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한일전 취재 차 삿포로로 향하다
여름에는 달갑지 않은 생명체가 하나 있다. 어느 곳을 가든 항상 존재하는 모기다. 어찌어찌 피해 보려고 해도 꼭 팔이나 다리에 한두 방 이상은 물려 있다. 이상하게 간지럽고 근질거린다 싶으면 모기에 물렸다.
예전에 시골 할머니 댁을 여름에 가면 꼭 모기에 물리기도 했다. 언젠가는 한 번 집안 어른들과 다 같이 술 마시고 그냥 자버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양쪽 종아리가 모기에 물려 초토화된 기억이 있다. 한 20방 이상은 물렸던 것 같다. 얼마 전 오키나와에 갔을 때도 내 딸의 양 다리에 모기가 엄청나게 물었는데, 나중에 세어보니 30방 이상은 되었다. 그래서 드럭스토어에 가서 호빵맨 패치를 여러 개 사서 온몸에 붙여준 기억이 난다.
호빵맨 패치가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링크를 남긴다. (광고 아님. 구글 검색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링크)
모기와 관련해서 또 하나의 추억이 있다. 급한 대로 살충제를 뿌린 것이다. 2011년 8월 일본 삿포로로 향한다.
조광래 감독이 이끌던 축구 대표팀은 8월 10일 삿포로돔에서 일본과 평가전이 예정됐다. 경기를 2일 앞둔 8월 8일 대한항공을 타고 삿포로로 이동했다.
삿포로는 첫 방문이었다. 겨울에 가야 제맛을 느낀다고 하는데 삿포로에서의 기억은 오직 일만하고 왔다는 것뿐이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한일전 취재여서 여유라는 것이 없었다. 삿포로 관광도 전혀 하지 못했고 신경은 날카로웠다.
삿포로는 스스키노라는 지역이 번화가다. 신치토세공항에서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 삿포로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삿포로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면 스스키노역에 도착한다. 나와 사진기자 후배는 그렇게 짐을 끌고 스스키노역의 작은 비즈니스호텔에 도착했다.
근처 식당에서 서둘러 식사하고 대표팀이 훈련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시라하타야마경기장이란 곳에서 훈련했는데 시내에서 다소 외진 곳에 있어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퇴근 시간까지 겹치다 보니 가는 길에 더 멀게 느껴졌다. 도착해서 보니 동네 운동장 같은 곳이었다. 라이트 시설은 있었지만 한 나라의 대표팀이 훈련하기에는 여러모로 열악했다. 그렇다 보니 조광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분통을 터뜨렸다. 일본이 텃세를 제대로 부렸다는 것이다.
더욱이 삿포로 모기떼는 쉴 새 없이 팔과 다리를 물어뜯었다. 그렇다 보니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훈련 도중에 파스와 살충제를 뿌렸다. 근처에서 훈련을 지켜보던 나도 양팔에 모기를 여러 번 물렸다. 그 모습을 본 박태하 수석코치가 직접 팔에 살충제를 뿌렸다. 모기를 급히 퇴치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었다.
얼마나 모기가 많았는지 운동장 한쪽에는 운동장 조명 아래에는 전기 모기 퇴치 장치가 달려 있었다. 그러나 모기떼가 너무 많아서 무용지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훈련은 끝났고 대표팀은 숙소로 떠났다. 이제 남은 이들은 취재진뿐. 대중교통을 타기 어려운 위치라 돌아가는 길이 막막했다. 그때 대한축구협회에서 선수들을 태웠던 버스를 훈련장으로 보내 이동을 도와줬다. 취재진은 다행히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편하게 이동했다. 팔과 다리를 계속 긁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