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수 이야기
삶의 가장 추운 계절, 그가 뿌린 씨앗
오늘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실천을 보여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그의 이름은 김우수.
쉰네 해의 삶 동안, 그는 세상으로부터 넉넉함을 거의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따뜻한 부모의 품, 기댈 만한 친척, 풍족한 배움의 기회...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삶은 오직 '홀로'와 '부족함'이라는 단어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의 직업은 중국집 배달원.
오토바이 위에 삶의 무게를 싣고 짜장면과 우동을 배달하며 받는 월급은 고작 7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낼 공간이라곤, 몸 하나 뉘면 꽉 차는 좁고 허름한 쪽방이 전부였습니다.
만약 한 사람의 인생을 계절에 비유한다면, 그의 삶은 주저 없이 '혹독한 겨울'이라 불릴 만했습니다.
그런 그가 2011년 9월 23일,
늘 다니던 그 길 위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평범한 배달원의 죽음이었건만, 그의 마지막 길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통령 부부와 정계 거물,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그의 빈소를 찾아 머리 숙였으니 말입니다.
대체 이토록 쓸쓸했던 남자의 삶이 왜 온 국민의 관심을 끌었을까요?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장 추운 계절 속에서도, 꾸준히 나눔의 씨앗을 뿌려왔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우수는 사실 방황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미혼모의 아들로 고아원에서 자라 12세에 뛰쳐나왔고, 소년원을 몇 차례 다녀왔으며, 2005년에는 방화 미수로 징역 1년 6개월을 살기도 했습니다.
그의 인생이 극적으로 바뀐 것은 감옥에서였습니다.
우연히 어린이재단 잡지 '사과나무'를 읽고, 인생을 제대로 다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원래 하루 두 갑의 담배와 소주 두 병을 마시던 그는, 아이들을 돕겠다는 결심과 함께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습니다.
그는 2006년부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달 10만 원을 어린이재단을 통해 어려운 아이들에게 보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그는 후원하던 5명의 아이들 중 3명에게는 지속적으로 나눔을 이어갔습니다.
그의 나눔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입한 4천만 원짜리 사망 보험 수익자를 어려운 어린이를 돕는 데 써달라며 어린이재단으로 지정했습니다.
자신의 삶에 남은 마지막 몫까지, 자신보다 더 외롭고 추운 아이들에게 온전히 다 남겨주고 떠난 것입니다.
그의 진심 어린 마음에 감동한 배우 최불암 씨는 기꺼이 상주 역할을 맡아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그의 영정 앞에는, 그가 모르는 새 희망을 선물했던 아이들이 꾹꾹 눌러쓴 애도의 편지들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그 편지 속에는 "희망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라고 항상 격려해 주시던 아저씨를 가슴에 묻고 평생 살아가겠습니다"라는 감사와 다짐이 담겨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나눔 앞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기부나 봉사는 돈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잘 보살펴 드리십시다."
- 영부인 김윤옥 여사
"고인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그것이 더욱 커지고,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진정한 나눔의 삶을 실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 대통령
우리는 흔히 삶에 찌들어 '다음에 여유가 되면' 기부나 봉사를 예약할 뿐, 결국은 실천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김우수 씨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나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해냈습니다.
겨울에 뿌린 씨앗은, 봄이 되어 수많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의 이야기가 알려진 후, 어린이재단 홈페이지에는 "천사 중국집 배달원 아저씨의 뜻을 이어 기부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나눔의 행렬이 꼬리를 이었습니다.
그의 작은 행동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큰 울림이 된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철가방 우수 씨>가 2012년에 제작되었습니다.
배우 최수종 씨가 김우수 역을 맡았고, 음악가 김태원, 작가 이외수, 디자이너 이상봉 등 많은 이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했습니다.
이 영화의 수익금 전액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토마스 풀러의 말처럼, "진정한 친구를 가졌다면 당신은 가장 귀중한 것을 가진 셈"입니다.
김우수 씨는 그가 준 도움을 통해 수많은 아이들의 '진정한 친구'로 영원히 남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삶의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습니까?
혹독한 겨울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기꺼이 자신을 나누어 따뜻함을 전했던 김우수 씨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