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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덕수 Jul 15. 2016

라이프워크를 만나다

자신의 일생을 걸고 쫓아가야 할 테마

Part 1 20대, CEO에 미치다


나는 세계 최고의 CEO가 되고 싶었다.

벤처중소기업학을 전공하고,

경영 세미나를 찾아다니며 수백 장의 명함을 모았다.

유명한 CEO 분들을 만나러 다니고,

대학생 창업 단체의 회장을 역임했다.

오로지 CEO가 되기 위해 수백 권의 책과 주간지도 읽었다.

나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라이프워크를 만나다

자신의 일생을 걸고 쫓아가야 할 테마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된다.

꿈 없이 가능한 일은 없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

- 앙드레 말로(1901~1976) 프랑스의 소설가. 정치가.


“4년제 대학은 절대 못 갑니다. 전문대를 목표로 가르쳐 보겠습니다.”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부모님께서는 결국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셨다. 고등학교 2학년 마지막 모의고사 점수가 400점 만점에 200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 점수면 반에서 거의 꼴등이고 문제를 푼 것이 아니라 찍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나는 공부가 너무 싫었다. 수업시간에는 잠을 자고, 야자시간에는 교지편집부원들과 함께 교지를 만드는 척하며 폭풍수다를 떨었다. 때론 친구들을 따라 학교를 도망 나와 당구장을 가곤 했는데 그 마저도 잘 치지 못해 구경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창 시절에 꼭 그런 아이가 있다고 한다.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노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평범함에도 못 미치는 그런 찌질이(이 얘길 듣고 누군가 그러더라)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어떻게든 되겠지...’라고만 생각하는 대책 없는 아이였던 것이다.


나는 당시 ‘신동엽의 신장개업’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았다. 신동엽 씨와 경영컨설턴트 윤은기 씨가 생활이 어려운 점포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경영컨설턴트가 가게를 살려내는 것이 내겐 무척이나 마법처럼 느껴졌는데 웬만하면 일요일 저녁은 TV 앞에 앉아 경영의 마법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열심히 해서 경영의 마술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경영학과에 입학하면 된다는 조언도 받게 되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학교 공부가 나를 위한 공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법을 부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공부가 전보다는 훨씬 더 재밌어졌다.


그렇게 3학년 첫 중간고사를 보게 되었다. 중간고사는 모의고사와는 달리 시험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간의 노력에도 성적을 올릴 수 있어 평균 90점을 넘을 수 있었다(대략 10등 안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후 반 친구들과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때론 쉬는 시간이며, 새벽까지 공부를 했고 2학년 마지막 모의고사 50등에서 3학년 마지막 수능시험 12등까지 등수가 올랐다. 하지만 또래의 목표처럼 서울 안에 있는 4년제 대학을 가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고3이라는 시간이 매우 힘들었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미래를 기약할 순 없지만 성적이 오르는 걸 보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말에 공부가 될 리 없었고 나름대로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서울에 있는 학교를 알아보기로 했다. 처음엔 대학들이 성적으로만 학생을 뽑는 줄 알았는데 살펴보니 특별전형이라는 것도 있었다. 특별전형이란 말 그대로 성적이 부족해도 다른 부분이 뛰어나면 입학을 허가해주는 제도였다. 나는 잘 하는 것이 없었지만 고등학교 교지편집부에서 교지를 만들면서 학교를 통해 받았던 봉사시간이 무려 120시간이 넘었다. ‘이것이 도움이 될 줄이야!’ 봉사에 대해서 높은 점수를 주는 학교들이 몇 있었고 그중 숭실대학교가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게다가 이 학교에는 벤처중소기업 학부가 있었다! 그렇게 숭실대학교 벤처중소기업 학부에 입학했다.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것이 비정상적으로 입학한 것처럼 부끄러워 대학생활을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러한 아킬레스건은 때론 훌륭한 자극제가 되기 마련이다.


“창업은 어떻게 하면 됩니까?”

대학 입학 후 첫 행사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부터 나는 선배들을 만나면 대뜸 이것부터 물었다. 당시 내 머릿속엔 온통 경영과 창업에 대한 생각들뿐이었다. 하지만 내 질문에 당황해하던 선배들은 나를 독특하고 재미없는 학생으로 생각하며 피해 다녔다... 그리고 함께 물었던 질문이 있었는데 그것은 창업동아리 시너지에 들어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학부를 소개하는 소식지에 시너지의 활약상이 고스란히 적혀있었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경영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꼭 시너지인 이 되고 싶었다. 선배들을 찾아가 가입하고 싶다고 닦달을 했던 나는 결국 1학기 신입생 선발을 하지 않았던 시너지에 특별전형(내 인생은 특별전형?)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창업 성공사례가 온 신문을 도배하고 벤처기업가들이 결혼 1순위로 지명되는 황금기였던 2000년. 동아리에서 나의 첫 프로젝트는 창업경진대회를 나가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소규모의 대회였지만 신입생인 나에겐 굉장히 큰 프로젝트로 느껴졌다. 나는 창업동아리 선배들과 팀을 꾸려 아이템을 선정했다. 하지만 사업계획서는 누군가 주도해야 수월하다고 했는데 그때 나도 모르게 "저요!" 하고 손을 들어버렸다. 굉장히 기특하다며 칭찬을 받았고 이런 내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 계획서를 전혀 모르니 선배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의미심장하게 숨을 가다듬고 책을 펼쳤는데 첫 장에 ‘개요’라는 단어를 보고 정말 이해가 안 돼서 열 번 넘게 첫 장만 읽어보다 책을 덮어버렸다... 결국 칭찬이 핀잔이 되어 화살로 돌아왔다. 이후 다른 선배가 주도하여 본선에 입상하게 되었다. 본선은 발표심사였는데 뭔가 만회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내가 해보겠다!"고 당돌하게 말하고 말았다. 아차 싶었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 첫 연습 발표 때 역시나 말을 더듬거리고 시간을 초과한다는 등의 많은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시도한 끝에서야 통과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긴장감 가득한 발표 당일 매우 떨리는 순간이었지만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우리 팀은 영광스럽게도 은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임했다.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경험이 없다면 잘할 수도 없다. 도전하고 다시 피드백하고 도전해야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태도가 예전부터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사실 다른 부분에선 게으른 행동도 많이 한다. 하지만 경영에 관한 것이면 매우 적극적이 되는데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바로 라이프워크(LIFEWORK)를 만난 것이다!

나는 라이프워크라는 말을 매우 좋아한다. 내가 이 단어를 처음 본 것은 ‘LOVE&FREE’라는 책에서 였는데 저자인 아유무는 라이프워크를 ‘자신이 일생을 걸고 쫓아가야 할 테마’라고 정의했다. 인생에서 나의 라이프워크는 이렇게 우연히 다가왔다.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관심분야를 찾았고(TV가 때론 도움이 된다.) 창업동아리 활동을 통해 더욱더 나의 테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는 매우 신나는 일임에 틀림없었다!



열정대학 스토리


프롤로그(Prologue)

1. 가짜 대학을 만들다

2. 알통학과? 섹스학과! 무슨 대학? : '하고 싶은 일'이 모두 과목이 되는 학교


Part 1 20대, CEO에 미치다

3. 라이프워크를 만나다 : 자신의 일생을 걸고 쫓아가야 할 테마

4. 명함은 나의 첫인상이다 : 저는 유덕수닷컴의 CEO 유덕수입니다

5. 벽은 내 마음이 만든다 : 돈이 없어도 비싼 세미나를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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