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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설 May 10. 2023

2023.05.10 <드림>

일어서는 법을 잊지 않았기에, 꿈을 잃지 않고 이루기 위해 일어나 달린다

이병헌 감독의 영화 <드림>은 전작인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멜로가 체질>과는 조금 다르다. 전작들의 언어유희적 요소는 어김없이 가져왔으나, 위트와 유머는 다소 절제되어 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인간군상이 영화에 나오나, 인간 자체로 희화화 되지 않는다. <드림>은 <극한직업>의 마약반 형사들과, <멜로가 체질>의 방송계 근무자들과는 달리, 직업도, 집도 없는 노숙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재가 소재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그래서일까 <드림>은 한껏 웃어젖히기에는 사뭇 진중하고 때때로 퍽 서글펐다. 그렇다면 <드림>은 전작의 장기들을 다 저버린 그저 그런 신파극일까?


이야기는 불명예를 얻은 축구선수와 무명의 다큐멘터리 PD, 가진 것은 이름뿐인 노숙자들의 ‘홈리스 월드컵’ 도전기이다. 축구선수 홍대는 노력했으나 재능이 따라주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PD 소민은 열정은 있으나 돈이 따라주지 않는다. 인선, 효봉, 환동 등 노숙자들은 여력은 있었으나 좀처럼 재기의 기회가 따라주지 않았다. 좀체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 나아가지 않는 삶이 이들에게는 점차 버겁고 버거웠다. 어느새 이들은 따라잡히지 않는, 따라잡지 못한 재능에, 돈에, 기회에 자신을 맞추게 된다. 회피하거나 정체하거나 자포자기한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과 문제를 안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주어질 이득에 따라 자의반 타의반 모여든다. 한 데 모여 이들은 부대낀다. 살이 닿고 땀에 젖고 목소리가 오가며 이들은 서로를 알게 되고 인정하며 이해한다. 그렇게 이들은 한 팀이 되어 서로를 위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홈리스 월드컵’이 열리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 다다른다. 그리하여 경기는 비로소 또는 다시 시작된다.


축구경기장은 사회이다. 경기장으로 들어와 경기를 뛰는 것은 사회로 돌아와 사회인으로서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입신양명이든 부귀영화든 부차적인 것이다. 금의환향을 바라지 않는다. 한 골, 하나의 작은 목표라도 제 피, 땀, 눈물로 이루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게 주어진 모든 경기를 제 전부로 헤쳐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경기장이 아닌 사회에서도 제 전부의 노력으로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며 삶을 일궈낼 것이다.


영화 <드림> 속 노숙자들은 좀 다르다. 사람들의 선입견처럼, 역 안에서 노상 술이나 까 잡숫고 한뎃잠을 자다가 아침이 밝아 역무원에게 잠이 깨 노기 띤 언성으로 한 소리 치켜세우고 쫓겨나 무료 급식을 전전하다 날이 저물어 동냥질로 푼돈을 건지면 그것으로 다시 술을 사 마시는 삶도 아니거니와, 생애 모든 불운을 타고나거나 불행을 갖고 사회의 변두리로 떠밀리고 내몰린 삶도 아니다. 단지 숱한 사람처럼 각자의 문제와 사연을 품은 이들이다.


그들은 동정과 연민의 대상도, 혐오의 대상도 아니다. 남들과 다를 바 없이 넘어졌어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는 법을 잊지 않았기에, 꿈을 이루기 위해 일어나 달리는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과 함께 한 홍대는 다시 축구선수로서 경기장에 오른다. 영화를 보며 함께 한 관객들도 각자 자신들의 경기장으로 돌아가 다시금 꿈을 향해 달릴 것이다. 그래서 영화 <드림>은 폄하할 그저 그런 신파는 아닌, 웃고 울고, 뭉클하고 위안 받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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