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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Oct 19. 2024

우리는 대부분의 일을 잊어버린다

그렇기에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살피는 이들이 좋다



강렬한 감정과 사건이 만나야 장기 기억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의 일을 잊어버린다. 다만 기억하는 것은 선명하게 즐거웠거나 화가 났거나 감동적이었던 순간의 장면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는 정당해진다.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사람이 나와 무슨 관계인지 알고 싶다면, 같이 있을 때의 감정이 아니라 헤어지고 나서의 감정을 살피라고. 헤어지고 나서도 은은하고 잔잔한 여운이 계속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떠올리면 웃음이 나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사람도 있다. 반면 만날 때는 좋았지만 돌아서면 허무와 피로만을 남기는 사람도 있다.

단순히 결이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 간의 관계는, 그중에서도 대면으로 만나는 일은 한 편의 연극이라고 해도 좋다. 서로가 얼마나 준비하고 배려하고 살피고 신경을 쓰는지에 따라 만남의 아름다움이 결정된다. 모두가 조금씩 마음을 내고 노력을 더해야 비로소 기억이 추억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살피는 이들이 좋다. 서로를 너무 배려하느라  망설이는 그 어색함이 좋다. 그릇에 한 조각 남은 음식, 입 밖으로 꺼내려다가 멈춘 한 마디 말을 오래 생각하게 된다. 헤어지면서도 몇 번이고 돌아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려 하는 따스함과 잘 들어갔는지 기어이 챙기고서야 잠드는 다정함도.

만남이 지나도 마음에 내내 머물러 있는 이들이 많은 사람은 정말 행복하겠다고 생각하다가, 그 사람도 그만큼 마음을 쓰고 지혜를 써서 타인을 돌보았겠구나 싶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길. 떠올리기만 해도 한편이 든든해지길. 조용히 바라는 어느 오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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