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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mish Jul 09. 2020

우리는 성장기를 맞이하였다

읍내로 나아가는 스물 세 걸음


아이였던 우리는 해가 지날수록 성장기를 맞이하였다.



테이와 환이가 다니던 시골 분교는 아이들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이윽고 폐교되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모두 우리 학교로 전학 아닌 전학을 오게 되었다. 학교가 아닌 도장에서 친해진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마냥 반가웠다. 하지만 분교 시절을 함께 한 그들의 무리에 왜인지 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날 수업에 들어가려는 나와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환이가 복도에서 마주쳤다. 있는 힘껏 손을 내밀고 달려오던 환이와 그를 미처 보지 못한 내가 충돌했다. 환이의 손이 내 가슴을 팍-하고 쳐서 방심하던 나는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이제 막 가슴이 생길락 말락 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무척 아팠지만, 환이가 그런 걸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물론 환이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두 눈은 동공 지진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된 환이가 보낸 고백 선물을 받았을 때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코찔찔이 시절을 함께 겪었던 우리에게 그런 감정이 생길 수가 있을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연락처도 몰랐고 얼굴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환이는 없고 초콜릿 바구니만 덩그러니 나를 맞이했을 뿐이다. 그 애가 나를 좋아했다는 말을 들었으나, 와 닿지 않았다. 그저 그 모습 그대로 컸다면 꽤 훤칠해졌겠구나, 싶었다.


중학생이 되고 난 후, 나는 더 먼 중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물막에서, 이제는 지방 도시로 내 세계의 범위는 더 넓어졌다. 잘난 친구들은 훨씬 많았고, 무서운 것들도 많았다. 어쩐지 나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못난 아이 같았으며 물막도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보였다. 이따금씩 물막의 모든 것이 촌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느낄수록 자신만 초라해질 뿐이었는데도.


초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과는 연락처도 교환하지 못했다. 그런 개념 자체가 없었거나, 그렇게 쉽게 인연이 끊길 것이라고 생각하진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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