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언어와 세상
아이들이 경험한 세상과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양은 어른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양질의 언어를 다룰 수 있는 부모보다도 훨씬 더 다채롭고 신선한 표현을 구사할 때가 있다. 그 순간들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려, 기억에서 휘발되어버린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 아쉬움 속에서 남아 있는 몇 가지 기억의 조각들을 메모해 본다.
1. 와글와글
아이들이 한국어를 어느 정도 유창하게 구사하게 된 이후, 가장 사람이 붐비는 장소를 처음 가본 것이 아마 스타필드였던 것 같다. 주말 점심시간, 수많은 인파가 모여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 또한 신기했던 모양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딸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 저기 사람들이 와글와글 하고 있어!"
2. 사람 피부 색깔
등하원길에 나는 종종 재판관이 된다. 아이들의 주장이 팽팽히 대립할 때면 늘 아빠를 찾기 때문이다.
딸은 사람의 피부색이 ‘살구색’이라고 주장했고,
아들은 ‘살구색도 있고, 빨간색도 있고, 파란색도 있다’며 맞섰다.
딸: "살구색"
아들: "살구색, 파란색, 빨간색"
각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딸: "선생님이 살구색이라고 알려주셨어!."
아들: "손목보면 파란색 그 그 핏줄있고, 손바닥은 빨간색이 있짜나~ 그래서 사람 피부에는 살구색도 있고 파란색도 있고 빨간색도 다 있는 거야."
3. 깍두기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직접 깍두기를 담가왔다. 집에 돌아와 각자의 깍두기에 대해 한마디씩 남겼다.
딸: "엄마랑 아빠가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어."
아들: "깍두기 장사해서 돈 벌 거야!"
아이들의 언어와 생각은 때로 어른들에게 신선한 시각을 선물한다.
이 기록들은 그 소중한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한 나만의 작은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