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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받는 농부.

by 무니

'씨앗 받는 농부'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살 수 있는데 뭐 하러 받나?

아니면, 씨앗 안 받는 농부도 있나?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씨앗을 살 수 있습니다.

아는 작물, 모르는 작물... 엄청 다양한 씨앗이 판매되죠.

봉투에 든 씨앗 양이 부담스러우면 모종을 살 수도 있습니다.

장흥읍 5일장에 나가면 잘 키워진 모종이

품목과 품종에 따라 한 개 몇 백원부터 몇 천 원까지 다양하게 나옵니다.

많은 농부들이 모종이나 씨앗을 사서 농사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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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일부 농부들은 농작물의 씨앗을 받아 이어갑니다.

대부분 '토종 씨앗'이라 불리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이어져온 품종들입니다.


씨앗을 받는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입니다.

콩이나 팥처럼 먹는 것이 곧 씨앗이 되는 작물은 쉬운 것이고

상추, 아욱 등은 꽃 피고 져서 씨앗 맺기를 기다렸다가

털어 씨앗을 골라내고 말리고 보관하는 번거로움이 있죠.

배추와 무 같은 것은 씨앗 받을 것을 잘 저장했다가

봄에 다시 심어 씨앗을 받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일만 번거로운 게 아니라

한 작물 재배가 끝났으면 다음 작물을 심어야 하는데

씨앗 받을 걸 남기면 그 자리에 다른 걸 심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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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번거로운데도 굳이 씨앗을 받는 것은

그들이 한반도에서 오래 이어져 적응이 된 작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반도의 기후환경이 변해도 잘 적응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씨앗을 살 수 없게 됐을 때에도 농사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 기업, 국가 간 문제 등으로 씨앗의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지거나

아예 살 수 없게 됐을 때에도 농부가 씨앗을 가지고 있으면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까요.


씨앗에 진심인 각시를 위해

내신랑 천일동안 님이 씨앗 보관 상자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아직은 농사를 잘 못 지어서 씨앗을 잃는 경우도 있고

맛도 못 보고 겨우 씨앗만 건지는 경우도 있지만

내 씨앗은 내가 받아서 농사짓는다는 자부심 가진 농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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