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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ought Lab

뒤집힌 성장 법칙 — 혼란한 세상, 늦어지는 어른

ASKHADA 3주차 Day 3

by 룰루박

No Stupid Questions는 Freakonomics Radio Network의 인기 팟캐스트로,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질문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 시리즈는 영어 스터디 ASKHADA의 일환으로, 매주 한 편의 에피소드를 함께 듣고 생각을 나누는 기록입니다.



오늘은 사춘기는 빨라지고, 성인기는 늦어지는 ‘역사상 가장 긴 청소년기’의 비밀에 대해서 써봤습니다.

Early Puberty, Delayed Adulthood: The Longest Adolescence in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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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뒤집힌 성장 법칙의 선언


우리가 '성장'이라고 부를 때, 대부분의 사람은 단순히 신체적으로 키가 크고, 어른스러운 외모를 갖게 되는 것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진화심리학과 발달심리학에서 말하는 '성장'은 훨씬 더 복합적인 개념이에요. 그것은 생물학적 변화와 사회적 역할 변화가 맞물려 일어나는, 장기간의 전환 과정인데요.


그 전환의 속도와 시점은 모든 사회에서 동일하지 않아요. 오히려 환경과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지죠. 여기서 중요한 이론이 바로 Life-History Theory(생활사 이론)이에요.


Life-History Theory는 진화심리학과 행동생물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개념으로, 생물의 발달 속도가 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전제를 가져요. 핵심 공식은 아래와 같아요.


"혼란스러운 환경에선 빨리 어른이 되고, 안정된 환경에선 늦게 어른이 된다."





위험과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생물학적·사회적 성숙을 서두르고, 안정성과 자원이 충분한 환경에서는 성인기로의 전환을 늦춘다는 이야기예요. 이유는 생각해보면 꽤 간단해요. 먹을 것이 부족하고 수명이 짧은 환경에서는 최대한 빨리 번식하고 성인 역할을 맡는 것이 유리하고, 반대로 자원이 충분하고 안전한 환경에서는 발달 속도를 늦추며 학습·성장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현대사회는 이 공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어요. 거시적 차원에서는 불확실성과 혼란이 커졌지만, 미시적 차원에서는 청소년·청년이 느끼는 '안전'과 '의존 가능성'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거든요. 그 결과, 생물학적 사춘기는 빨라지고, 사회적 성인기는 늦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앤젤라와 마이크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No Stupid Questions에서도 이 주제가 길게 논의됐는데요. 앤젤라는 "모든 포유류에 청소년기가 있다"고 설명하며, 이 시기는 단순히 호르몬 변화뿐 아니라 위험 감수, 규칙 시험, 사회적 학습이 활발한 시기라고 강조했어요. 그러나 문제는 이 '중간 시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거죠.

이게 정말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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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춘기 조기화 – 생물학적 변화의 앞당김


조기 사춘기 현상


뉴욕타임스 보도(2022)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부 소녀들은 6~7세에 이미 유방 발달이 시작되고 있다고 해요. 연구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비만, 환경호르몬, 스트레스 등의 요인을 분석하고 있지만, 명확한 단일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어요.


비만의 경우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 호르몬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환경호르몬은 플라스틱 가소제(프탈레이트), 식품 포장재, 화장품 성분 등이 호르몬 체계를 교란시키죠. 거기에 스트레스와 외상까지 겹치면 더 가속화 되는거죠. 아동기 학대, 가정 불안정성, 부모 이혼 등이 조기 사춘기와 연관되어 있거든요.


한국에서도 소아청소년과 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성조숙증' 진단을 받는 아동 수가 급격히 증가했어요. 특히 여아의 경우, 1년 새 증가율이 30%를 넘는 해도 있었다고 하니까, 이게 전 세계적 현상인 것 같아요.


조기 사춘기 현상


이게 단순한 신체 변화로 끝나지 않는 게 문제예요. 정신건강 면에서 우울·불안·충동 조절 문제 위험이 증가하고, 신체건강 면에서는 조기 초경이 유방암·자궁내막암 위험과 관련이 있다고 해요. 사회적으로도 또래보다 빨리 성숙해서 성적 대상화나 사회적 고립 가능성이 커지죠.

앤젤라 덕워스는 팟캐스트에서 "실제로 사춘기가 예전보다 빨라지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진화적 안전신호의 결과만이 아니라 고칼로리 식단, 환경 변화, 생활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하더라고요.




