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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Jul 16. 2016

너희가 하늘을 아느냐?

프로젝트의 기록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15

“우와! 사진 정말 멋지다!” 13년 넘게 사진을 취미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감탄사를 자아낼 수 있는 자신만의 ‘필살기’가 담긴 ‘자랑의 장르’가 만들어진다. 보편적인 시각으로도 “아름답다!”, “예쁘네!”하는 반응을 쉽게 이끌어 내고 싶은 욕망 때문인 듯하다. 이번 여러분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사진의 주인공은 ‘하늘’이다. 특별한 피사체가 아닌 머리만 20~30도 올려봐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하늘’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늘의 커다란 양면성
퇴근 후 우리집 옥상에서
동네 공원 / 맑은 하늘에 조각 구름이 아름다움 풍경을 만든다.

하나는 언제든 볼 수 있게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 하늘을 잘 의식하지도 않고 관찰도 하지 않는다는 것. 재미있는 것은두 번째인데 너무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잘 안 쓰고 살아간다는 얘기다. 의학 혹은 인지 관련 학문에서 접할 수 있는 용어 중에 ‘역치 값(Thresholdvalue)’이라는 것이 있다. 자극의 증가에 따라 신체의 반응이 시작하는 최소 값인데 자극이 반복적으로 자주 일어나면 자연스레 그 값이 높아진다. 오래전 기억 여러분들의 학창 시절 그렇게 듣기 길었던 어머니의 대사 기억나시는지?


공부해!!!
무희 / 애니메이션의 한장면 같다.

동일한 소리를 계속 반복해서 듣다 보면 점점 무감각 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늘이 그렇다. 눈뜨면 보이고 평생 보이기 때문에 길에 굴러다니는 돌처럼 그냥 신경 안쓰게 되버린 것은 아닐까?

사진가의 입장에서 하늘을 한마디로 정의 하기는 어렵지만 빛과 어둠이 매우 정교한 규칙과 메커니즘을 갖고 정직하게 표현되는 피사체이다.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빛 중 가장 밝은 빛을 갖고 있는 태양.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에 표현되는 그림자. 그리고 그사이로 새어 나오는 거대하고 부드러운 빛줄기. 이 정도 얘기를 듣고는 “그래서 뭐?”하고 의심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통해 유심히 관찰한 하늘은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멋있고, 아름답고, 황홀하다
퇴근후 옥상에서 / 작년, 먼지가 없고 시정거리가 좋았을 때
퇴근후 옥상에서 / 태양이 구름 뒤로 숨을 때 빛내림 현상이 멋지다.
배트맨 강림

낮 동안 하늘의 풍경의 사진은 역광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하늘과 함께 대지의 모습도 함께 담기기 때문에 그 둘 간의 노출 차를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늘에 노출을 맞추면 대지가 어두워지고, 대지에 노출을 맞추면 하늘이 백색에 가까워진다. 이 노출 차를 줄이기 위해 gradient filter를 사용하기도 한다. 투명한 아크릴 혹은 유리 위에 위의 어두운 색부터 점점 투명해지록 만든 ND 필터의 일종이다. 이것을 사용하면 노출 차를 어느 정도 극복해서 밝음과 어두움의 디테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잘 사용하면 말이다. ^^ 만약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을 때에는 과감하게 하늘과 대지 모두 밝은 노출로 촬영하고 이후에 합성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보기엔 쉬워 보여도 하늘은 그냥 만만히 봐서는 안될 피사체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 하늘은 그럭저럭
지금 집으로 이사오기전 / 2년전 황금및 하늘
요즘 / 뭔지모르게 계속 탁한 느낌이어서 한없이 아쉽다.

최근 몇 년 간 그리고 올해 하늘의 모습을 비교하면 확연하게 차이를 느낀다. 하늘을 잘 관찰하기에는 박무, 미세먼지로 인한 뿌연 느낌이 급증한 때문이다. 물론 그것 자체도 '운치'있는 느낌을 만들 수는 있겠으나, 아쉬움이 많다.


그곳에 가면
어떤 분에게는 흉물이지만, 렌드마크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정 거리는 최근 들어 가장 좋았지만 탁한 공기는 어쩔 수 없나보다.

종합 건강 검진을 오전에 일찍 마치고, 수면 내시경으로 인해 나른함을 한 꺼풀 잠재운 후, 막히 하늘을 보기 위해서 산에 올랐다. 풍경 사진 좋아하면 누구가 한두 번 가봤을 남한산성. 올라갔을 때에는 한분 계셨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많은 분들이 풍경을 담기 위해서 자리를 함께했다.


오 하늘! 나의 하늘!
북성포구 / 국철을 타고 서쪽으로 느긋하게 가다보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퇴근 후 한강 / 이날 거대한 구름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여름이 오기 전 태풍과 함께 빠른 속도로 변화는 하늘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을 때면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셔터를 누르는 것을 망각할 정도로 활홀경에 빠질때가 있다. 심지어는 뷰파인더를 안보고 셔터를 누르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이때는 살짝 내가 무섭다. ^^)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에서 성찬이 숯불의 아름다움에 빠져 요리하는 것을 깜빡 잃어버리는 순간과 비슷한 느낌 이랄까?

하늘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어디 먼 곳을 가는 것이 아니라 출근을 조금 여유 있게 일찍 하거나 퇴근을 일찍 하고 한강 주변을 배경으로 담아낸 아기자기한 하늘의 모습 또한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

계절, 날씨, 시간, 구름의 조합으로 장관이 연출되는 순간 여러분들 손이 카메라를 들고 있다면 놓치지 말고 담아보기를 바란다. 그런 순간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 머리 위에 펼쳐진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여유로는 날들이 되기를.


당신의 하늘은 늘 가까이 있다.




* 이 포스팅은 EUREKA 5월호에 기고했던 글을 수정, 편집한 내용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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