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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이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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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상 YisangKim Jan 15. 2020

고양이는 아플 때 사람을 부른다

<에이투지>, "C"

얼마 전의 일이다. 고양이 찰리가 방을 이리저리 쏘다니기 시작했다. 보통 목적을 두고 움직이는 찰리라서 그렇게 배회하는게 수상했다. 그래도 무슨 일이야 있겠어 싶었는데 갑자기 찰리가


왜앵! 왜앵!


하고 크게 울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서 보니 마치 나를 부르는 것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내 관심이 확실히 자기에게 쏠린 것을 확인하자


제일 안심되는 구석으로 가서 구토를 시작했다. 그것도 반나절 동안 먹은 것을 전부. 과장 않고 정말 위장을 꽉 채울 분량의 사료가 불어터진 채로 입에서 쏟아져나왔다.


기가 막혔지만 너무 놀란 상태라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우선 토사물을 휴지로 치우고 찰리의 상태를 확인했다. 한껏 토하고 지쳤는지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엎드렸다. 오밤중이라 인터넷 카페를 뒤져보니 가끔씩 있는 일이라고 했다. 더러운 것을 주워먹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했다.


쓰레기통을 뒤지더니 라면 스프 봉지에 입을 댔나보네. 어쩐지 토사물 중에는 빨간 색이 섞여있었다. 피인 줄 알았지만 색이 피치고 밝은게 내가 먹고 버린 라X볶이 컵라면의 소스 같았다. 고양이를 키우면 이렇게 신경을 쓰고 쓰고 또 쓴다고 해도 놓치는 것들이 생기곤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찰리가 혼자 앓지 않아서다. 고양이는 아플때 온 힘을 다해 사람을 부른다. "대장 고양이! (내 생각에 고양이들은 집사보다는 우리를 대장 고양이 쯤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나 아프니까 망 좀 봐줘!"하는 식으로. 노묘가 되면 더 자주 보게 될 광경이겠지. 그 생각을 하는데 찰리가 케이지에서 뛰쳐나와 방바닥에 떨어진 병뚜껑을 덮쳤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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