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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선 Feb 09. 2018

신입사원은 왜 일찍 출근해야 할까?

할 일도 없이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는 매일 아침의 비극


용광로 같이 달궈진 취직 전선을 뚫고 입사에 성공한 신입사원이라면 제일 먼저 이런 고민이 들 것이다.

"몇 시에 출근할까..?"


물론 회사의 규정집에는 근무시간이 'oo시~oo시'로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합격 후 인사팀에서 규정에 따라 신입직원에게 몇 시까지 오라고 사전에 일러준다. 하지만 실상은 본인이 통지받은 메시지에 쓰여 있는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8시 이건 9시 이건, 신입사원이라는 사명감 아래 일찍 출근하는 건 통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삼십 분 전이면 평범하다. 하지만 한 시간 전,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한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자리에 앉아 기다릴 것이다. 아니다. 만약 첫 출근 한 신입사원이라면 앉아 있을 리가 없다. 자기 자리가 어딘지도 모르는 그대는 보통 서서 쭈뼛거릴 것이다. 신입사원이 마음대로 앉아서 기다린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수용될 수 없으니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드라마 '프로듀사' 中)


혹시라도 관리자급, 부장이나 차장 중에 일찍 나와 있으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상사보다 늦게 온 당신은 죄인이고, 앞으로 자신은 더 일찍 출근해야 하나 하고 재차 고민하게 된다.


왜 신입사원은 암묵적으로 일찍 출근해야 할까?


사실 이것은 신입사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연차가 낮을수록 일찍 나와야 한다는 게 예의라는 인식은 동방예의지국에서 만연하다. 심지어 할 일이 없을 때도 말이다. 그저 멍하니 모니터나 핸드폰만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는 게 다반사다. 혹시라도 이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텐가? '굳이 왜, 이 시간을 활용하려고 새벽부터 일어나 일찍 와야 할까?'부터 생각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과도하게 일찍 오는 것이 '성실성'의 대명사가 된 것 일까? 이미 정해진 규정 내에서 지각을 하지 않는 것은 되레 불성실한 태도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더해서 요즘 일부 젊은 꼰대들은 혹시라도 신입사원이 본인보다 늦게 오면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게, 대리님 하고 똑같이 온다니까?"라고 입방정 떨며 개념 없는 애로 취급한다.



                 

"이미 정해진 규정 내에서 지각을 하지 않는 것은 되레 불성실한 태도가 되어버렸다."




퇴근 시간은 앞당기지 못하는데 출근은 일찍 하라고 하는 한국 사회. 내가 받은 연차를 쓰고 싶어도 상사 눈치를 보는 사회. 어불성설 같은 태도에 화가 나 얼굴에 침이라도 한번 뱉어주고 싶다.  


필자도 회사생활을 이제 꽤나 한 친구들과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해 보면, 생각보다 꽤 여럿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신입사원이니까, 당연하잖아 일찍 오는 게" 혹은 "잘 보이려면 그래야지"라고 대답했다. 사실 저 답변 속에는 아무런 이유도, 논리도 없다. 그냥 오래전부터 전해 온 악습에 길들여진 것뿐이다.

출처 : http://nemone.co.kr/product/


이제는 신입사원이 아닌 직원들은 이 글을 읽고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본인은 이미 겪어 지나간 일이고 후배가 그런 모습을 보인 다면 과거의 자신의 태도와 다른 행동에 아니꼬울 확률이 더 크다. 또 "별 것도 아닌 거에 너무 집착해 불평하는 거 아니냐?"라며 필자를 비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금만 잘 생각해보면, 직급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책임이 따르고 업무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일찍 나오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법이다. 당신은 결국 태도를 빌미 삼아 불합리한 행동을 남에게 강요하고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말이다. 좀 더 솔직하게 뱉어볼까? 더 많은 돈을 받고 일하는 것도 관리자급, 당신들이다. 


교육의 양과 질의 향상, 정보의 과다로 사람들의 의식 수준 또한 올라갔다. 물론 그만큼 헛똑똑이들도 많아졌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이것들은 손가락 클릭 한 번이면 얻을 수 있고 때론 기억할 필요도 없다. 더 이상 게을러서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멍청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가 서로 많은 것을 쉽게 공유하는 것을 가능케 했고, 직원들의 의식과 생각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변화를 먼저 추구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선구자다. 


사소한 변화가 극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현상을 나비효과라 했던가? 당신이 먼저 신명 나게 날갯짓 한번 해보는 건 어떠한가? '전 직원 5분 전 출퇴근'과 같은 슬로건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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