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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어놓은 경기장 하나가 지역과 클럽을 바꿔놓았다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새로운 심장 에디온 피스윙 히로시마

by 김준용
사진출처 : goa,com japan

2024시즌 J리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이슈중 하나는 바로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홈구장 '에디온 피스윙 히로시마'가 개장한다는 것이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는 J리그 원년 참가 클럽인 오리지널 8 클럽 중 하나이자 최고 명문 클럽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낡고 트랙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붕도 없으며 경기장의 접근성도 좋지 않았던 홈구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존의 산프레체 히로시마 홈구장인 에디온 스타디움 히로시마

히로시마를 찾는 원정팬들조차 히로시마 경기장에는 별로 가고싶어하지 않아했을 정도.


그런 와중에 히로시마 시내 중심부에 축구 팬들이 열광할만한 경기장이 생겨난다는 소식에 히로시마 팬들은 물론이고, J1 타클럽 서포터들도 훌륭하고 접근성도 좋은 경기장에 원정응원을 갈 수 있다는 소식에 열광했다. 그야말로 일본 스포츠계가 들썩일만한 소식이었다



가전제품 기업 에디온에서 근무하던 스타디움 비즈니스부장 모리시게씨의 고민


일본의 대형 전자제품 판매 기업이자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스폰서 기업이기도 한 에디온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던 모리시게 씨는 전 직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경기장 운영에 고민을 했다

사진 출처 : 산프레체 히로시마 공식HP

'어떻게 경기가 없는 날을 수익화할 것인가',

'어떻게 스타디움의 가치를 지역과 연계하면서 높여 나갈 것인가'


시즌에 돌입했을 때 주6일을 하는 야구와 달리

2주에 한번 꼴로 홈경기가 운영되는 축구클럽이 새로운 전용구장 건립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비해 일년에 단 20여차례 밖에 경기 유치를 못한다는 점이다

A매치나 유소년 대회 등에서도 사용될 수도 있지만 여간 고민이 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렇기 때문에 현재 흐름중 하나는 경기가 없는 날에도 경기장을 살려 수익화를 이끌어내고

사람들의 방문을 이끌어내고 그야말로 '살아있는 경기장'을 만들기 위한 고민들로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트렌드가 된 것 같다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된 에디온 피스윙 히로시마는 경기가 없는날에도 새로운 축구 문화의 발신지로 빛나고 있다


히로시마 축구의 역사에 대한 전시나 액티비티 시설을 설치한 클럽 뮤지엄은 11월 10일 시점에서 약 18,000명이 입장했다 스타디움 투어는 지속적으로 예약이 만석이다 게다가 오피셜 팬숍은 J리그 클럽 중에서 실제 점포 매출액이 '압도적으로 리그 넘버원'이라고 한다

경기장에서 즐길 수 있는 산프레체 히로시마 뮤지엄 / 출처 : Goal.com japan

이 뿐만 아니다. 스카이박스나 비즈니스 라운지를 회의실이나 이벤트 공간으로 대여하기 시작했고 중앙 홀과 운동장 옆의 인조잔디 구역에서는 웨딩이나 촬영회 등 다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축구와 관계없는 학회나 공연도 진행되어 단순한 경기 관전 시설이 아니라 새로운 이벤트 회장이나 시민들을 위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능 뿐만 아니라 시내 한복판에 있는 접근성 뛰어난 이 경기장은 엄청난 지역효과도 불러왔다

경기날에는 경기 전 경기장 근처 상업시설에서 쇼핑을하고, 경기 종료 이후에는 근처 음식점에서 음식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전의 경기장을 사용할 때에는 볼 수 없던 광경이라고 한다


산프레체 히로시마 클럽 관계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경기장 근처 상업 시설에서 경기날에는 경기가 없는 날의 3배정도의 매출이 증가한다고 한다. 또한 경기장과 경기장 근처 시설을 이용하는 연간 이용자는 약 2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경기장과 경기에 사용하는 직접적인 매출을 포함해서 인근 지역 내에서 소비가 이뤄지는 데에서 환원되는 효과에서 비롯한 고용증대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증대 가능성을 모두 추합하면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폭발적인 '수치'의 증가


사진 출처 : Project Nikkelbp.com

단순히 '추정된다', '효과가 예상된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2024년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영업수익은 약 78억엔(약 700억원), 그 중 입장료 수익은 24억엔(약 220억원)을 기록했다