3. 성인기 지연 – 사회적 독립의 미뤄짐


미국 심리학자 진 트웬지(Jean Twenge)과 박희정 교수님의 연구(1976~2016, N=8.44M)를 보면 정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와요. 최근 청소년은 과거보다 성인 활동(유급 노동, 운전, 데이트, 음주, 성경험, 부모 없이 외출)에 참여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거든요. 이 경향은 중산층·고학력 가정일수록 더 뚜렷했어요.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는 게, 굳이 서둘 이유가 없으니까요. 부모의 지원도 충분하고, 사회적 안전망도 있고, 교육 기회도 많으니까 천천히 탐색할 수 있는 거죠.



Gen Z의 부모 의존 현상

ResumeTemplates.com 설문(2024) 결과는 개인적으로 정말 놀라웠웠습니다.


70%의 Gen Z가 구직 과정에서 부모 도움을 받음

25%는 부모를 면접에 동행

16%는 부모가 대신 지원서 제출 10%는 부모가 이력서를 작성


앤젤라와 마이크는 팟캐스트에서 "26%가 부모를 면접에 데려갔다"는 수치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는데요. 앤젤라는 대학에서 학생 부모가 시험 점수에 항의 전화를 한 사례까지 언급하며, 어이없지만, 이는 '성인기 진입 지연'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했어요.


처음엔 이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게 '연장된 청소년기'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 같기도 해서 의아했지만 이제 수용해야하나, 싶었지요.



한국 청년의 독립 지연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특히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았고요.

평균 결혼 연령: 남성 33.7세, 여성 31.3세(2023)

부모와 동거하는 30세 미만

미혼 청년 비율: 60% 이상 주거비 부담·취업 지연·불안정 노동이 주요 원인



이중 환경의 역설 – 거시 혼란 vs 미시 안정

여기가 정말 흥미로운 지점인데요.

거시적으로 보면 세상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어요.


거시 혼란

거시적으로 보면 세상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죠.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시작해서 팬데믹, 그리고 계속되는 인플레이션까지 경제적 불안정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거든요.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는 더 빈번해지고,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기존 산업 구조가 흔들리고 있죠. 정치적으로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회 갈등이 커지고, 전쟁이 일상의 뉴스가 되어버렸잖아요. 거기에 AI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직업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지고 있어요.


미시 안정

하지만 개인 단위에서는 오히려 안정성이 높아졌단 말이죠. 부모 세대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경우가 많아서, 자녀들에게 주거나 교육, 생활비를 지원할 여력이 생겼거든요. 사회복지 제도도 예전보다 잘 갖춰져 있고, 의료 접근성이나 교육 기회도 훨씬 늘어났어요.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술 덕분에 일상생활의 편의성도 크게 높아졌고요. 무엇보다 결혼이나 출산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줄어들면서, 개인의 선택권이 넓어졌어요. 예전처럼 "몇 살까지는 결혼해야 한다"거나 "아이를 낳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식의 낙인도 많이 약화되었고요.


결과 – 가장 긴 청소년기

거시적으로는 불안하지만, 개인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환경이 성인기 진입 동기를 약화시킨 거죠. 성인 역할 수행을 지연시키고, 의존과 자유를 공존하게 하며, 위험 회피적 생애 전략을 선택하게 만들어요.


이런 변화는 여러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정체성 형성이 지연되고, 경제 구조도 변화한다고 합니다.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저출산 구조가 고착화되죠. 세대 간 의존과 불만도 커지는데, 부모 자산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기이한 상황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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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가며

긴 청소년기는 자기 탐색과 역량 개발의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예전보다 선택지도 많아졌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니까요. 하지만 의존과 위험 회피로만 쓰인다면, 사회 역동성은 약화될 수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이 '가장 긴 청소년기'를 보내야 할까? 같은 답없는 질문을 혼자 떠올리다가요. 우리의 호스트 앤젤라 덕워스의 말이 비수처럼 뇌리에 꽂혔습니다.




It's never too early to start doing your own laundry.
자기 빨래를 시작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라는 건 없습니다.



어쩌면 이 긴 청소년기가 인류의 새로운 적응 전략일지도 모르겠어요. 변화가 빠르고 복잡한 세상에서, 천천히 탐색하고 배우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거 말이에요. 다만 그 과정에서 완전한 의존이 아니라, 점진적인 독립을 연습해가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참고문헌

Twenge, J. M., & Park, H. (2017). The Decline in Adult Activities Among U.S. Adolescents, 1976–2016. Child Development.

ResumeTemplates.com (2024) Gen Z and Parental Involvement in Job Search.

Herman-Giddens, M. E. et al. (1997). Secondary sexual characteristics and menses in young girls seen in office practice. Pediatrics.

New York Times (2022). Puberty Starts Earlier Than It Used To. No One Knows Why.

통계청, 2023 혼인·출산·주거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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