錯覺(착각) :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함
22년 8월 베트남 첫 출장이 잊히지 않는다. 하노이와 호찌민을 넘나드는 15일간의 일정, 수십 개의 미팅, HQ 화상회의, 중간 결과보고 등 빡빡한 스케줄도 힘들었지만, 긴장한 탓에 이 모든 것이 낯설었다. 처음 마주하는 오토바이 행렬은 유튜브에서 보던 것보다 압도적이었고, 길을 건널 때마다 사고가 날까 몸은 절로 움츠러들었다.
하노이 *미딩(Mydinh)에 도착해서 바라본 풍경은 꽤나 웅장했다. 사거리를 중심으로 인터컨티넨탈 72층, 경남타워, 스카이레이크, 한디코, 송다 타워가 둘러싸고 있는 모습에 압도됐다. 넓은 대로, 거대한 한국기업 광고판, 수많은 한국 식당 간판 등을 보며 여기가 하노이가 맞나 싶었다.
*하노이 대표 한인촌으로 한국 기업, 식당,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다.
우리는 약속된 미팅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빴다. 한국 회사를 만날 때면 이미 자리 잡은 듯한 모습이 부러웠다. 비엣텔과의 미팅에서는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그저 그 상황을 바라만 보다가 끝났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사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할 수 없었다. 모두가 이미 성공해 보였고, 나는 한 없이 작아 보였다. 미팅에서 쏟아지는 답변을 정리했지만 그 말이 맞는 말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 조사한 내용과 다른데? 그래 현지에서 듣는 내용이 맞겠지.'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머릿속에 들어왔지만 이 내용을 필터링할 역량이 나에겐 부족했다. 그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무용담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미팅을 할수록 본질은 사라지고, 내 귀에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곡해된 소리가 들렸다.
다들 베트남 베트남 하니까 뭐 쉬울 거 같지. 그렇게 왔다가 1년도 못 버티고 망하는 회사가 한둘인지 알아? 겁나지? 돌아가~ 여긴 아무나 들이미는 곳 아니다. >>> 미팅에서 실제로 이런 말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成長(성장) : 사람이나 동식물이 자라서 점점 커짐
베트남의 22년 여름, 23년 여름, 24년 여름은 모두 달랐다. 미딩(Mydinh) 사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작게 느껴졌다.
사물과 현상은 그대로인데 보이는 게 달라졌다는 말이다. 어렸을 적 구령대 옆 큰 나무처럼 보이던 베트남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볼 수 있게 되었다.
회사를 설립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직원을 채용하고 현지인들과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회계/법 리스크와 VAT의 영향은 실제 어떻게 적용되는지
영업을 통한 지역별, 업종별, 기업별 니즈가 무엇인지
정책과 서비스를 적용해 보면서 시장에서 BM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모든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 시간을 충실히 거쳐야 성장할 수 있다. 그래야 실제보다 크거나 작게 보였던 것들과 잘 못 보고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금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