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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섭 Mar 31. 2019

유쾌함과 재능으로 가득찬 Will Jay


한 백인이 누군가와 통화한다. "난 내 영화에 아시안 나오는 거 싫어. 전부 백인으로 채울 거야. 뒷말이야 많겠지. 나도 알아." 그 영화란 <Deaf Note : The Musical>, 화이트워싱 논란이 있었던 넷플릭스의 <데스노트>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곧 첫 오디션 참가자를 부르자 등장하는 사람은 하필 아시안이다. 노래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대충 넘기고, 들여보낸 다음 참가자는 그토록 바라던 백인 Danny Hand. 역시 화이트워싱이 이뤄졌던 <아이언 피스트>의 주인공 대니 랜드Danny Rand를 생각나게 한다.*오디션 참가자 목록을 보면 3번째 참가자는 Finn Jones, 대니 랜드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과 같다. 핀 존스 역시 <아이언 피스트>의 화이트워싱을 지적한 일반인에게 화이트스플레인을 했던 적이 있다.


https://youtu.be/kLEPCw_TI34 - Will Jay - Leading Man


이것이 끝이 아니다. 곧 이어지는 장면에서 마주하는 <Doctor Estranged>(<닥터 스트레인지>), <The Great Fall>(<그레이트 월>, 화이트워싱 뿐 아니라 주연 맷 데이먼 또한 화이트스플레인 논란이 있었다), <Ghost In The Spell>(<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포스터들은 아시안인 우리조차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 왔던, 그러나 엄연히 존재해 왔던 할리우드의 화이트워싱들을 상기시킨다. 그 포스터들에서 기운을 받아 파란 눈의 금발 백인으로 스스로 탈바꿈한 뒤, 그는 오디션에도 극찬을 받으며 합격하고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에 별도 새긴다. 하지만 곧 거짓된 성공은 거부하고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윌 제이Will Jay. 음악 뿐만 아니라 직접 연기까지 도맡으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이끌어간 그에 대해 알아보자.


https://youtu.be/2T4yv3ofaHE - <Voice Of China 4> 출연 장면


윌 제이는 어렸을 적부터 음악에 익숙했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곳이라면 영화든 텔레비전이든 가리지 않았다. 한 명의 프로로서 공연을 시작한 것은 14살 때였고, 이후 IM5라는 보이 그룹에도 들어간다. 그러면서 작곡도 병행했던 윌 제이는, 그러나 자신의 곡 스타일이 IM5와 맞지 않다고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결심한다. 이 시기 <The Voice Of China 4>에 출연해 Top 20에 들기도 한다. 여기에 출연하기 위해 여름 동안 7번이나 중국과 LA를 왕복하고 중국어로 노래하는 법도 따로 배워야 했다.








왼쪽 : IM5, 오른쪽 : <Will Jay - EP> 


하지만 솔로 전향 뒤 많은 음반제작사들의 제안이 들어오리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기대했던 꿈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작사들은 윌 제이가 엄연히 미국인임에도 아시아 마케팅 전략이 어떻게 되는지만 문의할 뿐이었다. 하지만 윌 제이는 좌절하지 않고, 그저 넘어야 할 벽 하나가 더 생겼다고만 생각했다. 이후 발매한 <Will Jay - EP>, 그리고 <Gentleman>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감독까지 하며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선보인다.


https://youtu.be/Dhw6fruynhQ - Will Jay - Gentleman


그리고 곧이어 내놓은 곡이 <Leading Man>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아시안 배우, 가수들이 단순히 인종을 이유로 드러나지 않는 차별을 받으며 정당한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윌 제이는 스스로 다소 과장되게 백인으로 변신함으로써, 아시안이 맡아야 할 역할을 백인이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그 자리에 마땅히 있었어야 할 무명의 아시안 아티스트들이 받아왔던 차별 또한 이야기한다.


https://youtu.be/cmLsiFNgN20 - Will Jay - Gangsta


뒤이어 나온 <Gangsta>에서 윌 제이는 남성들의 소위 '센 척'을 꼬집는다. 적당히 나쁜 남자인 척하고 예쁜 여자를 '가짐으로써' 트로피 마냥 다른 남성들로부터 우위를 가지고자 하는 원시적 행동을 보이는 남성들을 Gangsta라고 비꼬며, 그들의 남자다움을 익살스럽게 표현해 웃음거리로 만든다. 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윌 제이가 몸으로 표현하는 Gangsta는 뮤직 비디오를 보면 더욱 재밌다.









윌 제이는 이후에도 <Off The Record>, <Never Been In Love>, <Broke> 등의 싱글들과 함께 사랑스럽거나 자유분방함을 마음껏 발산해낸다. 짧은 시간 내에 관객을 사로잡아야 하기에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뮤직 비디오에서 이례적으로 흑백을 쓴 <Off The Record>에서조차 그의 화려한 춤과 긍정적 에너지가 이 영상이 흑백임을 잊게 한다. LA 킹스*NHL 경기에서 미국 국가를 부르거나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원더랜드>에도 참여하는 등 소소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윌 제이의 첫 앨범은 2019년에 발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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