클럽 사상 최고의 수치를 에디온 피스윙 히로시마 개장 1년차에 만들어냈다


얼마전 K리그에서 입장료 수입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가 발표되었다

K리그1 12팀 전체의 입장료 수입을 모두 합친 금액은 약 342억원이었다 그 중 가장 많은 관중을 기록한 FC 서울의 입장료 수익은 약 76억원이다

J리그 클럽과 K리그 클럽을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대략적인 참고를 위해서 적어두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에디온 피스윙을 개장하기 전년도인 2023년도 영업수익은 42억 엔이다

1년만에 36억엔을 증가시켰다

산프레체 히로시마는 당연히 새 경기장에 대한 효과로 영업 수익의 증가를 예상했다고 해서 60억 엔 정도의 금액으로 산정했는데, 이를 무려 100억원 이상 뛰어넘는 효과가 발생했다


사진 출처 : PR TIMES


에디온 피스윙은 약 2만8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

리그에서 홈경기로 치뤄진 19경기 중 단 한경기, 수요일에 개최된 평일경기 이외의 18경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매진을 기록하지 못했던 수요일 그 경기에서는 22,724명이 입장했다 평일 경기에서 2만명이 넘는 수치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주로 평일에 개최되는 르방컵(리그컵)경기에서 지금까지는 1만명이 입장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플레이오프 라운드 FC 도쿄 전에서는 17,924명, 8강전인 나고야 그램퍼스 전에서는 20,993명이 입장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올시즌의 평균 관중수는 25,609명이다

당연히 클럽 역대 한시즌 최다 평균관중 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의 한시즌 최다 관중 수 기록은 2012년 클럽 사상 첫 리그 우승 당시였던 17,721명이다

약 8천명이 증가했다


이번시즌 J리그 전체에서 보면 평균관중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전년도비 증가율을 58%로 승격팀인 도쿄 베르디와 마치다 젤비아에 이어 리그 3위를 기록했다


입장료 수입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2023년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입장료 수익은 6억 3100만엔으로 리그 최고 입장료 수익을 기록한 우라와 레즈의 21억 4500만엔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은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클럽 사상 최다 관중 수익을 기록한 해였다


경기장을 새로지은 올시즌에 24억엔을 기록한 입장수익은 3.8배 가량 증가했으며 우라와 레즈의 입장료 수익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우라와의 수치에 따라 리그 내 최고 입장료 수익료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시진 출처 : 산프레체 히로시마 X

관중 수가 증가하면 입장수익 뿐만 아니라 경기장내 물품 판매와 식료품 판매 매출도 자연스레 증가한다

굿즈 판매 금액은 9억 4천만엔이며 전년도비 224%가 증가했다

경기장에서 판매되는 F&B 사업(식품 및 음료) 판매금액은 4억 4천만 엔으로 전년도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어마무시한 객단가에도 시민들은 반응했다


2024시즌 에디온 피스윙 히로시마의 객단가(관객 1인당 지불하는 입장수입)는 무려 4,932엔에 달한다

단순히 1차원적으로만 보면 매 홈경기를 찾는 평균 2만 5천명의 관중들이 한명당 5천엔에 가까운 입장료를 내고 경기장에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4,932엔이라는 객단가는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2023시즌 객단가 2,254엔 2배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렇게 객단가가 상승한데에는 권종의 다양성에 있다

가격은 비공개지만 법인에게만 판매되는 프리미엄 VIP 시트·프리미엄 시트, 프리미엄 테라스 시트, 프리미엄 스카이박스·스위트 테라스가 준비되어 있다 당연히 값싼 금액은 아닐 것이다


스위트 테라스 이외에는 각각 전용 라운지가 준비되어 있으며 주류나 소프트드링크 등을 무한리필 가능하며 프리미엄 VIP 라운지와 프리미엄 테라스 라운지에서는 뷔페 형식으로 풍부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 후원회 법인이 경기장의 파티 테라스에서 120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 사진 출처 : 산프레체 히로시마 X

총 964석의 프리미엄 법인 좌석이 존재하는데, 이번시즌 내내 전석 매진이었다

이는 축구를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으로 만들려는 시도에서 기반되었던 것이다



경기장을 새로지었다고 평균 관중이 1만명이 늘어나는게 쉬울까?


