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다니던 유치원에서 몇 명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후 그만두었다. 그 아이들은 나와 지니를 보면 장난감을 던져댔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화도 내지 못하고 어버버 하였다. 소식을 들은 아빠는 그 날 이후로 유치원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한동안 오롯이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자, 엄마는 나에게 피아노를 권유했다.
별 다른 선택지도 없었으므로 나는 알겠다고 했지만, 처음 피아노를 배우러 가던 날 나는 엉엉 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괴롭힘을 당하던 트라우마였던 것 같다.
낯선 세상에 처음 시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인생에서 최초의 경험일수록 온갖 불안이 엄습한다.
같이 다니기로 한 지니 언니가 사정이 생겨 같이 등원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린 나는 홀로 그 낯선 경험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처음 보는 아이들은 나보다 키가 컸고, 무서웠다. 저들이 또다시 나를 괴롭히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에 심장이 콩알만 해졌다.
선생님은 나에게 귤을 하나 까주며 달래주었다. 달았던 귤 때문에 울던 나는 울음을 그치고 멍해졌다. 귤이 너무 맛있었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로 하나 더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 그 와중에 다른 친구들을 위해 남겨놓아야 한다고 거절한 선생님 때문에, 나는 머쓱해졌다.
어쨌든 피아노를 배우는 것도 곧 익숙해져,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나는 꾸준히 피아노를 배웠다. 지니 언니처럼 진심으로 재밌어서 배운 게 아니라 일종의 하루 일과였기 때문에, 이후 나는 미술을 배우겠다며 그만두었다. 물론 지금은 후회한다. 악기를 다룰 줄 알았더라면 정서적으로 좀 더 안정되고 덜 예민한 성장기를 거쳤을 거라 생각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