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닭동 케이크 보물섬 지도
연년생인 세 명의 손자를 만날 때마다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공평’이다. 무심하게 대하다가 섭섭한 사람을 만들까 봐 빠르게 상황을 생각하곤 한다. 공정까지는 못 가더라도 최대한 공평하게—그게 할머니의 마음이다.
이번 줌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불평이 생기지 않도록 나름 노력했다. 공평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다른 공간에 있도록 부탁했고, 같은 크기의 종이를 준비하고, 시간을 3분으로 정해 다음 사람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주고, 그림 설명은 마지막 사람이 하기로 했다. 한 장은 세 칸으로 접어 동물의 다리, 몸, 머리 순으로 그릴 것, 다른 한 장은 3단 케이크를 미리 그려 놓고, 마지막 한 장은 보물섬 지도를 자유롭게 그리도록 부탁하였다.
미리 A4 용지와 크레파스를 준비하라고 부탁했지만 역시나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고, 남자아이들은 공책을 그 자리에서 찢어서 사용하였다. 다행히 손녀는 색 사인펜 하나를 가지고 와서 손녀가 그린 부분만 그린 색이다.
동물 몸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그리기
첫째가 그린 발 부분이 전혀 닭발 같지 않았는데, 둘째는 닭의 몸을 생각하며 털을 무수히 그렸고, 막내 손녀는 리본을 한 귀여운 닭으로 만들어 놓았다. 닭의 이름은 마이 멜로디, 닭, 동물을 줄여 마닭동이라고 한다.
3단 케이크 장식하기
둘째가 시작한 케이크를 첫째가 마무리했는데 누구를 위한 케이크이냐고 물으니 막내 생일 케이크 라고 한다. 생일은 지났지만, 가족 중 막내를 생각해서 그렸다는 것이 기특하다. 첫째가 그린 맨 밑단에 축하하는 가족들이 그려져 있는데 꽃장식은 하였지만, 표정은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
보물섬 지도 그리기
막내가 시작한 보물섬 지도가 제일 어려웠다고 했다. 섬이라고 초록색으로 나무만 듬성듬성 그려 놓았고, 둘째가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 놓았다. 상어 지역을 지나는 위험도 있었고, 먼 길을 돌아 금을 발견하고 섬을 떠나는 그림인데, 마지막으로 그린 첫째는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살겠다며 멋진 자기 집을 그려 놓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질문이 많았다. “네 맘대로, 생각나는 대로 그리는 거야.”라고 이야기를 하니 조용히 집중하며 그린다. 마지막 그림을 보며 자신의 처음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재미있어했다.
오늘 만남의 시간은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고, 한 사람의 작업이 아니고. 각자의 생각이 드러나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은 평가받는 것을 싫어한다. 아이고 어른이고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집중할 때 즐거운 것이다. 평가보다 과정이 즐거우면, 아이들은 집중한다. 오늘 줌 수업 운영이 공평했는지, 끝나고 나서 불평은 없었다. 누구도 1등이 아니었기에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생각은 늘 예상을 멀리 벗어난다.
오늘의 정리
경쟁을 하지 않고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찾아보아야겠다.
아이들 생각 영역을 멀리, 넓게 가질 수 있게 주변의 제한을 없애야 한다.
다음 주는 할아버지가 하는 감정 조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