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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가 뭐예요?

눈(SNOW)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

by 영동 나나

며칠 전 두바이에 사는 딸은 아이들이 돌보미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아이들과 줌을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항상 그렇듯이 사람도 일도 한꺼번에 갑자기 몰려오고 몰려간다. 그럴 때 사업을 하며 어린 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를 돌보는 일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부탁받고 평소에 해 보고 싶었던 시를 주제로 이야기하기 위해 두 개의 시를 찾았다.

"오늘은 동시를 읽어 볼 거야."라며 시작을 하려니까, "동시가 뭐예요?" 한다.


‘유리창’은 초등학교 4학년이 지은 동시이다.






유리창


빡빡, 덜컹덜컹, 뽀드득뽀드득,

열심히 유리창을 닦고 있어요.

언니는 빡빡,

오빠는 덜컹덜컹,


떠들며 웃으며

닦아 놓은 유리창,

우리 창이 없어졌나,

깜짝 놀랐죠.


닦을 때는 힘들어도

보기 좋아요.






이 동시를 읽고 첫째와 둘째는 ‘빡빡, 덜컹덜컹, 뽀드득뽀드득,’ 이런 표현이 재미있다고 하였고, 막내는 ‘우리 창이 없어졌나’ 하는 문장이 좋다고 한다. 학교에서 동시를 지어 본 적이 있느냐고 하니,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청소를 한 적이 있는지, 하고 난 후의 기분은 어떤지를 물었더니 쓰레기통을 비우고 설젖이를 하며 용돈을 받기도 하고, 자신의 방 청소를 하고 나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한다. 이 어린이도 그런 기분을 쓴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시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음은, 이 오덕 선생님의 ‘눈’이라는 시를 같이 읽어 보았다. 첫 문장을 읽고 어떤 분위기인지를 이야기해 달라고 하니, 아뿔싸! 세 아이 모두 눈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단다. 두바이에서 태어나 여름에만 한국을 다녀간 아이들은 눈이 내리는 것도, 눈이 쌓여 있는 것도 실제 본 적이 없었다. 눈을 보기 위해 이번 겨울에 오고 싶단다. “아니야, 얘들아, 방학이 너무 짧고 돈도 많이 든단다.” 속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며 다시 시를 읽는다.






이오덕


하늘 높은 곳에서 눈송이가 내려오며

동네 풍경을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살펴본다.

추워서 아이들이 나와 놀지 않아 텅 빈 놀이터

돌지 않고 서 있는 회전 그네

빨간 아기 볼에서 녹아보는 건 어떨까…….

쫓겨가는 산 노루의 발자국을 감춰주고자 덮었단다.






둘째는 눈이 오면 신나서 놀이터에 가서 막 뛰어놀 것 같은데 왜 비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막내는 아기 볼에 눈이 내리면 차가울 것 같다고 한다. 또한 산 노루의 발자국을 감춰주는 표현은 눈이 쌓인다는 것을 잘 상상하고 있었다. 아마도 사막을 걸으며 자신이 걸어온 발자국이 다시 모래로 덮이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분의 시를 감상한 우리는 ‘사막’에 관해 세 줄 쓰기를 했다.


첫째의 사막

끝없는 모래길 위에

바람이 쌩쌩 불고

햇빛이 나를 내려다본다


둘째의 사막

사막은 덥다

밤에 가면 별을 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가면 즐겁다


셋째의 사막

모래가 바다처럼 반짝이고

해님이 웃으며 인사해요

낙타가 느릿느릿 걸어가요


할머니의 사막

아무도 없는 사막은 나를 슬프게 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막은 나를 기쁘게 한다.

가족과 함께 있으면 사막은 사막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생각해 낸 표현이지만 사막에 관한 자신의 느낌을 알게 해 주었다. 사막을 ‘더운 곳’’삭막한 곳’으로만 생각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직은 내가 시키면 따라주는 손자들이 고맙다. 게임과 SNS 속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려는 노력 중의 하나이다. 코로나 시기에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라 아이패드나 태블릿이 없으면 공부도, 생활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

전자기기를 내려놓고 책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시간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소중하다.



오늘의 정리

좋은 시를 미리 찾아 두어야겠다. 시를 읽는 시간보다 느끼는 시간을 길게 가져봐야겠다.

세 줄 쓰기 같은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아이들도 좋아했다.

다음은 짧고 재미있는 동화를 함께 읽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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