경기장을 새로 지은거지 원래 없던 클럽이 생긴건 아니다

개장 이후에도 끊임없는 클럽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새로운 전용구장이 생긴 기대감에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는 있다

그럼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시 경기장을 찾게 해야한다

경기장 내 관중 석 뒤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해서 활용하기도 한다 / 사진 출처 : 산프레체 히로시마 X

물론 초반에는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장내 Wifi가 접속이 잘 되지 않던 점, 경기장에 유모차 놓을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 등

새로운 환경에서 진행되는 홈경기인만큼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산프레체 히로시마는 이러한 팬들이 직접 느끼는 불편한 점을 설문조사와 의견을 수렴하여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을 개선해나가기 시작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홈경기에 더했다

여름 밤에 개최되는 홈경기에서는 '초열광 NIGHT FES'라는 이름으로

전광판과 디제잉, 화려한 조명쇼와 불꽃놀이 등을 더해 관중들의 볼거리를 늘렸다

https://youtu.be/zp9yPfw5NFI?feature=shared



심지어 축구도 잘했다

사진 출처 : Goal.com Japan

산프레체 히로시마는 2024 J1리그에서 리그 2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리그 최종전까지 이어지는 우승경쟁 레이스에 관여하고 있었다


독일 출신 명장 미하엘 스키베 감독이 이끄는 산프레체 히로시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재밌는 축구"를 실현해냈다


시즌 중반 여름이적시장에서 일본 국가대표이자 팀의 핵심인 오하시 유키(FW, 블랙번 이적), 가와무라 타쿠무(MF, 레드불 잘츠부르크)가 떠났다


워낙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주전 두명이 한번에 빠지니 아무래도 버티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미드필더 카와베 하야오, 톨가이 아슬란, 곤살로 파시엔시아 등 여름에 이탈한 전력의 포지션의 선수들을 사와 오히려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산프레체의 원클럽맨 아오야마 토시히로도 이 멋진 경기장에서 성대히 은퇴식을 할 수 있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축구의 키워드는 스피드와 공격에 있었다

볼 탈취 이후에 전개되는 굉장히 빠른 공격속도와 공격 시 상대방 진영에 많은 숫자의 인원을 배치하면서

슈팅의 기회를 늘려갔다


산프레체 히로시마는 2024시즌 72골을 기록하며 리그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슈팅 숫자도 압도적 리그내 1위였다 경기당 슈팅 숫자는 무려 18.3회에 달한다

경기당 찬스메이킹 횟수는 15.3회이며 득점 기대값도 리그 내 1위였다


에디온 피스윙 히로시마에서 열린 19번의 홈경기에서는 12승 3무 4패를 기록했다

홈에서만 승점 39점을 획득하며 2024시즌 J1리그 리그내 최고 홈경기 성적이다


내용도 좋은데 홈에서 결과까지 따라오니, 이 멋진 시설과 결과의 조화를 이뤄냈다



그럼 앞으로의 과제는

사진 출처 : sony japan

이번 시즌 흔히 말하는 '개업빨'로 그치면 안된다

이번시즌 클럽이 벌어들인 수익도 최고치로 남으면 안된다


계속해서 이 수치들을 유지하거나 혹은 이를 넘어선 수익성을 확보해야하며 최고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산프체레 히로시마는 이를 끊임없이 고민해야한다

에디온 피스윙 히로시마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었다


올시즌 평균 경기장 수용률(경기장 최대수용인원 대비 관중 입장 숫자의 비율)은 90%로 리그 내 1위다

어쨌든 올시즌의 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건 분명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것이 틀림 없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감바 오사카에 패배하며 빗셀 고베의 우승을 지켜본 아쉬움도 털어내야한다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마지막 리그 우승은 2015년이다


그렇지만 2024시즌은 산프레체의 희망을 본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

24/25 ACL2에서 16강에 진출해있으며 전북현대와 함께 역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이기도 하다


지역과 클럽의 새로운 심장이 된 에디온 피스윙 히로시마 스타디움.

일본 국내 축구계를 넘어 아시아로, 앞으로 또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이며 어떤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기대와 희망이 가득찬 2025를 바라보고 있다


P.S. 개인적으로 아직 방문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꼭 근시일내 이 멋진 구장에 방문해 더욱 생생한 방문기를 여러분들께 전달해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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