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사태를 보며

그 흔한 페브리즈가 살인 무기로 둔갑하는 순간

by 윤작가

예전 아는 아이가 교복이며 신발에 '페브리즈'를 뿌린다고 해서 그게 무슨 효과가 있나, 더러워진 옷과 신발은 빠는 게 제일이지 생각했었다.


나는 평소 인위적인 화학 성분보다는 천연 위주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습기를 써본 적이 없다. 집에 가습기가 없다.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탓이다. 건조하면 수건에 물을 적시거나 화분에 물을 주는 식으로 어머니가 조절하고, 호흡기에 큰 문제가 없어 지금껏 그냥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가습기 살균제로 어린 아기들까지 사망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피해자들이 점점 늘어나더니, 이제 명확히 드러났다. 실험 보고서 조작, 우리 나라 최고의 대학 교수가 뇌물을 받고 보고서를 조작한 것이 드러나고 영국 본사까지 찾아가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국민들에게 세계의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옥수수 성분이 어쩌고 저쩌고 했던 페브리즈에도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계열인 BIT(벤즈이소치아졸리논)가 포함돼 있다고 임종한 교수님(인하대 의대)이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말씀하셨다는 기사를 보고 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나도 아무 생각없이 학원에 있는 페브리즈를 방향제 삼아 여기 저기 뿌렸고 다 쓴 통에 물을 담아 화이트보드를 닦는 데 이용한다. 며칠 전 페브리즈의 유독성에 관한 글을 어디선가 보고 그 통 대신 다른 분무기로 바꾸었다. 우리 아이들과 나는 그동안 뭘 뿌린 거지?


기사에 따르면 페브리즈 본사 홈페이지에는 표기된 성분이 국내 홈페이지에는 없단다. 요즘은 화장품도 전성분 표기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똑똑하고 깐깐한(?) 소비자들은 유해 성분을 하나하나 따진다. 나 역시 책을 읽고 난 뒤부터는 전성분을 보고 유해성분이 없는 제품만 쓰려고 애쓴다. BIT는 노출되면 흡입독성으로 폐세포 손상이 진행될 수 있는 매우 유험한 물질이다. 눈 뜨고 당하는 꼴이다. 임 교수님은 유해성 평가 등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셨다.


살균제, 방향제, 세정제 등 우리 생활과 관련된 수많은 제품에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침묵의 봄>>을 읽고 충격에 빠졌던 나는 그 이후에 '에프킬라'를 사용하지 않는다. 편리하자고 간편하자고 만들어낸 수많은 제품들이 우리를 서서히 죽이고 있는 겪이다.


이번 사태로 제대로 된 통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유해성분은 반드시 명시하여 경고문을 눈에 띄게 적어야 한다. 금수강산이라 불리던 우리 국토를 후손들에게 병든 상태로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원전 사태로 심각한 기형과 수많은 피해자가 생긴 체르노빌을 관광지로 만들고, 인근 목장에서 나오는 방사능 우유를 먹게 하는 사람들은 대체 정신이 있는가, 생각이 있는가, 지각이 있는가.


스프레이 제품들은 그냥 안 쓰는 게 답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게 우리 몸에 좋을 리 없지 않은가. 집 하나를 지어도 주변 경관과 자연의 이치를 거스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선조들의 슬기가 그립다.


부디 이번 사태는 그냥 넘어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반드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대적인 보도, 책임있는 결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모르고 당하는 불쌍한 사람들이 더 이상은 생기지 않아야 하기에...


p.s. 날이 갈수록 피해자는 늘어만 가는데 가해자는 없는 재판 과정. 저들(가해자 측)을 변호하는 이들은 인간이 아닌가. 감정도 눈물도 피도 없는 기계인가. 눈 앞에서 아이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 하며 밤잠을 설치는 걸 지켜보는 부모 심정이 무슨 수로 보상이 될까? 진심어린 사과라도 기대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 마음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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