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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za Jan 15. 2017

기적의 순간 : 너의 이름은

기적의 순간은 꿈과 현실의 매듭이 지어지는 그때이다.

극장을 나오자마자 두 주인공의 이름을 잊어먹었다. 이름이 뭐였지? 여기다 적어둬야겠다. 타키와 미츠하. 내게 신카이 마코토가 주는 의미는 설렘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데뷔작부터 그의 환상적인 배경과 색감으로, 그리고 1인 제작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개봉한 그의 영화들은 다양한 관심을 받았지만, 이번처럼 많은 관객수를 동원한 건 처음이다. 누적관객수는 곧 200만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애니메이션 자체가 주는 호오의 기준은 한반도가 갖고 있는 마이너의 문화라는 인식 덕에 계속 강화되고 있었다. 16년 흥행 영화감독 연상호의 《부산행》이 대박을 터트리고, 이어서 후속작을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했다. 또한 키덜트 문화의 흥행 덕에 마이너 문화였던 토이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졌다. 



영화 《너의 이름은》은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는 거리에 있는 두 남녀가 각자 집에서 잠을 자면, 서로의 모습이 바뀌게 된다. 시골 외딴곳의 무녀의 삶을 살던 미츠하와 도쿄의 도시 학생의 모습인 타키, 극단으로 다른 서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순수하게 그려낸다. 꿈과 관련된 이야기를 볼 때마다, 호접몽이 떠오르는 건 파블로프의 개(파블로프의 조건 형성 실험)처럼 떠오르는 건 병일 수도 있겠다 싶다. 


호접몽은 꿈과 현실의 모호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본 영화에서의 꿈은 현실과 현실 그 자체의 교차다. 꿈이라는 가상은 현실로 대체되고, 더 이상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판타지'는 의미가 없어진다. 현실과 현실의 만남. 현시대 인류들의 주요 소통 방법인 소셜 네트워크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장소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상의 장소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가상의 장소가 아니다. 우리의 존재하는 장소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처럼 꿈을 통해 현실을 경험하는 것이 개의치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미츠하의 할머니가 미츠하 안의 타키에게 말한다. "무스비(매듭)". 간단하게 모든 것은 끈처럼 이어져 있으며, 모든 인과관계도 우연이 없다는 의미라고 한다. 우연이 없다는 말은 맞닿는 그 시간 자체에 대한 의미를 더욱 강화한다. 개인이 어디에 무엇을 하는 것이 단순 반복의 일이 아닌, 그 순간 자체의 소중함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무스비"라는 것이다. 


단순 반복되는 이 일상 속에서 당장의 그 순간을 새롭게 하는 영화라 생각한다. 《너의 이름은》을 보면서 순간순간 울컥하곤 했다. 기적의 순간,  꿈과 현실의 매듭이 드디어 현실과 현실의 매듭으로 바뀌는 그 순간이다. 그 순간을 마음에 담게 하는 흔치 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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