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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mish Jul 13. 2020

대화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였다

시내에서 멈추는 스물다섯 걸음

대화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였다.


중학생, 고등학생 시기는 나에게만 암흑기인 것이 아니었다.  무니는 종종 가출을 하곤 했다.

어느 날인가, 자신은 집에서 왕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엄마 아빠는 모범적인 지니 언니만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는 같은 얘기를 지니 언니에게 들은 적이 있다. 엄마 아빠는 무니만 신경 쓰고 늘 지니에게만 양보하라고 한다는.


대화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대화가 답일지라도, 정작 그 소용돌이 안에 갇혀 있으면 답에 대한 확신이 없다.

나 역시 엄마, 아빠와의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아빠는 내가 약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게 아빠 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걸 뭐라 하는 아빠에게 화가 났다. 당신이 강압적이었기 때문에 내가 눈치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을, 내가 처음부터 잔꾀를 쓰는 버릇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부모를 비롯해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아이는 없는 건데, 내가 온전히 저 혼자 자아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했다. 


아빠는 나를 단정 짓고, 믿지 못했다. 확실히 제대로 된 대화도 없이 아이가 나쁜 길에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물론 점점 더 무거워지는 아빠의 사업이 가족에 대한 무관심과 불안을 키우는 데 한 몫했다고 본다만, 그걸 그 시절 어린아이가 감내할 순 없는 것이다.


아이의 행동이 이상하다면 맥락부터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아빠는 그렇게 현명하지 않았다. 내가 그릇된 행동을 했다면 말을 해주길 바랐다. 나에 대해 느끼고 생각한 것을, 걱정스러운 것을 털어놔주길 바랐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아빠는 그렇게 다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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