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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 우리는 대통령제를 재고해야한다.

이제는 말해야만 했다.

by 새현

원래 사회적 현상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지만, 정치적인 화두를 다룬 적은 없다. 필자는 정치에 대해 침묵하고 싶었다. 오늘 날에는 정치가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해 충분히 알기 위해선 아주 큰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데, 필자에게는 그럴 형편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침묵하고자 했다. 애시당초 정치라는 것이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하고.


하지만 옛날부터 이런 생각은 해보았다. 왜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한국에서는 제왕적인 존재인가? 젊은 세대에서는 많이 덜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대통령은 여전히 제왕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제왕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삼권분립을 초월할 수 있다. 삼권분립이 우리 법치사회의 근간임에도 말이다. 본래 법의 제정과 수정, 삭제 따위를 논하는 것은 의회의 일이다. 법집행의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어째서 거부권을 가지며, 법안을 발의할 권한도 가지는가? 한정적이긴 하지만 시행령을 통해 국회를 통과하지 않고 법을 재정하고 집행하는 일도 가능하다.


심지어 사법부의 임명직에도 대통령의 숨결은 그 무엇보다 와닿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의 아홉 명은 절차상 대통령이 임명한다. 아홉 명 중 셋은 국회가, 또 셋은 대법원장이 지정한다. 남은 셋은 대통령이 뽑는 셈이다. 여기서 특기할 점이 있다.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선출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긴 하지만,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주체는 엄연히 대통령이다. 즉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임과 동시에 사법부를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로 재편할 힘을 가지고 있다. 의회가 적대적으로 나온다손 치더라도 상관없다. 거부권을 통해 입법부의 팔다리를 잘라놓을 수 있으니까.


즉, 이론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초월한 지위에 서 있다. 거부권으로 의회를 마비시킨 후, 사법부를 장악해서 국회의원들 개개인을 압박할 수도 있다. 한편, 대통령제를 시행하고 행정부 산하기관을 통해 국가의 방향성을 유도하는 일이 가능하다. 즉 한국에서 삼권분립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할 수 있다. -가끔 실제로 그래 보이기도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도 충분히 가정할 만하다. 대통령이 충분히 합리적인 능력의 인물이라면.


이번 계기를 통해 우리는 대통령제, 더 나아가 '대통령'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구심을 가져야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가진 합법적인 초법적 권한이라는 부조리를 줄여나갈 수도 있다. 몇몇 국가처럼 외교적 대표의 역할로만 남겨둘 수 있도 있다. 아예 영국처럼 내각제로 전환을 시도해볼 것도 가정해볼 수도 있다. 물론 한국처럼 전쟁의 위험과 가까운 나라에 대통령은 필요한 직위일 수도 있다.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상황에서 빠른 결단과 단결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일의 계기로 대통령의 제왕적 외피를 벗겨내야한다. 그 직위는 국민의 대표가 봉사하기 위한 자리이지 제왕의 자리가 아니다. 이번 계엄선포를 계기로 대통령에 대해 우리는 재고하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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