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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섭 May 04. 2019

지난 영화제로 보는 이번 영화제 - 전주국제영화제


봄의 영화제 시즌이다. 2월과 3월 초의 마리끌레르 영화제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지난 영화들을 돌아보며 몸을 푸는 단계였다면, 3월 말에 개막하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여는 본격적인 영화제 시즌은 5월의 전주국제영화제와 10월의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점을 거쳐 12월의 서울독립영화제로 한 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하루 시간을 내어 야심차게 영화제로 향해 흥미로운 시놉시스의 영화를 발권해도 그 작품이 반드시 완성도 있으리란 법은 없다. 물론 전주나 부산은 웬만하면 믿고 볼만 하겠지만, 다른 여러 영화제의 경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괜찮은 영화를 알아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봤는가 엿보는 것이다. 하지만 imdb, rottentomatoes, metacritic에는 한국 독립영화가 있을 리 없고, 와이드 릴리즈 되지 않는 대부분의 영화제 작품의 경우 본 사람도 얼마 없기 때문에 왓챠 별점도 표본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면 그나마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지난 영화제로 보는 이번 영화제> 시리즈에서는 해당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이 이전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지만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물론 상을 탔다고 해서 꼭 작품성이 좋으리란 것도 아니고, 수상 경력이 없다고 별로란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시간이 한정된 대다수의 관객에게 한 편 한 편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소중하고, 이 방법은 그나마 가장 확률 높게 좋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 두번째 영화제는 어제(3월 21일) 개막한 인디다큐페스티발이다.
 *매번 영화제에서 첫 상영되는 작품들은 기획 특성상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작품성이 좋으면 1년 내내 웬만한 영화제를 다 순회하니 얼마 뒤에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배리 젠킨스 감독
 2019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레지나 킹)
 2019 골든글로브 시상식 여우조연상(레지나 킹)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 감독의 작품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이 전주에 찾아온다. 넷플릭스 드라마 <7초>로 이미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레지나 킹과의 만남도 눈여겨볼만 하다. 2015년부터 <아메리칸 크라임>, <레프트오버> 등으로부터 시작해서 크리틱스 초이스, 에미, 골든 글로브에 지속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며 최전성기를 구가 중인 그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아쉽게도 개봉 일정이 잡히지 않고 올레 TV로 가기 때문이다.
 
 <신의 은총으로> 프랑수아 오종 감독
 2019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인 더 하우스>, 최근의 <프란츠>의 프랑수아 오종 감독 작품 중 사회적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영화 아닐까. <신의 은총으로>는 프랑스의 고위 사제들이 수십 년 간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러오고, 이를 밝혀내고자 하는 과정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얼핏 <스포트라이트>를 연상케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언론인이 아닌 피해자 그 자신이다. 영화의 제목은 필리프 바르바랭 추기경의 “신의 은총으로 프레나 신부 사건(성범죄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발언에서 따왔다.
 
 5월 9일 오전 10시 30분 CGV 전주고사 1관
 
 
 <퀸 오브 하츠> 메이 엘투키 감독
 2019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2019 예테보리 영화제 북유럽 영화 드래곤상



<위플래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이 첫 공개되고 폴 토마스 앤더슨, 쿠엔틴 타란티노,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을 발굴한 선댄스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의 표를 받았다. 시놉시스는 얼핏 자극적이다. 성공한 변호사 안네는 배우자의 배다른 아들과 함께 살게 되고, 그와 은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무대를 정적이고 스칸디나비아 사회로 설정함으로써, 금기의 선을 넘나드는 이들의 일탈은 고상한 사회적 분위기에 극적으로 대비된다.
 
 5월 5일 오후 1시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5월 7일 오후 8시 CGV 전주고사 1관
 5월 10일 오후 8시 CGV 전주고사 1관
 
 
 <스틸 레코딩> 사이드 알 바탈 감독
 2018 베니스 영화제 비평가 주간 관객상, FIPRESCI상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관객과 비평가 모두의 선택을 받았다. 시리아를 무대로 한 영화는 어느덧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비록 영화 속 하얀 헬멧 등의 단체가 IS나 거대 기업의 지원을 받는다는 등의 의혹이 있었지만) 이제 아주 낯설지는 않게 되었다. 다만 <스틸 레코딩>은 극영화다. 그리고 억압적인 사회적 체제에 저항하는 예술가들, 그리고 이들의 입과 손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정부의 모습은, <스틸 레코딩>을 시리아만의 이야기로 한정하지 않고 우리의 과거 또한 돌아보게 한다.
 
 
 5월 5일 오후 2시 30분 CGV 전주고사 8관
 5월 6일 오후 8시 30분 CGV 전주고사 8관
 5월 10일 오후 1시 30분 CGV 전주고사 2관
 
 <죽기에는 어려> 도밍가 소토마요르 감독
 2018 로카르노 영화제 감독상


<초행>,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 등으로 어느덧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죽기에는 어려>의 배경은 칠레, 그 중에서도 안데스 산맥 외딴곳이다. 도시와 완전히 격리된 곳에 살던 아이들 중 소피아가 신년 축하 파티를 마치고 도시로 나가려 한다. 하지만 도시는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과정 속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극과 극의 상황의 변화를 갑작스럽게 겪어야만 했던 아이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아이의 성장, 그리고 칠레라는 국가의 민주주의의 성장을 묵묵히 따라간다. 여담으로 이 영화의 영제는 <Too late to die young>으로, 한국 제목과 뜻이 다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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