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동네를 찾은 여행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30대가 될 무렵까지, 20년을 넘게 살았던 동네가 있습니다.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오래 살았던 만큼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이에요. 문득 그 동네가 궁금해져서 출사 겸 찾았습니다.
제가 살던 반여동은 부산이지만 부산 같지 않던, 낙후된 동네였어요. 지금은 초등학교가 된 곳은 예전에는 미나리밭이었고, 그린벨트로 묶여있던 일명 '돌산'은 동네 친구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지요.
이사를 온 후 한동안 찾지 않던 동네의 모습은 10여 년 사이에 제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골목이 있던 자리에 벽이 생기고, 구멍가게가 있던 자리는 창고가 들어섰습니다. 추억이 깃든 골목을 누비며 사진을 찍고, 유년시절의 스스로를 기억에서 끄집어내 봅니다.
지금처럼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하교 후의 시간은 그저 동네에서 뛰어노는 게 전부였습니다. 누군가가 새로운 놀이를 가지고 오면, 다 같이 그 놀이에 심취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택에 세를 들어 살던 시절에 기르던 강아지 '톰'도 생각이 났어요. 어찌나 똘똘한지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오는 제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던, 아주 귀여운 녀석이었는데 말이에요.
저는 이 동네에서만 세 군데의 집에 살았었어요. 이번에 방문하면서 그곳을 모두 들러봤습니다. 그때는 넓게만 느껴지던 마당도 어쩐지 작고 초라하게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도 따뜻하고 정겨운 이곳의 분위기는 여전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쁜 기억은 휘발되고, 좋은 기억만 머릿속에 남아서일까요,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도록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도시 같지 않아서 정겨웠던 동네를 걸으며,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사람들이 살던 주택가는 소규모 유통창고와 공장들로 변했고, 어린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던 골목은 어르신들이 쉬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향수 같기도 하고 그리움 같기도 한 무언가가, 장맛비에 차오르는 하천의 물처럼 마음속에 차올랐습니다. 어쩌면 다음번 장마철에 또 한 번, 그립다는 핑계로 찾아갈 것만 같은, 유년시절을 걷는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