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라는 여자애는 눈도 크고 이국적인 얼굴이 너무 예뻤다. 털털한 성격에 같은 나이인걸 알게 되고는 태권도를 같이 배우면서 금방 친해졌다. 나는 친구랑 노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그 날 분량의 운동을 마치고도 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근처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한두 시간 더 놀다 가기도 하였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님은, 건물 지하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을 만들어주셨는데 그 덕에 우리는 운동이 끝나고 제대로 신나게, 그러면서도 안전하게 놀 수 있었다.
학원 차에 앉아 사탕 하나를 나눠먹는 모습을 보고 운전하시는 기사 이모님은 기겁을 했다.
그렇게 먹으면 맛있냐는 말에 테이와 나는 그저 꺄르륵 웃었다.
집에서 노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 애의 사촌인 환이라는 남자애도 있었다. 처음엔 나와 지니, 무니처럼 그 둘도 같이 다녔다. 테이는 말괄량이였고, 환이는 개구쟁이였다. 나는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벗어나 동갑내기의 동등한 관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는데, 테이에게도 또래 여자애와 노는 재미는 또래 가족이자 남자아이와 노는 것과 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물론 셋이서도 곧잘 놀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장난치다 얼굴을 맞은 환이는, 맞은 순간부터 나를 노려보았다. 이윽고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너무 미안한데 그전까지 장난 반 싸움 반으로 투닥거리고 있었던 터라 도무지 괜찮냐는 말조차 건넬 수가 없었다. 나는 또 센 척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