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감은 나를 희생하는 게 아닌,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과 연결되는 것
어나니머스(익명)가 옮긴 것으로 돼 있는 위버맨쉬를 읽었다. 위버멘쉬(Übermensch)는 독일어로 '넘어선(über) + 사람(mensch)'이라는 뜻으로, 기존의 도덕과 사회적 관습을 넘어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해 나가는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단순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고통까지도 삶의 일부로 긍정하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존재를 의미한다.
번역자 어나니머스는 이 책을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기반으로 현대인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중심으로 풀어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출판계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같이 짧은 문장 중심의 다이제스트판을 내는 것이다. 아포리즘은 한 문장으로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앞뒤 맥락이 생략된 채 감각적 문장만 발췌하여 전체적 안목을 흐리게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출간 7개월 만에 15쇄를 찍을 정도로 잘 읽힌 것 같다. 만약 지금 누군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번역하여 내놓았다면 15쇄는커녕 중쇄도 힘들었을 것이다. 원전의 맥락을 소거한다는 점에서 이런 류의 책은 분명 해악이 있지만, 안 읽는 것보단 이거라도 읽는 것이 낫다는 측면으로 보면 독서 시장 활성화에 어느 정도는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나도 이 책에서 몇 문장을 뽑아 소개하기로 한다.
- 두려워하지 마라. 의심과 혼란, 그리고 고독조차도 자유를 향해 가는 과정이다. 계속 질문하라. 그 질문들이 결국 당신만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 강한 사람은 '좋은 날'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불안과 시련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 회복이란 아픔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게 아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용기를 얻는 과정이다.
- 우리는 종종 문제가 삶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문제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 정말 중요한 건 '내가 가짜가 되지 않는 것'이다.
- 도덕은 강요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그 도덕이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면 우리는 그 너머로 넘어설 준비도 해야 한다.
- 사람들은 왜 진실을 말할까? 도덕 때문일까, 양심 때문일까? 사실 그보다 덜 복잡한 이유가 있다. 진실을 말하는 게 훨씬 편하고 덜 피곤하기 때문이다.
- 고통을 견디며 의미를 찾을지, 아니면 그 원인을 뿌리째 없애려고 할지, 어느 쪽을 택하든, 중요한 건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다.
- 진짜 공감은 나를 희생하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과 연결되는 것이다. 내가 무너지면 상대에게도 온전한 도움을 줄 없기 때문이다.
- 남을 깎아내리지 않고도 충분히 빛나는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 넘어졌을 때 손을 잡아 일으키는 것보다, 다시는 같은 이유로 쓰러지지 않도록 길을 알려주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다.
- 사랑은 아름답고 희생은 숭고하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지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잘못된 목표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도 있다.
-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잘못된 것은 내 생각이 아니라, 내가 너무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 희망은 고통을 없애주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을 견딜 이유를 만들어줄 뿐이다.
- 법에 대해 너무 낭만적인 기대는 말자. 대신 그 안에 담긴 힘의 관계와 계산을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