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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담화

가을, 르누아르와 세잔을 만나다

늦가을 예술의 전당은 단풍이 무르익었다

by 교실밖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 갔다.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르누아르 세잔 특별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르누아르는 빛, 색채, 인간의 피부와 표정처럼 감각의 순간을 사랑했으며, 부드럽고 따뜻한 화면으로 인간적 즐거움과 생기를 그린 화가였다. 세잔은 사물의 구조와 형태를 재구성하는 시각 세계의 질서에 집중했고 면과 색을 쌓아 올려 단단한 구조의 회화를 만든 화가다.


둘 다 인상주의 작품 세계 속에서 성장했지만 각각 고유성을 살려 다음 세계의 단초를 마련했다. 피카소의 화실에서 두 사람의 작품이 발견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둘 다 피카소에게 영향을 주었고 특히 세잔은 피카소 본인이 영감을 받은 단 한 사람으로 지목했을 정도.


두 사람은 동시대를 살았다. 지향하는 화풍은 많이 달랐지만 둘은 친밀감을 유지했다. 세잔은 르누아르의 그림을 '색채 감각이 탁월하다'라고 평가한 기록이 남아 있고, 르누아르는 세잔의 시도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자기만의 세계를 밀고 나가는 화가'라고 말했다. 나중에 거리가 생겼다고 하는데 서로를 존중하는 예술가의 자세는 멋지다. 감각(르누아르)과 구조(세잔)를 추구했던 두 예술가의 작품을 생생하게 감상한 기쁨이 아직 남아 있다.


늦가을 예술의 전당은 단풍이 무르익었다. 다소 서늘한 공기였지만 예술의 바다에 빠지고 오니, 다시 열심히 살아갈 에너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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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 우: 세잔의 푸른 꽃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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