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을 넘어 지천명(知天命)으로
포토샵 3.0으로 시작한 디자인 출발
웹에이젼시, 1000명 이상의 IT기업, 6년간의 일본 IT기업, 빅 커머스 플랫폼 에서의 4년간 경험들을 뒤로 약 1년간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했었습니다. 지금은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350명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Brand Director로 브랜드 디자인팀과 브랜드 마케팅, 브랜드 콘텐츠 마케팅 팀을 이끌고 있는 토라입니다.
어쩌면 본격적 IT 1세대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닷컴 버블을 목격하고 다음이 네이버를 한 장 앞서던 포털의 그 시절을 기억하며 거슬러 올라가면 하이텔 나우누리 등 드라마에서나 봤을 그 파란 화면의 UI를 관통했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포토샵 3.0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그래픽 디자인을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시절 부산 서면의 복개천 쪽엔 식자를 활용한 인쇄기가 돌아가고 있었고 서울의 충무로는 매우 핫했었죠.
멀티플렉스도 없었고 손으로 직접 그린 간판이 내걸린 극장엔 선착순으로 착석하던, 느낌으론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런 얘기 하면 다들 거 개화기 시절 이야기 아니요?라는 농담들을 듣게 되곤 합니다.
저의 첫 디자인의 시작은 이 작은 컴퓨터로 시작이 됩니다. 먼 기억으론 울산의 시내 마지막 즈음 길에 작은 컴퓨터 조립상가가 형성이 돼있었고 그곳에서 93년경 거금을 들여 기성 제품이 아닌 조립 컴퓨터를 처음 구입하게 됩니다. 사양이 거의 정확히 기억이 나는데 인텔 펜티엄 486 DX2 66의 CPU에 8M RAM / 150MB Hard drive / 5inch Flopy Disc / 옥소리 사운드카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정말 플로피 디스크로 구동되는 게임들로 컴퓨터의 효용성을 경험하던 때였고 14인치 배불뚝이 삼성 모니터와의 조합만으로도 두근두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컴퓨터는 2019년 구입한 아이맥으로 4.2 GHz 쿼드 코어 Intel Core i7, 램은 64GB 2667 MHz DDR4, 그래픽카드는 Radeon Pro 580 8 GB에 모니터는 5K라는 어마어마한? 사양의 컴퓨터를 쓰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더욱 어마어마한 사양들이 있지만 말이죠?) 93년의 제 첫 컴퓨터와 비교해보면 우리 집에서 달까지 그냥 내달린 정도의 비유가 가능할 듯합니다. 그때에 비해 훨씬 더 빨라진 각종 툴들과 편의성들이 합쳐진 최적화된 작업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각설하고 가끔 함께 늙어? 가는 동생들과 또는 후배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감사하게도 이런 말을 해주는 친구들이 간혹 있습니다. 나의 롤모델은 형이야, 또는 실장님이에요, 등등등 실상은 뭐 디자인을 참 잘해서 디자이너로서 닮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고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아직 이 나이까지 필드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질긴 생명력에 대한 응원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부분 저의 나이 또래는 기업, 또는 스타트업의 대표이거나 또는 였거나 아니면 정말 어마 무시한 초기업들의 오너이거나 정도인데 그건 이너서클과 뭐랄까 그들만의 리그인지라 저 같은 모래 수저 나부랭이들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길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대다수의 디자이너들과 비슷한 그저 평범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Ordinary people의 표본으로서 불안한 미래를 투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사례 정도로 봐주시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디자이너 친구들의 저 말들이 점점 무거운 책임감 같은 것으로 전해져 오며 결코 가벼이 들리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한 사명감 또는 책임감 같은 것을 갖기엔 스스로도 한창 모자라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다만 전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경험을 쌓아왔고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경험을 더 쌓아갈지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말씀드릴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