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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두달살기] 월급쟁이가 휴가를 70일이나?

by 크림치즈

1. 여행 계획의 시작

J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여행 계획은 고통과 쾌감을 동시에 주는 묘한 작업이다.
무려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집을 비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해외 체류를 준비해야 한다는 설렘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건,
평범한 직장인이 무려 70일간 휴가를 떠난다는 사실 자체다.

일도, 가정도, 휴가도 모두 완벽하게 흘러가야 할 것 같은 막중한 책임감.
(다행히 믿음직한 동료들 덕분에 업무 인수인계는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었다.)


2. 조호바루를 선택하기까지

이번에 우리 가족이 머무를 도시는 말레이시아의 조호바루.

최근 몇 년 사이 예비 초등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곳이다.

처음엔 캐나다, 뉴질랜드부터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까지 여러 후보지가 있었다.
하지만 정해진 예산, 시차, 안전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은 결국 말레이시아였다.
(솔직히 약간의 ‘일 중독’ 기질이 있는 내겐 시차가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미 많은 분들이 조호바루 생활 꿀팁을 공유해 둔 덕분에 준비물 챙기는 건 생각보다 수월했다.


3. 준비 과정의 현실

문제는 짐.
- 28인치 1개, 24인치 2개, 20인치 2개, 골프백 2개, 백팩 2개.
결국 콜밴을 불러야 했다.


참고로 준비물에 관해 조언을 하자면,
현지 마트에도 한국 식품이 꽤 많고 가격도 20% 정도만 비쌀 뿐이다.
굳이 무리해서 챙길 필요는 없다.


다만 꼭 챙겨야 할 건 샤워기 필터와 개미약.
샤워기 필터는 사용 3일 만에 까맣게 변했고,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건 개미였다.
다행히 한국에서 챙겨 온 개미약을 출몰 구간에 뿌려주니 이틀 만에 싹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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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변수와 긴장

우리는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해 벤을 타고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입국신고서 두 개를 미리 작성해야 했는데,
이게 은근히 까다로웠다.


또,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이동할 차량 예약도 필요했다.
운 좋게도 ‘내 사랑 조호바루’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벤 팟을 구하던 분과 연결되어 합류할 수 있었다.

여기까진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짐도 잘 챙겼고, 집안 정리도 끝냈고, 제시간에 공항에도 도착했다.

그러나 역시 여행 계획은 늘 변수투성이다.

도착하자마자 받은 40분 지연 안내 카톡.

"맙소사."
같은 벤을 타기로 한 다섯 가족 중 우리가 가장 늦게 도착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륙까지 추가로 30분이 더 걸렸다.


약 7시간 후, 드디어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
수하물을 찾자마자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다행히 다른 가족들이 지친 내색 하나 없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정말 감사..)


5. 도착, 그리고 안도의 밤

마지막 관문은 말레이시아 입국 심사였다.
자정을 넘기면 입국신고서를 새로 작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는 길 내내 초조해서 등에 땀이 흠뻑 젖었다.

- 23시 58분, 입국장 도착.

턱걸이로 말레이시아 입국에 성공했다. (알고 보니 자정 조금 넘기는 건 봐준다고 한다.)


그렇게 새벽 1시, 우리는 드디어 조호바루 숙소에 도착했다.

2025년 9월 26일, 1일 차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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