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사건>
"야, 이 인간아!"
"이게 지금 뭐라는 거야?"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다세대 단독 주택이다. 이 건물 옆에 빌라가 있다. 그래서 가끔씩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가 우리집까지 들리기도 한다. 지금은 이사를 간 것 같은데, 예전에 자주 싸우던 부부가 있었다. 이른 아침이고 한낮이고 할 것 없이 성질이 보통이 아닌 것 같은 부인과 남편. 그 틈바구니 속에서 울먹이며 싸움을 말리는 아이까지. 그 싸움 소리를 듣는 내 정신까지도 피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거 아냐? 아이가 불쌍하다 !'
듣기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지겹다는데, 이건 허구한 날 고함지르고 '이런 놈, 저런 놈' 욕을 해대니 내 귀도 못 살겠다. 그 소리가 시멘트 벽을 뚫고 내가 사는 곳까지 전달되는지도 모른 채, 부부는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다.
"그만하세요, 엄마!!!
하지 마세요, 아빠!!!"
울음 섞인 목소리로 조그마한 아이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싸움을 말리는 소리도 너무 가슴 아프다. '어휴, 진짜 부모들이 문제다!' 이제는 나도 그 부부를 욕하고 싶은 심정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데 아내의 큰 소리에 한동안 잠잠하던 남편도 이제는 참지 않고 똑같이 대응하여 화산 폭발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던 옆 빌라네 부부가 어느 날부터 싸움 소리가 안 들리더니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는지 온 동네가 조용해졌다. 그런데 바로 어젯밤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들리는 소리는 어딘가 익숙한 소리였다.
이 사연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너도 마찬가지야. 우리 목소리도 옆집에 다 들렸겠네." 이러셨다. 아이들과 수업을 해서 그런지 보기와 다르게 목소리가 꽤 큰 편이다. 그래서 집에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가마 밑이 솥 밑을 검다고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내 행동은 생각지도 않고 귀에 들리는 대로만 쉽게 판단한 건 아닌지 부끄러워진다. 자신을 먼저 살피고 나서야 다른 이를 살필 수 있을 터인데 남의 티끌은 잘도 알아차리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이래서 아직 깨달아야 될 것도 배울 것도 많은가 보다.
시끄럽다고 핀잔하기 먼저인 나에 비해 어머니는 자신의 모습을 먼저 미루어 살피셨다. 그게 바로 인문학이 아니던가? '입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도 이와 상통하는 뜻이겠지. 어머니처럼 남을 비난하기 전에 나부터 살펴보는 지혜를 가져보자!
가난하게 살면
이런 게 골치 아파.
서로의 소리를
공유해야 하니까.
- 찰스 부코스키, <참호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