같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진다는 것이 신기하다.

2 조 용필 씨 나이를 맞혀 보라는 내 말에 40대부터 70대까지 이야기를 했다. 할아버지와 동갑이라고 얘기하자 그들은 정말 놀라는 표정으로 말한다. “우리 할아버지는 노래 잘해요?”

3 요즘은 케데헌의 세상이다. ‘이재’와 ‘루미’는 ‘이심 이체’가 하나로 살아가는 새로운 인격이다. 루미의 삶이 이재의 현실이 되었고, 이재의 삶이 루미를 만들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많은 부캐를 가지기도 하고, 다양한 인격과 외모를 가지고 옷을 갈아입듯이 상황, 장소, 시간에 따라 다른 인격을 보여 줄지도 모른다.


다음 주는 고사성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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