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도 맥락 위에서 다뤄져야 한다.
마이크로매니징이란, 팀원의 판단과 책임을 믿지 못해 업무의 세부적인 과정까지 일일이 간섭하거나 통제하려는 관리 방식이다. 겉보기에는 꼼꼼한 관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팀의 자율성과 본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실제로 내가 회사에서 겪은 마이크로매니징은 꽤 구체적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작성하는 기획서를 색깔, 글씨 크기, 폰트까지 '나의 스타일과 똑같이 맞추라'는 지시를 받았다. 메일 하나 보낼 때도 문장부호 하나까지 검사를 받은 적도 있다. 태스크 관리 툴을 쓸 때는 태그를 어떻게 다느냐, 문장 형식은 어떻게 쓰느냐까지 정해주는 방식도 겪어봤다. 일을 얼마나 했는지를 묻는 수준을 넘어 '어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슨 일 했는지'를 보고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런 경험 속에서 느낀 건, 시야가 좁은 사람이 마이크로매니징을 한다는 점이다. 이 방식이 시야가 좁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일의 목적이나 전체 흐름을 보지 않고 '형식'과 '표면적인 결과물'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기획서의 색깔이나 폰트는 전달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본질이 아니다. 메일의 문장부호보다 중요한 건 그 메일이 정확한 맥락과 의사결정을 담고 있느냐고, 태스크의 태그보다 중요한 건 업무가 제대로 정리되고 진행되고 있느냐다. 또 어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했는지를 따지는 대신,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지원이 필요했는지를 함께 파악했어야 한다.
더 넓은 시야를 가진 관리자는 이런 형식적인 요소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 기획이 제품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지?", "메일을 받는 사람이 오해 없이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번 업무에서 시간을 많이 쓴 지점은 어디였고, 그건 왜 어려웠을까?"와 같은 맥락 중심의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거시적인 관점을 기반으로 피드백을 주면, 팀원도 단순히 지시받은 작업자가 아니라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넓은 시야에서는 디테일이 무시되는 게 아니라, 전체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마이크로매니징을 당한 팀원은 시야가 함께 좁아진다. 디테일에만 매달리는 관리자는 중요한 목적이나 맥락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매니징 받는 사람도 왜 이 일을 하는지 모른 채 그냥 형식만 맞추는 일에 매몰된다. 그 결과, 마이크로매니징 되지 않는 부분은 알아서 챙기지 않게 되고, 중요한 일도 누락되기 쉽다. 실제로 회사 문화가 마이크로매니징 중심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포인트만 짚고 나머지는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챙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면, 스스로 판단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디테일만 통제하고 맥락은 공유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누군가 지시하지 않는 이상 어떤 일도 선제적으로 하게 되지 않는다.
물론, 업무 스킬이나 지식이 부족한 주니어 직원에게는 일정 수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거시적인 관점’을 공유할 때에만 효과가 있다. 왜 이 업무가 중요한지, 어떤 기준에 따라 진행되는지,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를 함께 나누고, 그 위에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지시는 근거, 논리,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시는 상대가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방향 제시여야 한다. 아무리 디테일한 요청이라도, 그 지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가 있고, 그 상황에 맞는 논리적 설명이 있고, 상대방을 믿는 태도 위에서 전달된다면 받아들이는 사람도 납득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디테일을 챙기느냐가 아니라, 디테일을 어떤 맥락 안에서 챙기느냐이다. 마이크로매니징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도적 성장을 위한 임시 장치여야 한다. 팀원은 시키는 사람에 의해 움직이기보다, 공유된 목표를 향해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관리자는 통제자가 아니라,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맥락을 연결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