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여행 계획은 고통과 쾌감을 동시에 주는 묘한 작업이다.
무려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집을 비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해외 체류를 준비해야 한다는 설렘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건,
평범한 직장인이 무려 70일간 휴가를 떠난다는 사실 자체다.
일도, 가정도, 휴가도 모두 완벽하게 흘러가야 할 것 같은 막중한 책임감.
(다행히 믿음직한 동료들 덕분에 업무 인수인계는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예비 초등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곳이다.
처음엔 캐나다, 뉴질랜드부터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까지 여러 후보지가 있었다.
하지만 정해진 예산, 시차, 안전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은 결국 말레이시아였다.
(솔직히 약간의 ‘일 중독’ 기질이 있는 내겐 시차가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미 많은 분들이 조호바루 생활 꿀팁을 공유해 둔 덕분에 준비물 챙기는 건 생각보다 수월했다.
문제는 짐.
- 28인치 1개, 24인치 2개, 20인치 2개, 골프백 2개, 백팩 2개.
결국 콜밴을 불러야 했다.
참고로 준비물에 관해 조언을 하자면,
현지 마트에도 한국 식품이 꽤 많고 가격도 20% 정도만 비쌀 뿐이다.
굳이 무리해서 챙길 필요는 없다.
다만 꼭 챙겨야 할 건 샤워기 필터와 개미약.
샤워기 필터는 사용 3일 만에 까맣게 변했고,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건 개미였다.
다행히 한국에서 챙겨 온 개미약을 출몰 구간에 뿌려주니 이틀 만에 싹 사라졌다.
우리는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해 벤을 타고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입국신고서 두 개를 미리 작성해야 했는데,
이게 은근히 까다로웠다.
또,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이동할 차량 예약도 필요했다.
운 좋게도 ‘내 사랑 조호바루’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벤 팟을 구하던 분과 연결되어 합류할 수 있었다.
여기까진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짐도 잘 챙겼고, 집안 정리도 끝냈고, 제시간에 공항에도 도착했다.
그러나 역시 여행 계획은 늘 변수투성이다.
도착하자마자 받은 40분 지연 안내 카톡.
"맙소사."
같은 벤을 타기로 한 다섯 가족 중 우리가 가장 늦게 도착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륙까지 추가로 30분이 더 걸렸다.
약 7시간 후, 드디어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
수하물을 찾자마자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다행히 다른 가족들이 지친 내색 하나 없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정말 감사..)
마지막 관문은 말레이시아 입국 심사였다.
자정을 넘기면 입국신고서를 새로 작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는 길 내내 초조해서 등에 땀이 흠뻑 젖었다.
- 23시 58분, 입국장 도착.
턱걸이로 말레이시아 입국에 성공했다. (알고 보니 자정 조금 넘기는 건 봐준다고 한다.)
그렇게 새벽 1시, 우리는 드디어 조호바루 숙소에 도착했다.
2025년 9월 26일, 1일 차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