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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달래기

노랑 빨강 파랑 초록

by 영동 나나

남편은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많은 것을 참고, 쌓아 둔 감정들이 많았는지, 스트레스로 인한 당뇨병을 얻었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병이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껴,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방법을 알려 주고 싶었나 보다. 유튜브의 영상을 찾고 자료를 준비하여 아이들과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오늘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해 보라고 하였다. “기쁘면 노랑, 화났으면 빨강, 슬픈 일이 있었으면 파랑, 별일 없고 편안했으면 초록” 이렇게 말하니 세 아이 모두 노란색이라고 한다. 이유는 두 명은 시험을 보았는데 성적이 좋았고, 막내는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서 기쁘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파란색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놀라서 "왜요?"하고 묻는다. 집에서 혼자 작은 공사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는 너희가 가까이 있었으면 도와주었을 텐데, 없어서 슬펐다고 하였다. 그러자 아이들은 "내년 여름에 가서 도와줄게요." 한다.


감정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고, 화내거나 울거나 속상한 것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신호이며,

“감정이 생기는 것은 원래 그런 거야, 당연한 거야”

다만 자신에게 나타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였다.

화가 나는 것은 “내 경계가 무너졌어!”

슬픈 감정은 “위로가 필요해…”

걱정하는 마음은 “준비가 필요해!”라고 몸과 마음이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첫째는 아기 때 쓰던 이불을 양손에 만지며 자고, 둘째는 책을 읽고, 막내는 단것을 먹는다고 했다. 첫째는 애착 이불을 놓지 못한다. 한국 올 때에도 작고 낡은 신생아용 담요 두 개를 가지고 온다. 연년생으로 동생 둘을 보아 두 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애착 이불이 있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안정과 위로를 얻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첫째가 학교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화가 날 때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진정할 방법으로 숨쉬기를 권했다.


'깊게 숨쉬기를 해 보자, 4초 들이마시고, 4초 멈추고, 4초 내쉬기이다.'


우리는 실제 숨쉬기 연습을 몇 번 하면서, 감정 가라앉히는 연습을 해 보았다. 아이들은 킥킥거리며 숨을 제대로 쉬지 않았지만 따라서 호흡 연습을 했다.


걱정이 생기면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상상해서 미리 걱정하는 것인지 구별을 해야 하며, 또 너무 화가 나거나 긴장이 될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다고 하였다. 줄넘기, 농구, 달리기를 하면 좋다고 하자, 막내는 복싱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실컷 때려 주고 싶은 사람이 있나 보다.


오늘 하루 중 힘든 일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자, 첫째는 자기 반이 축구 경기에서 져서 속상했고, 둘째는 형이 괴롭혀서, 막내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한번 호흡하기를 하면서 남은 화를 풀어내는 연습을 하였다. 처음과는 달리 진지하게 숨을 고르게 쉬며 조용히 따라 한다.


아이들이 화가 나거나 흥분이 될 때 이 호흡법이 생각나서 진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른도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데 아이들은 더 힘들 것이다.






오늘의 정리


* 아이들도 하루 중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고,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할아버지는 줌 제한 시간과 상관없이 천천히 진행해서, 옆에 있는 나는 긴 숨쉬기를 몇 번이나 해야 했다.

* 다음 주에는 ‘만약 이런 일이 생기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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